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베이징 노동자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복싱 플라이급(51kg) 8강전에 나선 이옥성와 라드 셰리프(튀니지) 선수와의 대결. 키가 큰 이옥성은 4라운드 내내 원투 스트레이트 선제 공격과 이어지는 몸통 공격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4라운드 종료 점수는 5-11로 완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17일 열린 웰터급(69kg) 8강전 김정주 선수와 드미트리우스 안드레이드(미국)와의 경기는 이와 반대였다. 2007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이자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안드레이드가 빠르고 강한 주먹으로 시종일관 압도하는 듯 했지만 오히려 김정주가 11-9로 판정승하며 4강에 올랐다.

올림픽 복싱 중계방송을 통해 채점 방식에 대한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기 후 점수가 집계되는 동안 선수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두근거리며 한국 선수의 손이 올라가기만을 바라다가 우리 선수의 손이 올라가는 순간 내 손마저 짜릿해지던 추억은 간데없고, 경기 중에 실시간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TV 화면이 마치 컴퓨터게임 같아 보인다.

AIBA(아마추어국제복싱연맹)은 판정시비를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1989년 제 5회 세계선수권대회(러시아)부터 전자채점기 방식을 도입하였다. 그 후 보완을 거듭하여 정착된 컴퓨터 채점 방식은 아마추어 복싱의 공정한 판정은 물론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채택된 주요 방식을 살펴보면, 선수들의 글러브는 10온스(약 283g)로, 프로경기에서 쓰이는 6~8온스보다 두터운 글러브로 선수의 안전을 고려했고, 이 글러브에는 주먹 정면(knuckle part)에 흰 띠를 둘러서 이 부분으로 가격했을 때만을 공격 점수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유효 가격 기준은 가드 위나 팔꿈치나 주먹으로 막아낸 주먹이 아닌, 얼굴이나 몸통의 정면이나 측면부위를 너클 파트로 가격하는 순간 5명의 심판 중 3명 이상이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손으로 쓴 채점표를 경기 후에 집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심판은 채점표나 필기구 없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AIBA는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을 겸했던 2007세계선수권부터 새로운 공격촉진룰도 도입했다. 클린히트라도 뒤로 빠져 도망가면서 내뻗는 주먹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옥성이 16강전에서 1회에 상대 선수의 복부와 얼굴에 깔끔한 펀치를 가격했음에도 점수로 인정되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공격촉진룰 때문이었다.

또한, 올림픽이 끝나는 2008년 8월 이후에는 헤드기어를 벋고 경기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헤드기어로 인해 주먹에 의한 충격을 오히려 머리 전체로 전달하는 면이 있고, 선수 시야를 가리는 면이 있어 헤드기어를 벗기로 했지만, 그 사이 최요삼의 사망으로 인해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아 다시 한번 기술위원회의 논의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3, 4위전이 없는 올림픽 4강에 진출한 김정주는 일단 동메달을 확보함으로써 올림픽 복싱종목에서 2회 연속으로 메달을 딴 두 번째 선수(이승배 1992년 동, 1996년 은)가 되었다. 헤드기어를 쓰고 벌이는 마지막 대회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 대회에서 1988서울올림픽(김광선, 박시헌) 이후 20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하기를 기대해 본다.

복싱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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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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