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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구도가 절반의 승패를 결정한다고 한다. 나머지 절반은 후보자의 역량, 홍보전략과 선거운동, 정책과 공약 등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필자는 김두관 후보 측 언론자문위원회에 이름을 올려놨지만, 100인닷컴 기자로 이번 선거를 주로 취재했다.

많은 사람들이 김두관 후보의 경남도지사 당선을 "놀랍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남에서 이번 선거를 취재해온 기자의 입장에선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예비후보 시절부터 많은 여론조사에서 김두관 후보가 계속 이기고 있었고,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에 걸려 보도되진 않았지만 투표 직전인 31일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가 4%p 이상 이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초반부터 이기고 있었다

많은 여론조사 중 유독 이달곤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온 것은 보수 신문인 경남신문과 조선일보 정도였다. 특히 경남신문의 23~24일 조사는 이달곤 후보가 35.6%, 김두관 후보가 30.9%라고 보도했는데, 이 여론조사 응답률이 터무니없이 높은 43.8%라고 밝혀 오히려 신뢰성을 의심케 했다. (대개 응답률은 10% 내외, 높아야 15% 정도가 일반적이다.)

5월 26일 경남신문이 보도한 경남도지사와 경남도교육감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보도. 그러나 이 조사는 완벽하게 빗나갔다.
 5월 26일 경남신문이 보도한 경남도지사와 경남도교육감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 보도. 그러나 이 조사는 완벽하게 빗나갔다.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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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선거는 구도가 절반'이라고 한 것처럼 일단 구도에서는 김두관 후보가 유리한 국면이었다. 야권 단일후보라는 점이 무엇보다 큰 힘이었고, 김두관 후보는 경남에서 국회의원 세 번, 도지사 두 번을 출마해 낙선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인지도가 이달곤 후보보다 높았고, 인물의 이미지 또한 좋았다. 이 덕분에 초반부터 여론조사에서 기선을 잡은 게 아주 큰 힘이었다.

그러나 그 차이가 대부분 오차범위 안이어서 선거운동과 홍보전략을 잘 구사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선거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나라당과 이달곤 후보는 더 적극적인 선거전략이 필요했다. 일단 떨어지는 인지도를 만회하기 위해선 더 많은 언론 노출과 신문광고, 인터넷 배너광고 등이 필요했고, 기자들과도 더 자주 만났어야 했다.

한나라당, 언론대책 안일했다

그러나 이달곤 후보 캠프는 이상할 정도로 언론과 접촉에 몸을 사렸다. 언론특보가 각각 신문·방송 양쪽에 한 명씩 있었지만, 그들은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 잘 찾아가지 않았다. 후보가 기자회견을 할 때나 대동하고 나타나는 정도였다는 게 기자들의 전언이다.

반면 김두관 후보 캠프 언론특보는 수시로 혼자서 프레스센터를 찾아 기자들과 차를 마시며 후보 동정을 알려주고 기자들로부터 정보를 얻어가곤 했다.

또한 김두관 후보의 경우 중요한 정책과 공약을 수시로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달곤 후보와 한나라당은 기자들에게 별 기삿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프레스센터에 찾아가서 내놓은 말이라는 게 "열심히 할테니 잘 써달라"는 정도였다. 따라서 기자회견은 잦았지만 보도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경남도청에 출입하는 한 기자는 "한나라당이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국회의원쯤 되는 사람들이 와서 기자회견을 하면 별 내용이 없어도 기사를 써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안일함을 비판했다.

특히 선거 중반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아새끼'와 '공군 비하' 발언, 그리고 천주산 터널에 대한 '협박성' 발언이 공개된 건 민주당측 보도자료가 결정적이었다. 발언록과 동영상까지 첨부되어 있었으므로 기자들이 굳이 진위여부를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이 내용은 거의 대부분의 언론에 보도돼 이달곤 후보측에 타격을 줬다.

이달곤 후보와 한나라당은 막판에 이를 뒤집기 위해 민주당 장영달 전 의원이 김두관 후보 지지연설을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도 군대 가지 않았다, 국정원장도 군에 가지 않았다. 이러니 군이 약화됐다, 내가 김정일이라도 천안함 두 동가리 내겠다"고 발언했다며 시비를 삼았지만, 언론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동영상이 없어 실제 그런 발언을 했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고, 내용도 '아새끼'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달곤, 인터넷 선거전략이 전혀 없었다

더 결정적으로 승패를 가른 것은 인터넷 선거운동 분야였다. 이달곤 캠프에 인터넷 마인드를 가진 사람 자체가 없었던 탓인지,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개설, 운영하고는 있었지만 소통은 거의 빵점이었다. 특히 블로그는 메타블로그 활용도 전혀 하지 않았고, 트랙백이나 댓글 대화도 거의 없었다.

김두관 당선자 트위터와 이달곤 낙선자 트위터의 차이.
 김두관 당선자 트위터와 이달곤 낙선자 트위터의 차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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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http://twitter.com/dalgon79)도 개설은 해놨지만, 글을 올린 것은 고작 6개, 그것도 5월 18일 올린 게 마지막이었다. 그래서인지 팔로워 숫자도 44명에 불과했다. 김두관 후보의 트위터 팔로워가 1500명에 이르는 것과는 비교도 안된다. 게다가 김 후보측은 본인의 트위터 외에도 '경남도지사 김두관 후보 캠프' 트위터(http://twtkr.com/dk_camp)를 별도로 운영하면서 실시간으로 김 후보 동정을 올리고, 관련 글을 링크하며 우호적인 글을 리트윗(RT)하는 등 적극적인 온라인 선거운동을 벌였다.

이달곤 후보는 이미 기존 언론사 기자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파워블로거들을 우군으로 확보하는데도 완벽히 실패했다. 이번 선거기간 중 '100인닷컴'과 '경남블로그공동체' 소속 파워블로거들의 활약이 특히 활발했는데, 이달곤 후보는 100인닷컴의 블로거 합동인터뷰 자체를 거절했던 것이다.

이달곤 후보 본인이 거절한 건 아니었다. 100인닷컴이 이 후보와 직접 통화했을 땐 그도 적극적으로 좋다고 했다. 그러나 캠프측과 날짜를 잡는 과정에서 참모들이 난색을 보였다. 구체적인 거절 사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아마도 참여하는 블로거들의 성향을 미리 재단해놓고 별로 덕 볼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두관 후보가 경남지역 파워블로거 10명과 합동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달곤 후보는 블로거 합동인터뷰 자체를 거절했다.
 김두관 후보가 경남지역 파워블로거 10명과 합동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달곤 후보는 블로거 합동인터뷰 자체를 거절했다.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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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은 판단착오였다. 파워블로거들 역시 기본적인 저널리즘 마인드를 갖춘 사람들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균형은 맞춘다는 것이다. 미래연합 이갑영 경남도지사 후보나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창원시장에 출마했던 전수식 후보의 블로거 인터뷰에서도 이는 입증됐다.

오히려 블로거 인터뷰를 거절한 탓에 균형이 깨지고 집중적으로 김두관 후보에 우호적인 온라인 기사가 생산, 유통됐다. 김두관 후보는 적극적으로 블로거 인터뷰에 응했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생산된 파워블로거들의 글은 줄잡아 100여 건이었고, 이들 중 대부분이 김두관 후보를 띄우는 글이었다. 또 100인닷컴에서도 '김두관'으로 검색하면 50여 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이들 블로거들이 생산한 김 후보에 대한 우호적인 글은 다음과 네이버 등 주요 포털 검색에도 노출됐고, 다음뷰와 올블로그, 100인닷컴, 갱상도블로그 등 메타블로그를 통해 수없이 반복 노출됐다. 또 일부 글과 사진들은 아고라 등 게시판에 퍼날라져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런 기사들의 총 조회수만 해도 최소 수십 만 회, 최대 100만 회에 이르렀으니 온라인에서는 이미 김두관 후보가 대세였던 셈이다.

구태에만 의존한 선거운동이 낙선 자초했다

김두관 후보의 배너광고. 선거운동기간 내내 포털과 인터넷 신문에 노출됐다. 이상하게도 이달곤 후보는 이런 배너광고 자체를 하지 않았다.
 김두관 후보의 배너광고. 선거운동기간 내내 포털과 인터넷 신문에 노출됐다. 이상하게도 이달곤 후보는 이런 배너광고 자체를 하지 않았다.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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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유독 이달곤 후보만 인터넷 배너광고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캠프에 인터넷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김두관 후보는 100인닷컴과 경남도민일보, 경남신문 등 지역언론사 사이트는 물론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에도 배너광고를 게재해 경남지역에서 해당 포털에 접속하는 모든 이용자에게 보이도록 했다.

김두관 후보뿐 아니었다. 경남교육감으로 당선된 고영진 후보도 가장 적극적으로 인터넷 배너광고를 활용한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낙선하긴 했지만 놀라운 득표력을 보인 박종훈 후보도 배너광고를 적극 활용한 후보였다. 그러나 이달곤 후보는 인터넷 배너광고 대신 종이신문 광고만 했다. 뉴미디어는 외면하고 올드미디어만 집착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는 경남 인구의 72%가 인터넷을 쓰는 시대에 구시대적 홍보전략에만 안주함으로써 역전기회를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유세와 방송토론 과정에서도 한물 간 색깔공세나 안보위기론을 내세워 네거티브 전략으로 일관한 것을 봐도 그 캠프가 얼마나 구태의연한 선거운동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거리유세 방식에도 두 후보간 차이가 있었다. 작은 차이일 수도 있지만, 김두관 후보는 거리연설을 마친 후 몰려든 청중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악수를 한 뒤 유세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달곤 후보는 한나라당 조직을 이용해 해당 지역 시군의원 후보와 도의원 후보, 시장 군수 후보까지 함께 모아놓고 세를 과시하는데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유니폼을 입은 각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순수하게 후보의 연설을 듣고자 모인 청중들보다 훨씬 많았다. 그나마 선거운동원들이 청중의 앞을 가로막아 후보자를 볼 수 있는 시야를 막아버렸다. 게다가 연설이 끝나면 차를 타고 휑하니 떠나버렸다.

이달곤 후보 캠프에 있던 선거사무원조차 이 문제를 인정했다.

"사실 후보자 스스로 아직 머리를 숙이는데 익숙하지 않고 스킨십이 부족했어요. 그리고 인터넷 분야에도 취약했고…. 공천 잡음 때문에 한나라당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가동되지 못한 것도 한계였죠."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주완이 운영자로 있는 100인닷컴(http://www.100in.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경남도지사, #김두관, #이달곤, #온라인 선거, #선거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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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 100명과 함께하는 100인닷컴(http://www.100in.com)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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