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한국 원정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한국 원정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 남소연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짜요 이따리"를 외치며 이탈리아팀을 응원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짜요 이따리"를 외치며 이탈리아팀을 응원하고 있다. ⓒ 남소연

 

"대∼한민국!"

"찌아요(파이팅)! 이따리!"

 

10일 저녁 한국과 이탈리아의 베이징올림픽 축구 본선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허베이성 친황다오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은 경기 내내 이 두 함성이 가득 했다. 마치 중국이 아닌 이탈리아로 한국 대표팀이 원정 경기를 온 듯 했다.

 

앞서 중국인들은 지난 7일 한국-카메룬 전에서 이미 한국인들의 응원을 보고 익숙해진 것인지, 한국인들의 응원 구호 리듬을 깨는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도 베이징에서 출발한 한국인회와 재중 대한체육회 등을 통해 모인 700여 명의 응원단을 실은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친황다오를 찾았고, 이들은 고속도로 출구부터 현지 공안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경기장에 도착했다. 이들보다 앞서 친황다오 경기장을 찾은 교민과 원정 응원단 등 한국인 응원단 수까지 합하면 경기장에는 8천여 명의 한국 응원단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경기도 한국의 일방적인 응원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차장에서 내려 경기장으로 500여 미터 이상을 걸어가야 하는데, 그 도중에 중국인들이 응원용 소형 태극기를 손에 들고 팔고 있기도 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한국 원정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한국 원정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 남소연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짜요 이따리"를 외치며 이탈리아팀을 응원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짜요 이따리"를 외치며 이탈리아팀을 응원하고 있다. ⓒ 남소연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하니 예상은 빗나갔다. 경기 시작 전 한국 응원단의 연습 때는 침묵하고 한국인 응원단의 모습을 담느라 바빴던 중국 관중들. 이들은 머리 스타일을 축구공 모양으로 자르고, 노란색 다양한 색으로 염색한 독특한 차림을 한 학생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저녁 7시 30분(현지 시각), 이탈리아 선수들이 소개되자, "이탈리아! 찌아요!"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어 본격적인 경기에 들어가자 태도가 확 달라졌다. 특히 이탈리아 선수들이 공을 잡고 공격할 때, 결정적으로 골을 넣을 때 중국인들의 이탈리아를 향한 함성이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한국인들이 응원을 펼치자, 중국인들의 응원은 잦아들었다. 중국인 자원봉사자인 양징(Yang Jing)은 "한국 응원단의 열기는 정말 대단하다"면서도 "이탈리아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국인 응원에 힘 받은 이탈리아 응원단, 웃통을 벗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이탈리아와 중국인들이 "짜요 이따리"를 외치며 이탈리아팀을 응원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이탈리아와 중국인들이 "짜요 이따리"를 외치며 이탈리아팀을 응원하고 있다. ⓒ 남소연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이탈리아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3만 명을 수용하는 친황다오 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대부분이었다. 이탈리아인들은 중국인 관람객 사이사이에 간간이 보일 뿐이었다.
 
전반전이 2-0으로 이탈리아가 앞선 상황에서 끝났다. 잠시 쉬는 시간 중국 응원단을 둘러보니, 이탈리아 응원단이 마치 중국인처럼 웃통을 벗고 앉아 있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몇몇의 이탈리아인들이 손에 든 대표팀 유니폼을 흔들며 "이탈리아!"라고 선창했고 중국인들이 "찌아요!"를 따라 외쳤다.

 

특히 공안은 한국 응원단과 이탈리아를 연호하는 중국인들 간의 응원 열기가 가열될 우려가 있는 지역에는 공안요원과 자원봉사자를 보강 배치했다.

 

중국 공안 바이 펜지이는 "대부분의 중국인이 이탈리아를 응원하고 있어 한국인과 중국인의 충돌이 걱정되긴 한다"며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짜요 이따리"를 외치며 이탈리아팀을 응원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인들이 "짜요 이따리"를 외치며 이탈리아팀을 응원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한국이 같은 아시아 국가이기에 한국을 응원하는 중국인이 많아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인의 응원에 대해 "대단히 열정적이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경기는 패했지만, 응원은 인기 만점

 

공안의 우려처럼 한 때 응원 열기가 과열돼 긴장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경기장 1층 서쪽에 자리 잡은 대학생 원정 응원단 200여 명이 열성적인 응원을 펼쳤다. 이들 양옆으로는 중국인들이 다수 앉아 있었다.

 

밤 9시 15분경, 이미 두 골을 먹고 고전분투하는 한국팀을 향해 "괜찮아!", "승리를 위하여!" 등 다양한 응원을 했다. 갑자기 중국인들이 대학생들을 가리키며 "찌아요! 이탈리아!"를 연호했다.

 

그러자 대학생들은 "이탈리아!" 부분을 "코리아!"로 맞서 함성을 질렀다. 순간 학생들의 뒤쪽에서 "찌아요!" 함성이 공격하듯 들렸다. 양쪽 모두 자리에 일어난 상황에서 팽팽한 응원전이 벌어졌다. 결국, 우리 대학생 응원단이 "아리랑"을 부르자,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정리됐다.

 

아쉽지만 이날 한국 대표팀은 '우승 후보' 이탈리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카메룬과의 예선 첫 경기에서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무승부를 기록한 한국 대표팀은 이탈리아 전 패배로 8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얼굴에 태극기를 그린 채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응원한 이태호(전북대 1학년) 씨는 "중국인들의 열성적인 이탈리아 응원이 마치 이탈리아 홈그라운드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면서 "이에 맞서 우리 선수들이 힘내도록 열심히 응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역시 이탈리아의 벽은 높다는 것을 느꼈고, 온두라스 전에서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면서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유학생들이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이 열린 10일 중국 친황다오 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중국 현지 유학생들이 한국팀을 응원하고 있다. ⓒ 남소연

 

전후반 90분 내내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열성적인 모습을 보여준 응원단. 이들은 경기가 끝난 후 자신들이 앉았던 자리 주변의 쓰레기를 말끔히 치우기도 했다. 이에 한 중국인 자원봉사자는 "중국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경기장 밖에서 마무리 응원을 펼쳐 중국인들의 '디카 세례'를 받기도 했다. 한국 응원단들은 군복을 입고 헬멧을 쓴 군인들을 지나 경기장 남쪽 출입구 밖에서 모여 또다시 "대∼한민국!" 등 구호를 외치며 한 바탕 흥겨운 마당을 펼쳤다.

 

[이 장면] 한국인 채증하는 중국 공안
 

 한국-이탈리아 올림픽 축구 예선 경기가 열린 10일 친황다오 경기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배치된 공안과 달리 허리에 찬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은 공안이 한국 대학생 원정 응원단 뒤쪽에 앉아 경기 장면이 아닌 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찍었다.

한국-이탈리아 올림픽 축구 예선 경기가 열린 10일 친황다오 경기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배치된 공안과 달리 허리에 찬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은 공안이 한국 대학생 원정 응원단 뒤쪽에 앉아 경기 장면이 아닌 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찍었다. ⓒ 유창재

한국과 이탈리아 전에서 중국 공안은 바빴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한국인 응원단의 가방에서 응원도구인 꽹과리와 북, 나팔, 호루라기 등을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으며, 열성적인 응원을 펼치는 한국인 응원단과 인접한 중국인 이탈리아 응원단 사이에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접촉을 막기 위해 경기 내내 서 있었다.

 

특히 한국인 대학생 응원단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 200여 명의 대학생들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러 한국에서 원정을 왔는데, 공안들이 이들의 뒤쪽에 앉아 움직임을 예의 주시했다.

 

공안은 경기장 곳곳에 모여 응원하는 다른 한국인 응원단과 달리 조직적이고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대학생들의 얼굴을 카메라와 캠코더로 담았다.

 

경기장면을 찍는 척하면서 자리를 이탈하는 학생과 조금 과하다 싶게 움직이는 학생, "찌아요! 이탈리아!"를 외치는 중국인 응원단에 맞서 "대∼한민국!" 함성을 지르는 학생들 등의 모습을 기록했다.

 

이들은 경기장에 일반적으로 배치된 공안과 달리 허리에 무전기를 차고,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대학생 응원단 뒤쪽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한 명은 사진기로, 다른 한 명은 소형 캠코더로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8.11 11:3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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