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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고서는 이럴 수가 없습니다. 하긴 모든 사람이 미쳐서 사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돈에 미치고, 명예에 미치고, 정욕에 미치고…. 세상에 여러 분야에서 미친 현상이 아무리 많이 나타난다 해도 종교가 미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미친 자들을 향하여 미치지 말라고 말해야 하는 종교가….

저는 지금 참혹한 심정으로 미친 종교인, 미친 기독교인, 광신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같은 기독교인이기에 누워서 제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라 참 그렇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워도, 마음 아파도, 가슴 한 구석이 무너져도, '이건 아니다' 싶기에 감히 글을 쓰려 합니다.

감싸주진 못할망정 비판한다고 혹 다른 크리스천에게 욕을 먹는다 해도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같은 기독교인(광신자도 기독교인으로 본다면)을 비판하는 글을 써야만 하는 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그리고 한심스럽기까지 합니다.

광신도의 짓이니 넘어가자고요?

문제의 지폐를 우리교회 헌금바구니에서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스탬프로 찍은 글씨는 1000원짜리 지폐 안팎으로 찍혀 있었습니다.
 문제의 지폐를 우리교회 헌금바구니에서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스탬프로 찍은 글씨는 1000원짜리 지폐 안팎으로 찍혀 있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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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0일자 <불교신문>에는 "서울 조계사 대웅전 보시함에서 '예수 믿으면 천당, 불신자는 지옥'이라는 스탬프 글씨가 찍힌 돈과 함께 여의도 모 대형교회 헌금봉투 다섯 개가 발견돼 불교계가 격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때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비판하며 대규모 불교도집회를 준비 중인 때였습니다.

당시 조계사 이세용 총무과장은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일 오후 불전함을 열어보니 모 교회의 헌금봉투 다섯 장이 들어있었는데, 각각 1000원씩 들어있어 당황스러웠다"며 "특히 돈에는 '예수 믿으면 천국, 불신자는 지옥'이란 문구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화난('뿔난'이란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릅니다) 불심에 기름을 붙는 꼴이었지요. 이런 사건에 대하여 불교계는 일제히 기독교계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계는 두 가지 반응이었습니다. 첫째 반응은 기독교인 짓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만난 한 성도는 이 사건에 대하여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그리스도인이 그 짓을 했겠느냐"며 차라리 불교계에게 화살을 돌렸습니다.

불상 훼손 사건이나 교회 화재 사건이 났을 때도 이와 비슷한 반응이 종종 있었습니다. 당한 자가 꾸민 자작극이라는 거지요. 상대의 입장을 불리하게 전개시키려는 의도의 악의적 행동이라는 겁니다. 얼마든지 가능한 추리일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두 번째 의견은 정상적인 기독교인의 짓이 아니란 겁니다. 그렇다면? 광신도의 짓이라는 것이지요. 어쨌든 불교계와는 달리 기독교계는 어떤 의견에 동조하든 정상적인 기독교인 짓은 아니라는 선에서 이 사건을 비켜가고자 했습니다. 미친 종교인 짓이라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그 사건은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1000원짜리 뒷면에는 “예수님 믿으면 천국 불신자는 지옥. 아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1000원짜리 뒷면에는 “예수님 믿으면 천국 불신자는 지옥. 아멘”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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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천원 지폐, 헌금바구니에서 발견하다 

그런데 지난 23일 제가 그 문제의 지폐를 우리 교회 헌금바구니에서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스탬프로 찍은 글씨는 천원짜리 지폐 안팎으로 찍혀 있었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의 사진이 있는 앞쪽에는 "주 예수님을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아멘"이라는 성구(사도행전 16장 31절)가 적혀 있고, 뒤쪽에는 "예수님 믿으면 천국 불신자는 지옥. 아멘"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대부분 교회에서 설교할 때 사용하는 성구요 문구입니다. 그럴 때면 성도들은 으레 동의한다는 뜻으로 "아멘"하며 화답하지요. 당연히 기독교의 기본적인 교리를 말하는 내용입니다. 또한 전도를 할 때도 흔히 사용하는 성구며 문구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그 성구와 문구가 엉뚱한 데 새겨져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산을 타다가 바위에 새겨진 이름을 만날 때 눈살을 찌푸립니다. 자연을 훼손했다는 이유지요. 심지어는 '자연보호'라는 문구를 적어 철사 줄로 나무에 꽁꽁 묶어 나무를 훼손하는 걸 볼 때는 차라리 그런 행동을 한 이를 원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돈에 전도 문구를 새긴 걸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바위에 새겨진 이름으로 그의 이름이 유명해지거나 영원히 남는 게 아니듯이, 돈에 새겨진 성구나 문구 때문에 전도가 되지 않는다는, 차라리 전도가 막힌다는 생각은 안 해본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기독교인이든, 광신도든, 아니면 다른 그 누구든지 간에, 그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 짓거리 그만하라"고. 이런 행위는 쓸데없는 짓이며, 남들에게 심지어는 기독교인들에게조차 혐오감을 주는 일이라고.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해도 광신,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라고.

얼마나 더 예수를 욕되게 할 것인가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계속된다. 지하철 분당선에서...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고함소리는 일부 자성의 목소리 보다 더 크게 들린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계속된다. 지하철 분당선에서...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고함소리는 일부 자성의 목소리 보다 더 크게 들린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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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는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란 외침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돈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해대는 기독교인을 누가 정상인이라고 보겠습니까. 바라건대 제발 기독교인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기독교인이라면 제발 그 짓거리를 그만 두기를 바랍니다.

기독교 교리는 근본적으로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다. 사회는 결과만으로 평가할지 모르지만, 예수는 과정, 결과에 더하여 그 수단과 방법을 봅니다. 좋은 결과를 위한 일이어도 나쁜 방법이라면 용납하지 않습니다. 혹 그런 일로 전도가 된다 해도 예수의 방법은 아니란 말입니다.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광신도여! 예수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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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갓피플, 뉴스앤조이, 당당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광신자, #예수천당, #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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