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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3일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높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자세와 미숙한 국정운영으로 벌써부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습니다. '영어몰입교육' 논란과 '강부자 내각' 시비에 이어 주특기로 내세웠던 경제정책도 방향감을 잃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졸속 협상에 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민심은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출범 100일 밖에 안 되는 정권이 위기에 처한 이유가 무엇인지, 전문가와 시민기자들의 기사를 통해 진단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된 행정공공성 사수 공무원노동자 결의대회에 대학교 2학년인 딸과 참석한 한 공무원이 "우리는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기에 아닌 것은 아니오라고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된 행정공공성 사수 공무원노동자 결의대회에 대학교 2학년인 딸과 참석한 한 공무원이 "우리는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기에 아닌 것은 아니오라고 한다"고 말하고 있다.
ⓒ 이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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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공무원들에게 영혼이 없길 강요하고 있다. 지금 공무원들은 '우왕좌왕', '갈팡질팡', '좌불안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1월 3일 국정홍보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홍보처 소속 고위공무원이 "우리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이란 자조적인 표현을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와 반대로 지난 26일 미국산 쇠고기 협상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즉각 재협상해야 한다"며 영혼이 있음을 밝혀 누리꾼들의 격려가 쇄도하고 있다. 그는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산하 농림수산식품부지부 지부장인 이진씨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100일. 공직사회는 구조조정, 연금법 개정, 민영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책 등으로 패닉 상태다. 지방자치단체 한 공무원에게 "새 정부 출범이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의 어떤 변화가 있었냐?"고 묻자 "겨우 100일이냐 100년은 족히 넘은 듯하다"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압축해 표현했다.

[공무원 구조조정] 인구 늘고 행정욕구는 증가하는데 공무원 수 줄이라고?

지방공무원 1만명 감축안이 발표되자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사진은 지난 4월 12일 공무원노조에서 개최한 행정 공공성 사수 결의대회 한장면)
 지방공무원 1만명 감축안이 발표되자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사진은 지난 4월 12일 공무원노조에서 개최한 행정 공공성 사수 결의대회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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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아래 행안부)는 5월 1일 올해 안에 일반직 지방공무원 1만 명을 감축하고 지자체 총액인건비를 최대 10%까지 줄이는 내용으로 '지방자치단체 조직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이행할 것을 권고했다.

말은 권고지만 개편안을 따르지 않는 지자체에는 교부세가 지원되지 않는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부에서 예산을 틀어쥐고 중앙집권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행안부의 권고에 대해 공무원노동단체는 물론 지자체까지 반기를 들고 있다.

손영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는 인원감축으로 예산을 절감하겠다지만 사실은 공공성을 훼손하고 그 다음에 공공서비스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신규채용을 줄여 구조조정 한다지만 수가 줄어든 만큼 공무원들의 노동 강도가 세져 행복하지 않은 공무원이 어찌 국민을 섬길 수 있겠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충북의 경우 행안부의 권고에 따라 이달 20일까지 각 지자체는 조직개편안을 도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5월 말까지 조직개편안을 제출한 곳은 도를 포함해 4개 지자체가 고작이다. 나머지 9개 지자체는 내부 반발을 이유로 제출을 미루고 있다. 또한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기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의 고민은 설사 인구가 줄더라도 주민들의 복지와 행정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에 있다. 이 때문에 부서마다 공무원의 증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구조조정안을 선뜻 제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교부세를 포기하더라도 행정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없다는 시장·군수들의 의지도 한몫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행안부 조직개편안에 대한 반발 수위는 더욱 세다. 신도시 개발로 1년에 수 만 명씩 인구가 늘고 있지만 행안부 개편안 대로라면 오히려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 공무원 1만명 감축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행정안전부가 있는 중앙청사 건물 앞에서 집회를 하는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사진은 4월 12일 행정 공공성 사수 결의대회 한장면).
 지방 공무원 1만명 감축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행정안전부가 있는 중앙청사 건물 앞에서 집회를 하는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사진은 4월 12일 행정 공공성 사수 결의대회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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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의 동탄은 신도시 건설로 1년 만에 인구가 4만 명 넘게 늘었다. 이밖에도 향남, 봉담, 남양 등에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어 수년 안에 인구 100만을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민원 수요가 폭주해 공무원들은 "나 스스로를 생각해도 불쌍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화성시는 올해 공무원 25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지만 행안부 개편안을 따르려면 오히려 106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조직개편안을 따를)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는 판교 신도시 건설로 인구가 53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구청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개동사무소와 보건소, 도서관에 필요한 공무원 200여명을 새로 채용해야 하지만 166명의 구조조정인원이 할당됐다.

뻔한 행정수요지만 나중에 늘리더라도 일단 줄이라는 것이 행안부의 요구다. 성남시 관계자는 "신도시에 주민들이 입주하기 전인 12월 안에 공무원을 채용하고 조직개편을 마무리해 구청을 개청해야 한다"며 "조직개편을 6월 말까지 하라는데 하게 되면 8월에 또다시 조직개편을 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행정력이 낭비되고 주민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과 경기뿐만 아니라 모두가 사정은 비슷하다. 지자체 조직담당자들은 "국민들이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원해 행정수요가 폭주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막가파식으로 당초 계획에 꿰어 맞추려 한다"며 "정확한 행정수요 조사나 조직진단 없이 불도저식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지자체 공무원 A씨(50·행정6)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완료되자 정부에서 '원산지 표시를 단속할 공무원이 부족하다'며 전담부서와 인력을 늘리라고 했다"며 "한쪽에선 늘리라고 하고 한쪽에선 줄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웃기는 코미디 정책이냐"며 비난했다.

A씨는 "청년실업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면서 정부가 나서서 뽑아 놓은 공무원의 채용을 미루면서까지 무리하게 구조조정하고 있다"며 "지금의 정부정책은 실용이란 포장으로 갈팡질팡, 우왕좌왕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무원 연금법 개정] 나도 속고 우리 가족도 속았다

공무원 연금법 개정이 공직사회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은 지난 4월 12일 공무원노조에서 개최한 행정 공공성 사수 결의대회 한장면)
 공무원 연금법 개정이 공직사회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은 지난 4월 12일 공무원노조에서 개최한 행정 공공성 사수 결의대회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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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가 지난 3월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 신규자는 국민연금과 같은 수급구조로 개편 ▲ 재직자는 현재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재설계 ▲ 기금 수익 일부를 연금 재정에 충당해 정부 부담 완화 등 공무원연금의 재정안정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금년 상반기 중 관련 법률 국회제출을 목표로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시안을 4월중 마련하고, 5월중 관계부처 협의 후 공청회와 입법예고를 거쳐 6월중 정부안을 확정하여 국회에 제출한다고 보고했다.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의 공무원연금 개편안이 발표되자 공무원들은 '속았다'는 분위기다. 본인뿐만 아니라 연금으로 노후를 함께 할 가족까지 정부가 싸잡아 속였다고 항변한다.

올해로 공무원 30년차라고 밝힌 지자체 공무원 B씨(55·행정5급)는 "처음 공무원 시작할 때 쌀 2가마니 반을 살 수 있는 6만5500원을 받았다"며 "정부에선 급여는 낮지만 노후를 보장받을 연금이 있으니 성실하게 일하라고 홍보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한숨을 토했다.

B씨는 "정부에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비교해 끌어내리려고 하는데 국민연금이 노후보장이 안 되는 것이 잘못"이라며 "국민들의 노후가 보장되도록 끌어올리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서 형평성에 안 맞는다는 논리로 잘못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연금제도와 관련해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내용의 일부다.
 공무원 연금제도와 관련해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내용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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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권조차 없는 경찰과 소방공무원들도 동요하긴 마찬가지다. 경찰 생활 31년차라고 밝힌 P씨(53·경감)는 "근무 여건이 열악해도 연금 하나 바라보고 성실하게 근무했는데 이마저도 줄인다니 배신 당한 느낌이고 경찰 동료들이 나와 같은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공무원노동단체들은 연금에 문제가 있다면 수혜자인 당사자들과 논의를 거쳐야 함에도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무원노조는 논의기구인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 공무원 단체의 참여를 봉쇄한 채 개정안을 만들고 심지어 참석자에게 배부된 회의자료마저 수거했다고 행안부의 폐쇄성을 비난했다.

정용천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연금의 재정적자 원인은 IMF 이후 15만 명의 공무원 구조조정 비용과 재해부조금, 사망조의금 등 정부가 부담해야 할 부분을 연금에서 지출한 때문"이라며 "그동안 성실하게 연금을 납부한 공무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을 옳지 않다"고 밝혔다.

영혼 없길 강요하는 정부, 미국산 쇠고기 안전 홍보하라고?

한미FTA저지 대전충남 농축수산 부문위원회는 26일 오전 충남도청 앞에서 '정신나간 시장군수'들이 농민과 촛불을 든 여고생을 뿌리치고 20억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농림부의 회유에 넘어가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미FTA저지 대전충남 농축수산 부문위원회는 26일 오전 충남도청 앞에서 '정신나간 시장군수'들이 농민과 촛불을 든 여고생을 뿌리치고 20억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농림부의 회유에 넘어가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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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자체장을 비롯해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영혼을 팔라고 강요하고 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놓고 국회공방이 치열했던 지난주 농식품부 공무원은 지자체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장관에 대한 지지서명을 종용했다.

이는 임각수 충북 괴산군수가 26일 지역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양심고백을 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임 군수는 이날 "농식품부 핵심 관계자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고 집요한 회유가 있었다"며 "재정 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로서 농림수산식품부의 회유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보다 앞선 5월 7일 '미국산 쇠고기 관련 교육자료'를 각 지자체에 보내 공무원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홍보할 것을 지시했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지난 4월18일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기술협의를 타결하고 대국민 홍보를 추진 중에 있으나, 최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어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교육 자료가 적극 홍보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산하기관과 읍면동에도 즉시 전파해 주시기 바란다"고 시달했다.

행정안전부에서 국민들에게 홍보하라고 공무원들에게 보낸 자료의 일부
 행정안전부에서 국민들에게 홍보하라고 공무원들에게 보낸 자료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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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의 136쪽짜리 교육 자료는 ▲ 광우병 괴담 10문 10답 ▲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의결과 및 대책 ▲ 미국산 쇠고기 관련 문답자료 ▲ 보도자료 ▲ 담화문 등으로 구성됐다. 이 자료에는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해 협상이 이루어졌고, 3억 명의 미국인과 교포가 먹는 '안전한' 쇠고기가 수입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자체 공무원 C씨(43·농업6급)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진실은 국민들이 더 잘 알고 멕시코, 필리핀, 일본 협상에 비추어 잘못된 협상을 했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안다"며 "국회 청문회 때 대답도 제대로 못해 놓고 공무원들에게 홍보자료 주고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씨는 이어 "현장에서 축산농민들과 함께하는 공무원으로서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다는 홍보지시를 단호히 거부하겠다"며 "고유 업무가 있는 4명의 직원이 원산지 표시 대상 1200개가 넘는 업체를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무리 아니냐?"고 반문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공직환경 변화에 대해 일선 공무원들은 "몰아세워도 너무 몰아세운다"며 "사기진작은 고사하고 최소한 예측 가능한 생활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푸념한다. 또 "일하는 공무원이 신바람 나야 행정서비스를 받는 국민들도 행복할 수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공동명의로 발표된 담회문의 일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공동명의로 발표된 담회문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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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소통을 강조했다. 공무원들이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도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는 일방통행식,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공무원 전체의 의견을 듣기 어려우면 공무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의 의견이라도 듣고 소통을 통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먹통정부'가 아닌 '소통정부'로 다시 태어나 첫돌인 내년 2월에는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고 평가 받길 기대한다.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한 자료의 일부다. 하지만 지난 22일 김규옥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상수도, 의료보험, 고속도로 민영화가 전혀 검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한 자료의 일부다. 하지만 지난 22일 김규옥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상수도, 의료보험, 고속도로 민영화가 전혀 검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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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공무원, #구조조정, #연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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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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