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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국산 쇠고기 진수를 맛보려면 횡성으로 가라"
▲ 횡성한우 "오리지널 국산 쇠고기 진수를 맛보려면 횡성으로 가라"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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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오리지널 국산 쇠고기 진수를 맛보려면 횡성으로 가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 자라는 한우보다 강원도 횡성에서 자라는 한우가 지니고 있는 고기 맛이 으뜸이라는 그 말이다. 그렇다고 다른 지역에서 자라는 한우가 맛이 없다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는 그런 뜻은 아니다.    

우리나라 한우 중에서도 횡성에서 자라는 한우가 다른 지역 한우보다 인기가 높은 것은 쇠고기에 육즙이 특히 많이 들어 있어 씹을 때마다 감칠맛이 돌면서 향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여기에 육질까지 아주 부드러워 입에 넣어 살짝 깨물면 마치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구수한 맛이 깊다.  

횡성 한우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 지역 사람들이 소 혈통을 잡종이 아니라 조선 토종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광우병 등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이지 않고, 자연산 사료만을 먹인다는 점이다. 셋째, 소를 우리에 가둬 키우지 않고, 초원에 풀어 키우기 때문에 소가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횡성 한우가 육질이 아주 부드럽고, 육즙이 많으며, 한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긴, 공기가 아주 맑고 물이 맑은 곳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사는 소와 공기와 물이 그리 맑지 않고, 우리에 갇혀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고 자라는 소 중 어느 소가 건강하겠는가.  

식당에 들어서자 천정에 매달린 꾸불꾸불한 환기구멍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횡성한우 식당에 들어서자 천정에 매달린 꾸불꾸불한 환기구멍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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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으로 백김치, 파저리, 오이, 풋고추, 무채나물, 새송이버섯, 납작 동글하게 썬 양파, 상추, 된장 등이 나온다
▲ 횡성한우 밑반찬으로 백김치, 파저리, 오이, 풋고추, 무채나물, 새송이버섯, 납작 동글하게 썬 양파, 상추, 된장 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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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참맛은 소 키우기에 달려 있다

"저는 혈통 좋은 자연산 한우를 직접 키우고 있습니다. 저는 한우를 키우면서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자연산 사료를 주면서 우리에 가둬놓지 않고 초원에 풀어놓습니다. 그래야 소가 스트레스를 적게 받기 때문에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육즙 또한 많아지지요. 횡성 한우 참맛은 소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지난 2일(월) 오후 5시. 안흥 찐빵마을에서 취재를 마친 뒤 박도 선생과 함께 들른 횡성한우전문점 '삼정'(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자포리). 박 선생이 고기 맛에 반해 가끔 들른다는 이 집은 15년 경력을 자랑하는, 횡성에서 가장 오래된 횡성한우전문점이다. 50평 남짓한 널찍한 식당에 들어서자 천장에 매달린 꾸불꾸불한 환기구멍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횡성에서 이름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이 집 주인 김규섭(51)씨는 "토박이이기 때문에 향토의 긍지를 가지고 횡성 한우를 팔고 있다"고 말한다. 김씨는 "한우도 자연산 그대로이지만 밑반찬으로 쓰는 모든 재료도 유기농으로 만든 자연산만 고집한다"며 "손님들 건강을 생각해서 밑반찬에도 조미료는 일체 쓰지 않는다"고 귀띔한다.

이 집에서 쓰는 횡성 쇠고기는 최상등급 한우(1인분 180g 3~4만원). "음식 만드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김씨는 "쇠고기는 손님들 입맛에 따라 부위별로 섬세하게 잘 도려내야 손님들이 제 맛을 즐길 수 있다"며 "쇠고기 맛이 집마다 다른 것은 쇠고기 부위를 잘못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붉은 비단 위에 하얀 눈꽃이 피어있는 듯한 쇠고기
▲ 횡성한우 붉은 비단 위에 하얀 눈꽃이 피어있는 듯한 쇠고기
ⓒ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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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쇠고기가 이렇게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릴 수가 있다니
▲ 횡성한우 거 참! 쇠고기가 이렇게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릴 수가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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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몇 번이나 까무러치게 만드는 향긋한 감칠맛

"저희 집에는 누군가에게서 입소문을 들은 일본인 등 외국 손님들이 많이 와요. 값이 문제가 아니라 믿을 수 있고 제대로 된 맛을 내게 되면 국내 단골은 물론 외국인 단골도 저절로 생기지요. 저희 집은 그저 지나치는 사람들이 무심결에 들렀다 가는 그런 집이 아니라 아는 사람만 일부러 찾아오는 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집 주인에게 횡성 한우 참숯구이를 시키자 밑반찬으로 백김치, 파저리, 오이, 풋고추, 무채나물, 새송이버섯, 납작 동글하게 썬 양파, 상추, 된장 등이 나온다. 모두 유기농으로 직접 기른 것들이다. 이어 붉은 비단 위에 하얀 눈꽃이 피어있는 듯한 쇠고기 육회와 얇게 저민 쇠고기 육고기(육사시미)가 상 한가운데 자리 잡는다.

이집 특징은 스페샬 메뉴를 시키면 잣가루를 살짝 뿌린 육회와 얇게 저민 육고기가 덤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다른 집에서는 육회와 육고기를 따로 시켜야만 맛 볼 수 있다. 잣가루가 예쁘게 뿌려진 육회 한 점 입에 넣자 씹을 틈새도 없이 그대로 사르르 녹아내린다. 비린 맛 하나 없이 고소하면서도 향긋한 감칠맛이 차암 좋다.

얇게 저민 육고기 한 점 입에 넣자 금세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아내리고 없다. 거 참! 쇠고기가 이렇게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릴 수가 있다니. 횡성 한우가 입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막힌 맛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 맛을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사람 환장시키는 맛이 바로 이 맛이다.

쇠고기는 손님들 입맛에 따라 부위별로 섬세하게 잘 도려내야 손님들이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 횡성한우 쇠고기는 손님들 입맛에 따라 부위별로 섬세하게 잘 도려내야 손님들이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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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숯 쇠고기 구이 한 점 입에 넣자 몇 번 씹을 틈새도 없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 횡성한우 참숯 쇠고기 구이 한 점 입에 넣자 몇 번 씹을 틈새도 없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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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살살 녹아내리는지 이 없어도 먹겠다"

육회와 육고기 맛에 포옥 빠져 있을 때, 박 선생이 "이번에는 참숯 쇠고기 구이 한 점 소금에 살짝 찍어 먹어보라"고 말한다. 아니나 다를까. 참숯 쇠고기 구이 한 점 입에 넣자 몇 번 씹을 틈새도 없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특히 참숯 쇠고기 구이를 씹을 때마다 입 속으로 은근히 스며드는 앙코 같은 육즙 맛이 정말 끝내준다. 

상추에 참숯 쇠고기 구이 한 점 올린 뒤 마늘 한 쪽과 파저리를 올려 입에 넣자 향긋한 봄내음과 함께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어찌나 그 맛이 기막힌지 입맛은 물론 사람 마음까지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여기에 마음 툭 터놓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생 선배까지 있으니, 더 말을 해서 무엇하랴.

가끔 시뻘건 참숯불 위에서 진갈색으로 익어가는 세송이버섯 위에 참숯 쇠고기 구이를 올려먹는 맛도 그 향이 그윽하고 아주 깊다.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기막힌 횡성 쇠고기 맛! 다른 밑반찬을 거들떠 볼 틈조차도 주지 않는 횡성 한우가 선물하는 맛! 그 맛은 서울 가는 막차를 놓치는 줄도 모를 정도다.  
    
참숯 쇠고기 구이를 다 먹어갈 때쯤이면 이 집에서 자랑하는 된장찌개가 나온다. 이 집 된장찌개는 유기농으로 직접 지은 콩을 수확해 직접 담근 장으로 만든 강원도식 된장찌개다. 참숯 쇠고기 구이 한 점 먹은 뒤 떠먹는 된장찌개 맛은 아주 구수하고 뒷맛이 깔끔하다. 이 집 된장찌개 때문에 쇠고기를 먹으러 올 정도라는 주인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박도 선생은 "쇠고기가 먹고 싶을 때면 이 집이 가장 먼저 떠올라 가끔 찾는다"며 "이 집에서 쇠고기를 먹다가 조금 남기고 가면 그 다음 날 아침 쇠고기가 어른거려 후회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박 선생은 "이 집 쇠고기는 어찌나 살살 녹아내리는지 이 없어도 먹겠다"며 "횡성 한우의 참맛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참숯 쇠고기 구이 한 점 입에 넣자 몇 번 씹을 틈새도 없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 횡성한우 참숯 쇠고기 구이 한 점 입에 넣자 몇 번 씹을 틈새도 없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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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숯 쇠고기 구이를 씹을 때마다 입 속으로 은근히 스며드는 앙코 같은 육즙 맛이 정말 끝내준다
▲ 횡성한우 참숯 쇠고기 구이를 씹을 때마다 입 속으로 은근히 스며드는 앙코 같은 육즙 맛이 정말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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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봄이 저만치 다가오고 있다. 봄이 다가오면서 춘곤증도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럴 때에는 강원도 횡성으로 가서 영양가 만점, 원기회복에 아주 좋은 횡성 한우 한 점 먹어보자. 가족들과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욱 좋다. 횡성으로 가서 봄마중도 하고, 입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기막힌 횡성 한우를 먹으며 춘곤증도 미리 막아보자.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횡성한우, #살살 녹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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