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응원단들이 18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한국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대만 응원단들이 18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한국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메아리 응원 18일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한국-대만 전에서 울려퍼진 대만 응원단의 함성. 3루쪽 응원석에서 선창하면, 건너편 1루쪽 응원석에서 따라하는 식 응원. 대만팀 홈구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정도였다. ⓒ 유창재


"홈런 쳐! 멀리 쳐!"

18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대만 전에서 울려퍼진 대만 응원단의 함성이다. 3루쪽 응원석에서 선창을 하면, 건너편 1루쪽 응원석에서 따라 하는 식으로 응원이 이어졌다. 마치 대만팀 홈구장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정도였다.

이날 오전 11시 30분(이하 현지 시각)부터 3시간 30여 분간 열린 한국-대만 야구 예선전은 9대 8로 한국팀이 승리했지만, 응원전은 대만과 중국인들이 어울려 펼친 응원이 한국 응원을 압도했다.

이날 1, 2회에서 한국팀은 대만 선발 양지앤푸를 잘 공략했다. 고영민 선수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포함해 무려 8점을 뽑으면서 5차 예선전은 쉽게 풀어가나 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 취재기자는 "10점을 넘기면 콜드게임 선언돼 일찍 끝나겠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야구는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끝나는 경기였다.

대만 선수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2회말 선두 타자 펑정민의 기습 번트에 이대호 1루수가 베이스 터치를 하려는 순간, 평정민이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결국 세이프 선언이 이뤄졌다. 이때부터 대만의 공격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여기에 우리팀 실책까지 포함해 2점을 내줬다. 한국 선수들이 '8점'이란 점수 때문에 미리부터 승리에 도취됐다가 한 방 먹은 듯했다.

대만-중국 합작 응원... '메아리 응원'으로 경기 압도하다

 한국 응원단들이 18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대만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한국 응원단들이 18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대만과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한국팀의 초반 선전에 100여 명도 안 되는 한국 응원단은 쉽게 경기가 풀리는 것으로 기대하고, 따가운 햇살 아래 경기를 편안히(?) 관람하는 듯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1, 2회 한국 선수의 맹공에 1, 3루 쪽 펜스에 자리잡은 수많은 대만, 중국 응원단은 간간이 "찌아요!"를 외칠 뿐이었는데, 2회말 대만의 반격에 응원 분위기는 대만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어진 3회초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은 대만의 다음 투수인 니푸터를 공략하지 못하고, 6회초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5회말, 대만팀이 선발 봉중근을 공략하고 나서자 1, 3루 응원석은 서로 주고받는 '메아리 응원'과 '파도타기 응원'이 펼쳤다. 대만에서 원정 온 응원단을 주축으로 경기 분위기를 압도했다.

결국 6회말 경기는 8대 8 동점을 이뤘다. 대만팀이 초반 대량 실점에도 꾸준히 열띤 응원을 벌인 대만 응원단에게 힘이 실렸다. 우커송 야구장은 대만팀 응원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간혹 1루쪽 펜스에서 한국 응원의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대만팀 응원 목소리에 쉽게 묻혔다.

7회초 이대호 선수의 사구 볼넷. 김경문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대주자 이용규 선수를 내보냈다. 그리고 이어진 이진영 선수의 좌익수 앞 안타로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강민호 선수가 교체된 대만 투수를 상대로 우익수 앞 안타를 쳐 1점을 만회했다. 아쉽게도 우리 대표팀은 좋은 기회를 1점만 뽑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자 대만팀 응원은 더욱 거세졌다. 조립구조물로 만든 응원석에서 음악소리에 맞춰 발을 구르기도 하고, 대만 선수들에게 "멀리 쳐!", "삼진 잡아!" 등 주문의 목소리가 커졌다. 금세라도 역전될 분위기였다.

7회말 대만팀도 한국팀의 우익수 실책으로 무사 2루 기회를 잡았다. 대만팀 감독도 대주자를 내보내면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한기주 선수가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이어 구원 등판한 권혁 선수가 나머지 아웃카운트를 잡고 7회말 경기를 마무리했다.

제몫 한 윤석민... 세이브 챙기다

 한국의 윤석민이 18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대만과의 경기에서 9대8로 승리한 뒤 강민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국의 윤석민이 18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대만과의 경기에서 9대8로 승리한 뒤 강민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유성호


한마디로 매회 '살얼음판'이었다. 8회초에도 한국팀은 만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결국 득점을 얻는데 실패했다. 8회말 수비는 권혁이 대만의 첫 선수를 삼진으로 잡고, 이어 윤석민 선수가 마무리로 나와 최고 147킬로미터(전광판에 찍힌 속도)의 빠른 구속으로 대만 타자들을 제압했다.

9회초 한국팀은 볼넷과 안타로 1사 1, 2루 찬스를 잡았으나 교체된 대만 투수를 공략 못하고 병살타로 공격을 끝냈다. 그러자 대만 응원단은 "9회말 공격에서 경기가 뒤집어 승리하자"라고 함성을 질렀다.

다행히 대만 응원단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9회말, 윤석민은 3명의 타자를 투수 앞 땅볼과 유격수 땅볼, 삼진 낫아웃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제서야 손에 땀을 쉽게 풀릴 수 있는 경기가 상대를 너무 쉽게 본 탓에 어렵게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취재 후기] 대만팀 응원에 취재 본문 망각하고 '엄지' 날리다!
 한국의 고영민이 18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대만과의 경기에서 1회초 2사 1,2루 타석때 좌중월 3점 홈런을 친뒤 더그아웃에서 팀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한국의 고영민이 18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대만과의 경기에서 1회초 2사 1,2루 타석 때 좌중월 3점 홈런을 친뒤 더그아웃에서 팀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유성호


한국 대표팀이 연승하고 있는 가운데 다소 약체로 평가되는 대만을 맞아 손쉬운 경기를 펼치리라 예상했다. 그리고 우커송 야구장을 찾아 1, 2회 경기를 볼 때만해도 경기 내용보다는 응원단의 이모저모를 취재하는데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4회말 대만의 공격을 보며, 특히 경기장을 지배하는 대만팀 응원 열기를 직접 느끼면서 이대로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취재보다 응원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기자 본분을 잊은 채 한국인으로서 응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날 한국인 응원단 수는 앞선 한-미전, 한-일전과 달리 많지 않았다. 띄엄띄엄 앉아서 응원하거나 1루쪽 펜스 한쪽에 100여 명도 안 되는 인원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대만팀을 응원하는 원정응원단과 현지 중국인들은 1, 3루 쪽과 외야쪽을 채우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나는 대만 응원단과 중국인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혼자 목청껏 소리 높이기보다 빨리 이 같은 분위기를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전해 멀리서나마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택한 방법은 '엄지뉴스'. 베이징으로 취재를 오면서 해온 T로밍 서비스를 이용한 문자 전송이었다.

경기장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으면 기사 등을 통해 분위기를 전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도 안되거니와 살을 까맣게 태우는 뜨거운 햇살 아래 가방 속에서 컴퓨터를 꺼낸다는 자체가 불가능했다. 평소 문자메시지를 잘 못했지만, 이날만큼은 최선을 다해 문자판을 두드렸다. 그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17건의 문자 생중계를 했다.

옆에 자리에 있던 중국인들과 캐나다인들은 내 목에 걸린 프레스 카드를 보고 기자임을 알고 내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다가 '사진 전송'과 '문자 전송'을 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

 개막식을 두 시간 앞둔 오후 7시(한국시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앞.(휴대폰 촬영)

개막식을 두 시간 앞둔 오후 7시(한국시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앞.(휴대폰 촬영-엄지뉴스 송고) ⓒ 유창재


앞서 지난 8일 올림픽 때에도 냐오차오 앞에서 엄지뉴스를 보내고, 길거리에 앉아 기사를 작성했다. 이때 중국 방송에서 나를 간단히 인터뷰하기도 했다. "온라인(인터넷) 미디어로 바로 기사를 송고하고, 사진 역시 바로 전송이 가능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해줬더니, 우리의 인터넷 미디어 환경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엄지뉴스로 보낸 사진이 개막식 현장 중계 기사에도 반영되기도 했다.

다음은 내가 <오마이뉴스> 엄지뉴스로 보낸 문자를 소개한다. 나로서는 순간 순간이 손에 땀을 쥐게 했고, 급박했다. 우리 대표팀을 향한 엄지 뉴스 응원이 결국 한국 대표팀의 승리에 일조했다고 스스로 만족했다.

 18일 '엄지뉴스' 화면 갈무리

18일 '엄지뉴스' 화면 갈무리 ⓒ 오마이뉴스


[베이징 문자 생중계-한국 대 대만경기]
 

 18일 우커송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다가 응원의 절박함이 들어 바로 엄지뉴스로 현장 소식을 전했다.

18일 우커송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다가 응원의 절박함이 들어 바로 엄지뉴스로 현장 소식을 전했다. ⓒ 유창재

▲ 우커송 야구장 4회말 현재 8대2로 앞서고 있음. 대만! 응원 열기 압도하고 있음 / 2008.08.18 13:58:41
▲ 5회 경기 끝. 대만이 4점 획득, 한국 투수 교체 한기주 구원. 대만응원 장난 아님. 한국팀에 힘을!! / 2008.08.18 14:32:11
▲ 6회말,  8대8 동점. 현재 1사 2루 대만 홈경기장 같음. 힘내라 한국! / 2008.08.18 14:50:08

▲ 7회초, 한국팀이 무사 1루 2루 되자 대만 투수교체 앞서 한국도 이대호 포볼 때 대주자 내보냄 승부수 /  2008.08.18 14:59:55
▲ 7회 초, 강민호 안타로 역전 무사1 3루 찬스는계속 / 2008.08.18 15:04:38
▲ 7회 초, 김민재 삼진∼ 고영민 파울 아웃 아! / 2008.08.18 15:08:37
▲ 7회 초, 공격종료 아쉽게 1점만 득점 대만공격을 잘막길 응원해주세요 응원열악해요 한국서 힘을 / 2008.08.18 15:12:32

▲ 7회 말, 한기주 우익수 실수로 주자 내보낸 후 연속 삼진처리 후 교체. 권혁 구원 마무리까지 갈듯  / 2008.08.18 15:20:38
▲ 7회 말, 권혁 2사3루 상황을 삼진으로 막고 위기 넘김. 대만응원단 잠시 소강상태. 힘내라 한국!!  / 2008.08.18 15:26:06

▲ 8회초/ 이진영 안타로 2사 만루 한국응원 살아납니다. 제발 추가 점수 나길  / 2008.08.18 15:42:16
▲ 8회초/ 아쉽게 강민호 삼진 중국대만응원단 열광 마지막까지 대한민국 힘 내길 손에 땀흘리게 하네요  / 2008.08.18 15:45:31

 18일 한국-대만 전에서 어렵게 어렵게 한국대표팀이 9대 8로 승리했다. 경기를 끝내고 들어가는 선수들. 엄지뉴스 전송 사진.

18일 한국-대만 전에서 어렵게 어렵게 한국대표팀이 9대 8로 승리했다. 경기를 끝내고 들어가는 선수들. 엄지뉴스 전송 사진. ⓒ 유창재

▲ 8회 말, 투수총력전? 한국팀 권혁 삼진 한명 잡고 윤석민으로 교체 철벽마운드로 마무리! 어찌돼든 이겨  / 2008.08.18 15:49:32
▲ 8회 말, 윤석민 첫타자 안타 내줬지만 삼진 내야 땅볼 마무리 마지막 공격수비 잘해 8회 마무리. 승리하라 대한민국  / 2008.08.18 15:56:53

▲ 9회 초, 한국 1사1 2루 찬스 대만투수교체 김민재 이종욱 홈으로 들어오길!! 추가득점으로 쇄기  / 2008.08.18 16:02:38
▲ 9회 초 / 아! 정건우 병살 ㅡ헉! 대만 응원은 이겼다 환호 우리선수들 한 점 잘 막아주세요!!! / 2008.08.18 16:05:51

▲ 9회 말, 윤석민 3자 범타로 깔끔 마무리 한국 9대8 승 고생했습니다 우리선수  / 2008.08.18 16:11:03
▲ 한국 대 대만 야구, 마무리하고 경기장 나가는 선수들  / 2008.08.18 16:19:39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야구 베이지옹림픽 엄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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