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영시간은 '108분'이지만 영화 입장권에 적혀 있는 시간은 118분이다.

영화 상영시간은 '108분'이지만 영화 입장권에 적혀 있는 시간은 118분이다. ⓒ 유백산


어느 일요일 오후 친구와 함께 찾아간 한 극장. 도착해보니 보고자 했던 영화는 이미 상영 중이어서 다음 표를 예매해야 했다. 상영시간까지는 50분 정도 남아 있었다. 어중간한 시간 때문에 아래층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한 후, 이야기를 나누다 5분 전에 입장했다.

입장 전부터 스크린에선 광고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곧 시작되는 줄 알고 친구와 부랴부랴 좌석에 앉았다. 하지만 웬 걸, 좌석에 앉은 후 5분이 지나도 영화는 시작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혹시 내가 영화시간을 잘못 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다시 입장권을 봤지만, 영화 시간은 분명히 오후 5시부터 6시 58분까지였다.

영화는 정확하게 10분이 지난 후에 시작했다. 관객들을 5시까지 입장시켜 놓고 10분 동안 일방적으로 광고를 방송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영화가 필자의 코드와 잘 맞아 웃으면서 나올 수는 있었지만, 반강제적으로 광고를 보았던 불쾌한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극장에서 틀어주는 광고는 반강제적

최근 극장에서 영화 시작 전에 방송하는 광고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서울 지역 극장 5곳에서 영화시청을 한 결과, 극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영화 시작 후 5∼10분정도를 광고에 할애하고 있었다.

문제는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틀어주는 광고를 '반강제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인기 영화의 경우 좌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이거나 동행과 떠들기도 힘들다. 관객들은 영화관이라는 이유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입체 음향시스템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나오는 광고를 조용히 관람해야 한다. 광고주는 지상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광고 효과를 극장에서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극장 측에서는 입장권에 광고시간을 분명히 표기해서 관객들이 원치 않는 광고를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정시까지 관객들을 상영관에 입장시켜 놓고 광고를 방송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행위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의 광고방송을 제재할 법적 근거와 권한이 없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아직까지 민원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적이 없어 지금으로서는 이 문제를 다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횡포'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은 없어

 영화산업 매출발생 구조

영화산업 매출발생 구조 ⓒ 영화진흥위원회



하지만 관객들이 광고를 본다고 해서 얻는 수익은 없다. 영화진흥위원회 연구1팀 김현정씨는 "현재 티켓 판매액은 배급사와 극장이, 한국영화는 5:5 외국영화는 6:4로 나누어 갖고 있으며, 상영 전 광고 수익은 전부 극장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은 영화 상영 전 광고를 시청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극장에서는 입장권에 광고시간까지 포함시키는 꼼수를 사용하여 광고를 반강제적으로 관객들에게 노출하고 광고비를 취해왔다. 이와 관련해 국민대학교 법학과 한창희 교수는 극장이 "약정 이외의 정보를 제공하여 관객들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헌법상 '사상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극장 측의 생각은 어떨까. CGV 홍보팀에 문의해본 결과, 최근 영화산업 불황으로 인해 극장에서 광고시간이 조금 길어진 것 같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광고시간이 기존에 비해 다소 길어지긴 했지만 상업광고뿐만 아니라 예고편이나 공익광고도 편성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부담을 주는 수준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롯데시네마 측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그 정도의 광고시간은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태도였다.

결국 지금으로서는 극장의 이러한 '횡포'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은 없다. 다만 관객들이 극장에 가기 전에 영화의 실제 상영시간을 살펴본다면 불필요한 광고는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영화진흥협회나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더 이상 관련 법 조항이 없다고 '나 몰라라'해서는 안 된다. 극장이 불황을 핑계 삼아 관객들에게 10분이 넘어가도록 광고를 보여주는 것은 분명히 소비자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극장의 이기적인 상술에 피해 받고 있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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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극장티켓판매구조 극장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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