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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오지랖 넓고, 은근슬쩍 잘난 척하는 백시향, 시청자들은 분노한다!
 착하고 오지랖 넓고, 은근슬쩍 잘난 척하는 백시향, 시청자들은 분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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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순가련한 착한 여성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저렇게까지 착하기만 한 여성이 이 세상에 있을까?

사실, 인간 누구나 본성은 다 착하다. 그것이 정도의 차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착한 여주인공들은 무얼 믿고 그리 착한 것일까? 특히 요즘처럼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이 시대에 제 것을 남에게 양보하고 남을 무조건 믿어주고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착한 여주인공 여전히 콩쥐처럼 착하고, 오지랖이 삼천리를 넘어서려 한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착한 여주인공이 있다.

바로 <아현동 마님>의 백시향(왕희지)와 <그래도 좋아>의 효원(김지호)가 대표적이다.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라는 옛말이 있다. 허나 이젠 정말 옛말이 되었다. 무조건 착하고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닌 시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다.

하지만 바보처럼, 이러한 인과응보 법칙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착한 심성을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잘못 오해하게 될 경우 시향과 효원처럼 시청자들로부터 분노를 유발케 하기도 한다.

인과응보의 법칙을 믿는 그녀들의 미련함

<아현동 마님>의 경우 극 중 초반에 백시향의 우유부단함과 식구들에게 떠밀려 성종(이동준)에게 시집을 가게 되는 방송이 전파를 타면서 42살이나 먹은 여성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바보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사실 마흔이 넘어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다. 물론 집에서 맏딸로 잘나가는 직업을 가진 그녀가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모습을 감안해 본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을 감안해도 백시향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성종사장과의 결혼을 감행한 것은 42살 여성으로서의 행동은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자신의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들이대는 <아현동 마님>의 금녀(박준금)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못 말리는 콩쥐 콤플렉스는 시향보다 <그래도 좋아>의 효원이가 한 수 위다. 자신의 엄마 나정희(이효춘)가 서회장(김용건)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명지(고은미)의 악행을 모두 감내했다. 명지가 자신의 약혼자였던 태주(김현균)을 꼬여내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마저 명지의 행동을 이해하고 참는다.

훗날 같은 집으로 시집을 가서 끊임없이 악행을 저지르고, 자신의 남편 동생인 석경(김효서)의 남편(김성준)과 명지가 내연녀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명지가 자신의 친동생이라는 사실 하나에 두 눈 질끔 감아버린다.

효원이는 과연 어디까지 참고 이해할 수 있을까를 시험하는 것처럼 명지를 이해하고 다독여주고, 구원해 준다. 하지만 그럴수록 명지는 반대로 악랄해질 뿐이다.

이처럼 두 주인공 모두 착한 심성을 지녔고, 집안의 부모님에게 잘하는 효녀이며, 시집 어른을 공경하는 착한 며느리이다. 거기에 백시향은 유능한 검사에, 효원이는 일을 잘하는 구두디자이너로 둘 다 빼어난 미모를 지녔다.

이러한 완벽한 공통분모를 지닌 두 사람이지만 너무나 완벽하고 착하지만 시청자들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요즘 세상에 찾아보기 힘든, 아니 현실 속에서 찾기 힘든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착해도 옳지 못한 것에 대해 눈감아 주는 것 자체가 공범이나 다름없으며, 현실에서 자신의 것을 빼앗기고도 원치 않은 일을 강요받아도 이해하고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을 작가들이 간과하는 듯하다.

오히려 부잣집을 만나서 시집을 가겠다는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등장하는 나영의 솔직함과 이기심에 우리는 더 공감한다.

오지랖이 삼천리를 뒤덮는 그녀들


콩쥐 컴플렉스에 제대로 걸린 효원이 과연 언제쯤 병을 극복할까?
 콩쥐 컴플렉스에 제대로 걸린 효원이 과연 언제쯤 병을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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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그녀들의 또 다른 치명적인 결점이 바로 오지랖이 남들보다 넓다는 것이다. 그 오지랖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더 분노할 수밖에 없다. 착한 척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착한 척하느라, 오지랖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시향은 자신의 친구와 성종 사장이 교제하고 혼전 동거에 들어가자, 친구를 만나서 동거를 중지하라고 설득한다. 성종 사장의 누나(이휘향)을 위해서였다. 그 정도쯤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어 남편과 대화에서 성종 사장을 만나서 동거는 안 된다고 말하겠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말을 잘 듣는 편이니 설득할 수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목에서 그녀의 오지랖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더욱이 자신의 말을 잘 듣는다고 굳건히 믿는 그 오만함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런 모습은 효원이도 마찬가지이다. 명지의 부탁을 위해서 시동생 남편을 만나 외국으로 떠나라고 말을 대신 하는가 하면 명지의 악행으로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그 죄를 다 짊어지고 가려 한다.

그런 오지랖에 시청자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의 동생이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 하나로 가시밭길을 자초하고 있다. 더욱이 효원이의 말 한마디에 <그래도 좋아>의 갈등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즉 효원이가 모든 사건의 열쇠를 지고 있음에도 말을 너무나 아끼고 명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나 커 계속 갈등이 거듭되고 있다. 오히려 그러한 오지랖 넓은 효원이의 행동이 명지의 악행이 도를 넘어서게 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콩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산다!

이 두 주인공의 착한 심성은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시대가 흘러서 어느덧 착한 콩쥐의 모습이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몇몇 드라마를 볼 때 여 주인공의 당당함이 오히려 호감을 사는 것을 볼 때 시향과 효원이는 시대착오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 부분을 작가들이 간과하고 놓치는 모양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당당하며, 이기적일 땐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헌데 두 여성은 여전히 행동과 말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는 여주인공들은 콩쥐 콤플렉스에 빠진 이들로 그려서는 안 된다. 두 드라마 모두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지만 정작 여성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에 공감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아현동 마님>은 최근 12살 차이에 사랑을 극복하며 결혼에 골인해 드라마의 주요 소재가 사라진 지금, 시향의 존재는 희미해졌고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데 부족한 느낌이다. 효원이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악행을 저지르는 명지에 시청자들은 호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작가들은 하루빨리 이 착하고 오지랖 넓은 그녀들을 구원하지 않으면 결국 여주인공들보다 다른 이들이 더욱더 빛을 발할지도 모른다.


태그:#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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