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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雪)

마갈궁에 사는 목마른 염소가
뿔로 들이박아서
살짝 금이 간 물병자리에
바람이 차다

물병의 금 간 틈으로
새어 나온 물방울들이 흘러 들어서
바싹 여위었던 구름은
점점 부풀며 무거워지고

염소를 좇아온
반인반마(伴人伴馬) 궁수자리의 사냥꾼이
염소를 겨냥하여 쏜 화살이 빗나가
만삭의 구름을 맞추자

진통도 없이 평화롭게
비명도 없이 고요하게
뚫린 구름 구멍 사이로
송이 송이 하얀 눈송이들 펑펑 쏟아져 내린다

마른 강물을 조여 오는 얼음장 위로
반갑게 고개를 내밀어
눈송이를 받아먹고 있는
물고기들의 붉은 아가미가 촉촉히 젖고

멀리 백양궁에서 갓 태어난 어린 양의
가느다란 울음 위에도
피 묻은 등성이 위에도
눈은 내려 쌓이고 있다

<시작 노트>

폭설이 내려 거실에서 하릴없이 별자리로 보는 오늘의 운세나 읽고 있는 겨울날 주말 아침, 밖에서는 궁수자리에서부터 양자리 사이에 태어난 겨울 아이들이 환성을 지르면서 신나게 놀고 있다.

눈이 쌓인 도로 위를 설설 기는 자동차들도, 빙판이 된 골목길을 벌벌 떨며 걷는 행인들도 아랑곳없이, 겨울 아이들은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눈을 뭉쳐 서로 던지면서 놀고 있다. 작은 눈덩이를 굴려 만든 뚱보 눈사람을 놀이터에 세워 한겨울을 지키고 있다.

아, 폭설을 서설로 바꾸어 놓는 겨울 아이들의 천진한 놀이! 궁수자리 사냥꾼이 쏜 날카로운 화살은 평화롭게 녹이 슬고, 백양궁 어린 양의 피 묻은 잔등은 고요하게 탈색된다. 별자리로 보는 오늘의 운세에 내리는 눈은 언제나 서설이다.

덧붙이는 글 | * 겨울철의 탄생 별자리

궁수자리(人馬宮) : 11월 22일~12월 21일
염소자리(磨羯宮) : 12월 22일~1월 19일
물병자리(寶甁宮) : 1월 20일~2월 18일
물고기자리(雙魚宮) : 2월 19일~3월 20일
양자리(白羊宮) : 3월 21일~4월 20일



태그:#눈,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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