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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의 한자 표기, 객차 내 노선도 표기, 국철 표기.(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우리말로는 같지만 한자 표기는 제각각이다.
▲ 서울역 표기 3종세트?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의 한자 표기, 객차 내 노선도 표기, 국철 표기.(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우리말로는 같지만 한자 표기는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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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驛, 新大方삼거리, 南部터미널, 뚝섬遊園地.'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지하철역 이름'이고 둘째는 한자로 바꿀 수 없어 '한글이 섞인 한자어 표기'라는 점이다.

한글과 로마자 표기는 서로 섞이지 않아 읽는데 무리가 없지만, 한자는 순 우리말을 표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혼용상태를 방치하고 있다. 한글은 한국인, 로마자는 영어권 외국인을 위한 표기라고 했을 때, 한글과 한자가 섞인 국적불명의 혼용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유형 1] 우리말과 한자, 무조건 만났다

한자 표기가 '彌阿'로만 되어 있어 왼쪽에 있는 미아역과 역명이 유사하다. 외국인이 볼 땐 '彌阿'와 '彌阿○○○'로 별 차이가 없다.
▲ 서울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 한자 표기가 '彌阿'로만 되어 있어 왼쪽에 있는 미아역과 역명이 유사하다. 외국인이 볼 땐 '彌阿'와 '彌阿○○○'로 별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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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역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 서울역을 꼽을 수 있다. 철도와 연결된 역이기에 지하철을 타면 일본어와 중국어로 안내방송까지 듣게 된다. 하지만 정착 표기에는 '서울驛'이라 되어 있다.

서울시는 몇 해 전부터 서울이란 고유지명을 알리기 위해 '首尔(서우얼)'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1호선역의 표기는 아직도 '서울驛' 그대로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객차 내 노선도에는 한자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서울시에서 홍보하는 간체 '首尔'이 아닌 번체 '首爾'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번체'는 한국과 일본 등에서 사용하는 한자 표기고 중국에서 사용하는 획수가 줄어든 한자 표기는 '간체'다. 비록 다른 한자표기와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라 할지라도 '서우얼'이라는 표기가 한자권 방문자를 위한 배려인데 번체를 이용하면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미아삼거리, 신정네거리, 신대방삼거리, 뚝섬유원지, 어린이대공원 등도 '네거리'나 '어린이' 등을 한자어로 바꾸지 못해 '뚝섬遊園地' '어린이大公園' 등으로 섞어 표시하고 있다.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의 경우에는 지명과 단지 사이에 디지털을 한글로 써놓고 있다. 특히 미아삼거리와 신대방삼거리는 미아역과 신대방역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혼란을 겪을 우려도 있다.

[유형 2] 이번 역에서 한자는 쉽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은 순우리말이기 때문에 한자 표기를 생략했다. 왼쪽 신대방삼거리역 표기는 한자와 한글이 섞여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은 순우리말이기 때문에 한자 표기를 생략했다. 왼쪽 신대방삼거리역 표기는 한자와 한글이 섞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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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선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5~8호선에는 독특한 역명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장승배기', '보라매', '굽은다리' 등이다. 이런 지명은 한자어를 섞을 수도 없다. 순 우리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아무런 한자 표기는 과감히 생략한다. 우리말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용한 역 이름인데 한자어를 쓰지 않았다고 타박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다른 역과 비교해 볼 때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형 3] 이화여대는 梨大, 숙명여대는 淑大入口?

흔하게 볼 수 있는 역명 가운데 하나가 대학교 이름을 따온 것이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은 이화여대, 4호선 숙대입구는 숙명여대 근처에 있어 이런 역명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말로 '이대'라고 한다고 한자까지 '梨大'로 표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해당역의 영어표기가 'Ewha Woman's Univ.' 'Sookmyung Women's Univ.'인 만큼  '梨花女大'와 '淑明女大'로 쓰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덧붙여 '서울大入口'는 '首尔大學校'로 바꿔야 한다.

비슷한 예로 1호선 '外大앞(외대앞)' '東廟앞(동묘앞)'은 '앞'이란 한글을 떼고 '韓國外大' '東廟'라고 쓰는 것이 깔끔하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표기 찾아야

중화권 승객은 읽을 수 없어 '난감'하다.
▲ 한자로 표시할 수 없는 지하철역 중화권 승객은 읽을 수 없어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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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일본에서 온 유학생 데라모토 카오리(24)씨는 "지하철에 표시된 한자는 일본에서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할 때 큰 무리가 없지만 한자와 한글이 섞여 있는 곳을 보면 헷갈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동포 진팡셴(42씨)는 "지하철에 한자가 있어도 중국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한자가 대부분이다. 한글을 알면 무리 없이 이용하겠지만 한글을 모른다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서울시 지하철 관계자는 "지하철 역명은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결정하고 표기에 관한 것은 담당자가 따로 있지만 어색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기존의 표기법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대해선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

어색한 한자표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많은 사람들의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글을 적당한 한자어로 바꾼다면 삼거리나 네거리 등을 어떻게 바꿀지, 외국인을 위한 안내 차원에서 수정한다면 중국인 관광객이나 다른 한자권 관광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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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지하철 , #한자표기,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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