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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한 차선 확보'를 내걸고 2000년부터 매달 자전거 대행진을 하고 있는 발바리. 그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사정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자전거 한 차선 확보'를 내걸고 2000년부터 매달 자전거 대행진을 하고 있는 발바리. 그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사정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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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전거교통수단분담률(이동거리를 고려치 않은 교통수단 분담 비율)은 3%. 일본과 네덜란드의 8분의 1, 네덜란드의 14분의 1 수준이다.

1995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마련된 뒤 지난해까지 자전거 이용시설을 만들고 늘리는 데 총 1조2432억 원을 쏟아부은 결과가 겨우 이 정도다. 게다가 자전거 전문가들은 실제 분담률이 3%도 안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 8일 행정안전부(장관 원세훈)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국가 주요 전략과제로 뽑아 중점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고유가 시대에 발맞춰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절묘한 시점에 발표한 정책이었다.

행정안전부는 13년 동안 제자리걸음한 결과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해서 정리했다.

▲ 자전거는 차로 정의돼 있으나 자동차에 통행우선권이 부여돼 자동차에 의한 위험에서 무방비 상태다 ▲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사고 발생시 '차'라는 점 때문에 대부분 자전거 이용자가 책임을 진다 ▲ 제방·고수부지·이면도로 등 주민 생활동선과 연계성이 부족하다 ▲ 대중 교통수단과 연계하는 지점에 보관소 등 편의시설이 적다 ▲ 시설 투자에 치우쳐 소프트웨어 쪽 투자가 소홀했다 ▲ 자전거 이용 활성화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들쑥날쑥하다.

진단은 올바르다. 그리고 행정안전부는 이전과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우선 '나홀로 자전거 정책'을 버렸다는 게 눈에 띈다. 자전거는 특성상 여러 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진행해야 할 게 많다. 자동차를 대신할 때 공해 감소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는 환경부, 광역자전거도로망을 만들 때는 국토해양부, 교통신호 체계 마련에서는 경찰청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전남 신안군이 마련한 자전거 타고 섬 여행처럼 새로운 관광수요 개발에는 문화관광부도 관련 부서이며, 자전거가 수출·수입 상품이란 점에서 지식경제부도 관계가 있다. 자전거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도 한몫 거들어야 한다.

관련부처와 함께 자전거정책협의회 만들기로

자전거 도로 한 복판에 있는 전봇대. 우리나라 자전거 정책의 현주소다.(경기도 안양에서)
 자전거 도로 한 복판에 있는 전봇대. 우리나라 자전거 정책의 현주소다.(경기도 안양에서)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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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만들기로 한 자전거정책협의회에는 지식경제부, 환경부, 경찰청, 기획경제부, 국토해양부 등이 참가대상에 올라 있다. 관계부처 차관이 위원으로 참가하며, 관련업무 담당과장으로 이뤄진 추진기획단이 실무를 맡는다. 나름대로 구색을 갖췄다.

자전거정책협의회는 8월 중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을 확정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법령 개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상당히 빡빡한 일정이다.

정책협의회가 할 일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법령과 제도 정비'다. 13년 동안 자전거 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도로교통법상 지위, 도로통행 우선순위 조정, 자동차 운전자의 자전거에 대한 주의 의무 제도화, 자전거 사고 처리, 관련보험제도 도입, 자전거 신기술개발 지원 등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라면 혹할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문제는 아직까지 이 내용이 행정안전부의 '의지' 수준이라는 점이다. 관련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손도 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도로통행 우선순위와 관련 대목은 안전 문제 때문에 경찰청의 반발이 심하다. 대중교통 흐름을 새로 짜야 할 가능성도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현재 자전거 우선순위를 4순위에서 2, 3순위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도로교통법상 1순위는 긴급자동차, 2순위는 자동차, 3위는 원동기장치자전거이며 자전거는 4순위다.

지역별로 획일 평가기준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감안한 평가기준을 개발하겠다고 한 것도 이전 자전거 정책에서 한 발 앞서간 점이다. 국내 도시는 평지인 데다 도심지가 집중돼 있어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 있는가 하면, 인구밀도가 낮고 산악지형이 많아 자전거 타기 어려운 곳도 있다.

또한 인근 지자체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아 자전거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연계해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하천을 중심으로 도로가 발달해 하천 자전거도로를 개발하면 출퇴근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무엇보다 자전거도로와 자전거주차장 설치 등 하드웨어 중심에서 법령과 제도 정비, 교육 강화 등 소프트웨어 쪽에 비중을 두겠다고 한 것은 큰 진전이다.

행정안전부는 자전거 동호회 등을 자전거 교실 운영 등에 적극 참여케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교육과정에 교육 및 학습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자전거 도로, 이용시설 등을 일방공급형에서 수요대응형으로 바꾸기로 한 것도 높이 살 만한 대목이다.

상주시 자전거 수단분담률이 50%, 정확한 실사자료 아쉬워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돼 있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진 못하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돼 있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진 못하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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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된 안만으론 환영하긴 이르다. 관계부서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자전거 정책을 행정안전부가 확정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사자료를 통해 관련 부처를 설득해야 한다.

아직 행정안전부는 자전거에 관한 기초자료가 없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인구가 얼마인지, 그들의 평균 이동거리가 얼마인지, 주로 이용하는 도로가 어디인지, 대중교통과 연계하는 비율은 얼마 정도 되는지 등은 자전거 정책을 세울 때 필요한 자료다. 하지만 이런 데 대해 행정안전부는 전혀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

자전거를 타는 연령대, 자전거 보험 필요성 여부 같은 세부 통계는 기대하기 힘들다. 유일하게 인용한 기초자료는 한국교통연구원이 만든 '자전거 주이용 목적'이다. 여기엔 이용목적으로 레저가 48.1%, 쇼핑이 21.1%, 통근과 통학은 각각 6.0%, 4.3%라고 돼 있다.

게다가 이번 발표에선 통계자료를 잘못 인용하는 누를 범했다. 자료에 나온 상주시 자전거 수단 분담률은 50.3%. 출퇴근 때 도로의 절반이 자전거라는 뜻으로 자전거를 가장 많이 탄다는 네덜란드나 덴마크보다 높은 수치다. 상주대학교가 상주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상주시 교통수단분담률은 18.6%다.

이번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 방향은 올바르다. 단 구체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믿음이 떨어진다. 자전거이용실태 조사가 올해가 끝나는 11-12월에 잡혀 있는 점도 어딘가 순서가 바뀐 느낌이다.

한편 행정안전부에서는 교통수단 분담률을 1%만 높이더라도 에너지절감과 환경개선으로 연간 5천억 원 이상 효과가 있으며, 교통혼잡 해소, 국민건강, 삶의 질 향상 등을 고려하면 실제 이익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 교통 혼잡비용은 2005년 기준 약 23.7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그:#자전거, #행정안전지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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