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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 국민은 '경제살리기'를 내세운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경제를 '살리자'고? 그럼 지금 한국 경제는 '죽은' 상태라는 말일까.

 

그래서 우리 경제부 기자들한테 물어봤다. 그렇지는 않단다. 객관적인 지표로 봐도 한국 경제는 괜찮은 편이란다. 게다가 올해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 첫해이기도 하다.

 

우리가 정말 가난할까

 

한국노총이 발표한 2007년 노동자 월 평균임금은 247만 3000원이다. 노동단체가 자신들의 월급을 뻥튀기하진 않았을 테니 정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내 월급은 여기에 조금 못 미친다. 마흔다섯 나이에 노동자 평균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좀 못사는 축에 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먹고사는데 별 불편함이 없다. 스물네 평 아파트에 살면서 돈에 구애받지 않고 점심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다. 명품은 아니더라도 메이커 옷을 사입고, 불의의 사고나 노후에 대비해 보험도 네댓 개 넣고 있다. 또 일곱 개 사회단체에 월 1만 원씩 후원도 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도 다닌다. 나중 아들 녀석이 커서 대학 가는 게 걱정이 좀 되지만,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산층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보다 선진국이라는 나라의 국민도 특별히 돈을 잘 쓰며 사는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나라는 부강할지 몰라도 국민의 삶은 더 인색한 것 같았다. 또 매년 급증하고 있는 해외여행객의 숫자나 외식산업·레저산업이 번창하고 있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리 못사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경제대통령'에 그리도 열광하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두 가지쯤으로 본다.

 

하나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이다. 식욕·성욕·수면욕과 같은 인간의 1차적 욕구는 일단 그것이 충족되면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진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 배불리 먹고 난 직후에는 진수성찬을 차려놔도 먹기 싫은 법이다.

 

그러나 돈과 권력·명예욕 같은 2차적 욕구는 가지면 가진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한다. 100만 원을 가지면 1000만 원을 갖고 싶고, 1억을 가지면 10억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수양이 되지 않은 대중의 욕구와 그걸 이용해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세력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불공평이다. 우리 경제부 기자들은 '양극화의 심화로 중산층 이하 서민층의 삶이 한층 팍팍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해줬다.

 

나도 공감한다. '백성은 가난한 데 분노하는 게 아니라, 불공평한 데 분노한다(民은 不患貧이요, 患不均이다)'는 말도 그런 맥락이다.

 

그런데 분노의 대상이 빗나가버렸다. 양극화의 문제로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 현상이 가중되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분배와 복지를 요구했어야 옳다는 것이다.

 

나부터 깊이 반성한다

 

그러나 국민은 '경제성장이 되면 내 삶도 함께 나아질 것'이라고 착각해버렸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그런 착각을 끊임없이 유도했다.

 

물론 전체 파이가 커지면 나눠 먹을 게 많아진다는 논리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우리가 가진 파이도 충분히 나눠 먹을 만큼 크다는 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걸 잘 나누기만 해도 우리의 삶이 한층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 책임은 물론 그런 대안논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해주지 못한 진보정치세력에 있다. 단순명쾌한 '선진화론'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민주노동당마저 내놓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게 진보정치세력만의 책임일까. 이른바 진보언론의 책임은 없을까.

 

나는 적어도 스스로 '진보언론' 내지 '개혁언론'을 표방하는 매체라면, 그런 언론에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뭔가. 누군가 잘 가공해서 내놓은 것을 단순전달만 하는 게 언론인가. 운동권 뉴스를 많이 쓰기만 하면 진보언론인가. 독자(유권자)의 입장에서 올바른 의제를 만들어 내고 해결 대안까지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진보를 표방하는 저널리즘의 본령이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그동안 진보연(然)해온 나부터 깊이 반성한다.

덧붙이는 글 |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진보세력, #진보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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