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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혼자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 보고자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친구들과 함께 그동안의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우, 그리고 가족과 함께 떠나 아이들에게는 세상이 넓다는 것을 직접 보고 체험하게 하는 경우 등등 많은 것이 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이별로도 달라지는 것 같다. 10대는 부모님께 손 벌리면서 친구들과 어울리기 바쁘고 20대는 여자친구와 알콩달콩 시간이 필요하고 30대는 토끼 같은 자식 새끼가 먼저 보이고 40대는 아이들이 통제 밖으로 벗어나면서 그동안 고생한 마누라가 서서히 보이고 50대는 되어서야 부모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부모님은 너무 늙어 버리셨다.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생에서 여행이라는 도구를 이렇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의 아픈 흔적이 남아 있는 노동당사
▲ 전방견학 과거의 아픈 흔적이 남아 있는 노동당사
ⓒ 이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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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성원으로 보편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나이에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떻게 느끼게 해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여행의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막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한참 재잘거리는 나이의 아들 딸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어디를 갈 것인가는 항상 아이들의 교육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떤 아이템이 도움이 될까 생각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안보라는 개념을 꺼내어 들었다. 마침 가족들이 함께 전방부대를 견학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아직은 어리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과거 북한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국인 아저씨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이곳이 전방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지뢰지대 표시
▲ 전방견학 이곳이 전방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지뢰지대 표시
ⓒ 이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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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새벽 6시에 자는 아이들을 깨워 옷을 입히고 버스를 타기 위해 출발을 했다. 사전에 탱크 태워준다고 말을 잘 해둔 덕에 군말 없이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서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버스 3대가 최전방 부대가 있는 철원으로 출발했다. 강원도 철원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어디에 붙어 있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와는 다른 곳을 보게 해준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10시쯤 부대에 도착해서 사단 역사관에서 부대의 역사와 더불어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지켜냈는지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러한 것이 집중하기보다는 그저 총, 철모 등등 전시해 놓은 것에 관심이 많다. 부모님들은 이것 저것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얘기를 해주면 알고 끄덕이는지 귀찮아서 끄덕이는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세계를 보고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땅굴을 그냥 동굴로 아는 천진난만한 우리아이들....
▲ 전방 견학 땅굴을 그냥 동굴로 아는 천진난만한 우리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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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간 곳이 제2 땅굴이다. 예전에 제 3땅굴을 가 본적이 있어서 땅굴을 간다니까 그래도 쉽게 이해를 했다. 제 2땅굴은 철원 비무장지대 내에서 1975년에 발견된 땅굴로 1시간에 3만명을 이동시킬 수 있고 수색 중 북한의 방해대책 강구로 한국군 7명이 희생되었던 곳이다. 땅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안전모를 착용하고 지하로 들어서 500미터 끝까지 아주 신나게 달려갔다 왔다. 그런데 아들 놈이 질문을 한다.

“아빠 땅굴은 누가 팠어?’
“북한 군인아저씨들이 팠대”
“땅굴은 왜 팠는데?”
“어… 그러니까….”


말문이 막혀 버린다. 우리가 예전에 배웠던 것을 그대로 말해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지금의 상황을 고려해 잘 이해를 시켜 주어야 하는가! 참 난감했다. 그냥 얼버무리면서 넘어가기는 했는데 장차 이 아이들이 커서 이것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섣불리 대답하기도 힘들다. 아직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설명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에게도 어떻게 설명을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인지도 고민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사단 수색 대대에서 병사들이 먹는 소위 말하는 군대 '짬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예전에 먹어 본 그런 '짬밥'은 아니었다. 집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그런 밥이었다. 아이들도 맛있다고 잘 먹는다. 군인 아저씨들이 먹는 밥이라고 먹으면 튼튼해진다고 하니까 더 잘 먹는다.

멋있는 군인 아저씨를 모델로 폼을 잡습니다.
▲ 전방견학 멋있는 군인 아저씨를 모델로 폼을 잡습니다.
ⓒ 이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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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부대에서 전시해 놓은 각종 장비를 살펴보면서 장난감으로만 보았던 각종 총을 실제 들고 폼을 잡아보기도 하고, 아빠들은 예전의 추억을 떠올려 보고, 군인 아저씨를 모델로 삼아 사진도 찍기도 하고, 너무 무거워 낑낑거리면서도 입으로 총소리를 내면서 마치 자기가 군인이 된 양 입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중간에 "와! 군인 멋있어"라고 쓰여 있습니다.
▲ 전방견학 중간에 "와! 군인 멋있어"라고 쓰여 있습니다.
ⓒ 이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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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북한 땅을 바라 볼 수 있는 평화전망대로 향했다. 북한 땅이라고 해서 다른 것은 없지만 군인 아저씨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고 저 멀리 보이는 능선이 북한땅이고 지금은 갈 수 없는 곳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커서도 갈 수 없는 곳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바로 앞에 보이는 비무장지대 내 평평한 곳이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이곳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태봉으로 국호를 고치고 도성을 지은 터라고 한다. 2층 전망대에서 내려와 11층에 마련된 전시실에서 기록영화도 보고 각종 장비를 통해 북한도 여행을 해보고 간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차부대를 방문해서 실제 탱크와 장갑차에 올라가 텔레비전에서만 보아왔던 것을 실제로 만져 보고 내부를 들어가보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탱크 위에서 실제 기관총을 두두두두~ 하면서 쏴보고 마치 탱크부대장이 된 양 폼을 잡아 보기도 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아직 철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아직 전쟁과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한 개념을 세워주기는 힘들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에게는 자신의 가치관을 세워 나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기준을 설정해 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TV에서나 장난감으로 보았던 탱크를 실제 타봅니다.
▲ 전방견학 TV에서나 장난감으로 보았던 탱크를 실제 타봅니다.
ⓒ 이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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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라도 있으면 나중에 이러한 것을 경험을 할 수 있겠지만 아내와 두 딸을 데리고 멀리 지방에서 올라 온 가족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하는 것을 보며 나는 아들이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속으로 웃었다. 아들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 우리의 세대가 배운 안보라는 개념과 우리의 아이들이 배울 안보라는 개념에는 우리의 아버지들이 배운 안보와 많은 차이가 있듯이 괴리가 있을 것이다.

이번 전방부대의 견학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것을 바라면 안 될 것이다. 다만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곳이 전부가 아니고 지금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 아빠가 배운 것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주입하기보다는 이러한 현실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자신 스스로가 판단하고 아빠시대와는 다른 개념의 안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과거의 개념과 자신이 생각하는 개념 사이를 단절시키기보다는 그 연장선에서 새롭게 가미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과거 무조건 적대시하는 반공 교육을 받았던 아빠와 지금 자유롭게 넘나드는 북한 땅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 사이에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시간으로 가져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테마"가 있는 나만의 여행> 응모글



태그:#전방견학, #전방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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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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