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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복 시민기자
 고기복 시민기자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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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 아래 인권위)는 지난 24일 '2008년 10대 인권보도'를 선정·발표했다. 종합일간지, 지상파 방송, 인터넷 등에서 추천된 전체 76건의 후보작 가운데 인터넷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고기복의 이주노동자 이야기”가 뽑혔다.

인권위는 "전문기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 인터넷 등 뉴미디어를 통해 4년여 정기적인 기고 활동을 했으며 특히 제도개선까지 이어짐으로써 이주노동자 인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04년 6월 16일 첫기사를 올리면서 시작된 '고기복의 이주노동자 이야기'는 11월 24일 현재 230회(전체 기사 387건)가 연재됐다. 이를 계산해보면 월 평균 약 5건, 주당 약 1~2건씩의 기사가 쉬지 않고 만 4년 5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연재기사에 포함되지 않은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지난 23일 오후 그가 대표로 있는 '용인이주노동자쉼터(아래 쉼터)' 사무실에서 고기복 시민기자를 만났다. 쉼터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허름하고 낡은 건물 6층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마침 쉼터에 도착했을 때 고기복 기자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추어 사이먼 &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를 참 잘했다. 그의 옆에는 이주노동자 두 명도 함께 있었다. 나를 반겨주는 노래냐고 농담 삼아 인사를 건넸더니 이주노동자들과 가끔씩 함께하는 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상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소감부터 물었다.

"이주노동자 이야기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겠다"

"의외였지만 전화 받고 기분이 좋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가 부각 중인 시점에 상을 받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 좀 더 전문성을 키워 기사를 써야겠다.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 쓰는 사람에게 인권위에서 상을 준다니까 그나마 인권위가 독립적인가 싶기도 하다."

고기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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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에 이주노동자 관련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
"2003, 2004년 당시만 해도 이주노동자들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절박했다. 외국인이주노동자협의회(외노협) 사무국장 할 때였는데 매일성명서 보도자료 논평을 언론사에 보냈지만 대부분 무시했다. 때로는 우리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씩 왜곡되기도 해서 언론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현장의 소리를 내보자고 시작한 것이 <오마이뉴스> 기사쓰기였다.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게 해 준 <오마이뉴스>에 고맙게 생각한다."

- 기사에 대한 '안티'도 많은 걸로 아는데.
"일정 부분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기사와 상관없는 댓글 달거나 지나친 아집을 보이면 답답하기도 했다. 악성 댓글이 달리면 자기 검열을 하게 되는데, 좀 더 객관적으로 쓰고 문제를 직시하는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맙다.(웃음)

안티(주로 일용직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자신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잘해 주는 것이 결국 한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잘해 주는 것이 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잘못해 주면 한국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도 힘들어지지 않겠는가. 노동자연대를 통해서 서로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지 한 사람을 배격하거나 한 쪽을 소외시킴으로써 다른 한 쪽이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 '이주노동자 이야기' 연재기사는 언제까지 쓸 건가?
"기회가 되는 한, 쓸 수 있을 때까지 쓸 계획이다. 제목이 '이주노동자 이야기'이지만, 결혼이주민 이야기도 쓰고 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 다문화하면서 이주노동자는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다. 결혼이주민 그 가운데서도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의 배우자에게만 초점 맞춘다. 소외되는 게 이주노동자이고 적극적으로 배제되는 계층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써야할 게 많다고 생각한다."

고기복 기자는 누구?
고기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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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 논리적 대화가 가능한 세상,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

목사이자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 (사)한국해외봉사단연합회(KOVA) 이사장이다.

다음 카페 용인이주노동자쉼터-내가쓰는시편(cafe.daum.net/mypsalms) 운영. 2006년 10월 <오마이뉴스> 이 달의 뉴스게릴라상을 수상했다.
-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처음 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군 제대 후 영어 공부하러 필리핀에 갔었고, 대학 졸업 후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 자격으로 인도네시아 가서 2년 있으면서 자연스레 이주노동자와 만나게 됐다. 의도적으로 만난 것은 아니고 인도네시아어, 영어를 할 줄 아니까 자연스레 만나게 된 것이다. 대학원 졸업하면 해외 봉사활동 나가려고 했는데 그러다 발목 잡혔다.(웃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인데, 그게 나라면 하겠다는 생각에서 했다. 많이 피곤하긴 한데 다양한 사람들 만나고 그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등 의미가 있다."

- '용인이주노동자쉼터'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2004년 12월부터다. 보다시피 모두 각각의 방으로 돼 있어 건물 효율성이 떨어진다. 결혼이주민 교육도 여기서 못하고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 빌려서 한다. 큰 교육은 바깥 건물 빌려서 하고 속닥한 교육만 쉼터에서 하니까 건물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 형편만 되면 옮기고 싶지만…."

- 쉼터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는 상담이다. 최저임금·체불임금·퇴직금 문제, 아픈 사람 상담. 그리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어 교육, 컴퓨터 교육. 갑자기 오갈 데 없어진 사람들 쉬어갈 수 있도록 숙식제공. 매달 한 번씩 무료진료 등을 한다." (어제도 40명이 쉼터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 쉼터 운영 재정은 어떻게 마련하나?
"큰 후원자가 별로 없는데 문 안 닫고 굴러온 게 신기하다. 내가 목사이니까 하나님께서 필요할 때 채워주시는 거라 생각한다. 풍족하진 않지만 몇 개 교회에서 도와준다. 개인 후원자가 다른 단체에 비해 적다. 이주노동자 챙기기에 바빠 개인 후원자 모을 여력이 없다. 나까지 7명이 쉼터에서 일하는데 지난 8월까지는 급여를 다 줬는데 그 후 못주고 있다. 자원봉사처럼 해 주고 계신 것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인권은 떨어지기 쉽고 상처받기 쉬운 꽃, 세심한 배려 필요"

고기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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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인데 목회 활동은 따로 안 하나?
"일요일에 쉼터 직원들끼리 예배 보는 것 말고는 없다. 목회까지 하며 이 일 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더욱이 ㈔한국해외봉사단연합회(KOVA) 이사장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힘들다."

- 이주노동자 인권과 관련해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 5가지를 꼽는다면?

"첫 번째, 미등록자문제(불법체류자)는 정책의 일관성 유지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 단속하면서 다치는 문제(마석에서도 있었고 천안에서도 3명이 한꺼번에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도 최근 너무 심각하다.

두 번째, 이주노동자들의 정착·지원 업무가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중소기업중앙회로 넘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민영화인 셈이다. 민간은 이윤 추구하기 때문에 고용주 편일 수밖에 없다. 과거의 산업연수생제도보다 악한 제도로 회귀할 수밖에 없어 상당히 심각하다.

세 번째, 다문화 담론에 문제가 있다. 결혼 이주민에 대해서는 많이 다루지만 체류 외국인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배제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안한다. 정책도 그렇고 우리 사회도 그렇고. 다문화 담론이 좀 더 균형 있게 흘러야 한다. 지나치게 민족적이거나 폐쇄적이어서는 안 된다. 최근 이주노동자 단체마저 다문화단체로 바뀌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정부와 민간에서 배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네 번째,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해고, 임금 체불이 많다. 환율 때문에 손해 보는 이들도 많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힘들다. 이를 제대로 풀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다섯 번째, 정부가 민간에 위탁을 주는 사업의 교부금 등 지원이 특정한 데 집중되는 문제가 있다. 정부에서 신규 근로자 지원센터 만들 때도 전혀 관련 없는 단체를 지원해 주더라. 이주노동자들 입장에서 보면 웃기는 거다. 그러다 보니 이주노동자 현실은 변한 게 없이 착시현상만 일어나고 있다. "

- '인권'이 뭐라고 생각하나?
"목사 입장에서는 각각의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형상이 있다는 것,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모두 섬김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고 존중 받을 자격이 있다는 거다.

이는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가 주장하고 투쟁하면서 얻어지는 거다. 우리 사회는 투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할 만큼 각박하고 가진 자 중심, 힘의 논리 중심이다. 인권은 떨어지기 쉽고 상처받기 쉬운 꽃과 같아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시장성 때문에 폐기된 출판, 기회가 되면... 

- 끝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누군가 책으로 내 줬으면 좋겠다. 나는 이것이 우리 안의 우리 이야기라고 본다. 알리고 싶지 않고 감추고 싶기도 한 우리 안의 우리 이야기가 바로 이주노동자들 이야기다. 한국의 체류 외국인만 놓고 보면 증가 속도가 엄청나다. 2001년도에 47만 명 정도였는데 2008년 117만 명이 넘는다. 전체 인구대비 2%를 넘었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게 책으로 나와서 더 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이 읽게 되면 사회 갈등을 완화하고 통합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웃음) 경기만 좋았어도….(한숨 섞인 웃음) 실제로 출판 제의가 두 차례 있었다. 그러나 원고 정리까지 마치고 최종 발간 직전에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두 건 모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주노동자들과 상담을 하는 고기복 기자의 얼굴에서는 항상 미소가 함께 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겐 그 모습만으로도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이주노동자들과 상담을 하는 고기복 기자의 얼굴에서는 항상 미소가 함께 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겐 그 모습만으로도 위안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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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복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에도 상담을 위해 쉼터 사무실을 찾는 이주노동자들이 제법 있었다. 그들과 상담을 하는 고기복 기자의 얼굴에서는 항상 미소가 함께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겐 그 모습만으로도 위안이 될 것 같았다.

고기복 기자는 25일 오전 인권위에서 '2008년 10대 인권보도' 시상식을 마치고 오후에 베트남으로 떠난다.

베트남 법무부와 옥스팜(영국에 본부를 둔 민간인 자금으로 조성된 기관, 옥스퍼드 기근구조위원회, Oxford Committee for Famine Relief)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이주노동자 법적 지원에 관한 워크숍'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주노동자 이야기' 기사 연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이주노동자들과 한 삶이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 듯 보였다. 그가 부른 노래처럼 '스스로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기 위해' 오늘도 그는 뛰고 있다. 

'2008년 10대 인권 보도'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서 언론 종사자의 인권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인권보호 증진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의 자발적인 생산을 확산하기 위하여 올해부터 시작한 인권 친화적 보도 · 방송물 발굴 사업의 결과물.

선정을 위해 언론사 및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 · 추천을 받았으며, 종합일간지 보도와 지상파 방송(보도 · 시사 · 교양)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후보작을 발굴했다. 그 결과 추천된 후보작 76건 가운데 10건을 선정한 것이다.

인권위는 2008년 이 사업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분기별 및 연간으로 10대 인권보도를 선정할 계획이다. '2008년 10대 인권 보도'는 25일 오전 10시 인권위 7주년 기념식에서 함께 시상식을 갖는다. 상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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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주노동자, #국가인권위,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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