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축구 이야기는 움츠러든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잔디 위에서, 그리고 살은 에는 추위를 뒤로 하고 시합하기에는 제약이 너무 많다. 하지만 선수들은 계속 축구를 한다. 하루에 수백 번 슛을 하고 패스를 하고 또 공을 막아낸다.

그나마 프로선수나 환경이 좋은 팀 선수들은 외국이나 남해, 제주도로 전지훈련을 떠나 조금이나마 따뜻한 곳에서 공을 찰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대학 축구선수들은 살을 에는 추위가 오든 눈이 내리든 항상 같은 시간에 소속 대학교 대운동장에 선다.

지난 18일 오후 충북대학교 대운동장을 찾았다. 시합도 예정되지 않았고, 드래프트도 끝났다. 오랜 기간 휴식기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항상 그랬듯 훈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어때요 나중에 축구잡지 메인모델 할만 한가요? 충북대 축구선수 이용성

▲ 어때요 나중에 축구잡지 메인모델 할만 한가요? 충북대 축구선수 이용성 ⓒ 최상진


충북대 축구부는 전용 차량이나 축구 물품지원 등이 아주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대규모 선수단을 꾸리는 사립학교와 달리 몇 명의 선수밖에 선발할 수 없고 충북 내에 축구부를 개설한 대학이 거의 없어 교류전을 하기도 힘들다.

선수들은 이런 여건 속에서도 군말 없이 하루에 두번씩 꾸준하게 운동을 한다. 대학생이라면 능히 잘할 법한 술과 담배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오히려 '술을 마시면 근육이 풀어지는 것을 느낀다'며 지난 아시안컵 기간 동안 술을 마셔 논란이 됐던 선배들을 비판한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렇게도 축구를 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다. 시합에서, 프로에서, 언론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또래 나이의 선수들에게 질투는 나지 않을까? 2군이라도 프로로 가지 않고 대학교에 왔다는 것에 후회는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연습을 마치고 나오는 이용성(MF·20) 선수를 붙잡아 인터뷰했다.

- 날씨가 쌀쌀해보이는데 춥지는 않나요?
"계속 뛰다 보면 땀이 나서 괜찮아요. 지금은 그래도 날씨가 좀 더 쌀쌀해지면 공이 딱딱해져서 찰 때 아프긴 하죠."

- 얼마 전 드래프트가 끝났는데 몇 명밖에 선발이 안됐어요.
"알고 있어요. 물론 대학에서도 잘하는 사람들이 프로에 갔겠죠. 남은 사람들은 그저 우직하게 자기에게 맡겨진 역할만 할 뿐이에요."

- 맡겨진 역할이란 무엇을 말하나요?
"내 팀에서 나의 몫을 얼마큼 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프로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자기 역할을 못하면 더이상 기회는 없어요. 대학에서 그런 기본적인 마인드부터 정립하는 거죠."

- 그래도 같은 나이에 프로팀에서 뛰고 있는 친구들 보면 부럽지 않나요?
"부럽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돈도 어느 정도 받고 체계적으로 훈련하기도 하고. 그런데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체육학과에 진학하면서 운동에 필요한 생리적 지식을 얻기도 하고, 대학 생활이라는 것을 통해 사회 경험도 늘릴 수 있어요. 운동선수들이 다 우락부락하게 생겼어도 순수하고 착해요. 사회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많은 인맥을 넓힐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죠."

- 프로에 진학하지 못하고 대학으로 왔다는 것은 실력이 모자르다는 뜻도 되는데?"
"맞는 말이죠. 하지만 실력이 모자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해요. 20대 초반의 선수들은 연습과 노력에 따라서 실력이 천차만별로 변한다고 생각해요. 왜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면 올림픽 대표를 거친 선수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요. 자신의 노력에 따라 실력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운동할 때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 대표팀이나 프로팀의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생각은?
"가장 먼저 '쟤네들도 갔는데 왜 내가 못갔을까'하는 생각이 들죠. 한편으로는 친구로서 자랑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조만간 너희들과 같이 많은 관중 앞에서 함께 축구할거다'라는 생각도 많이 해요."

- 현재 위치에 대한 불만은 없나요?
"부끄럽긴 하지만 매일을 최선을 다해 보내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서울 대학과 지방 대학이 다르고, 또 인맥도 없는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일 때도 있어요. 하지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죠. 열심히 하면 인정받는 날이 올 겁니다."

- 축구하면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은?
"고 3때 부모님 양계장 일을 도와드렸던 적이 있었어요. 저는 1시간만 해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데 부모님은 매일 그렇게 나를 위해 사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때야 비로소 부모님 마음을 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생각나는 사람도, 고마운 사람도 항상 부모님이에요."

- 대학생활은 어떤가요?
"좋은 선후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운동부 특유의 위계질서도 그리 강한 편도 아니고 선배들도 아주 편하게 대해주고 있어요. 또 축구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알게 되면서 사회에 대한 지식을 넓혀가고 친구들도 많이 늘었어요. 대학생활에는 만족해요."

- 여자친구들 있는 선수들도 많을것 같은데요?
"저는 없어요. 다른 선수들도 여자친구 있는 선수들은 많지 않아요. 요즘 대학생들 사귀면 시도때도 없이 만나고 같이 밥먹고, 술마시고 다 해야 되는데 운동선수가 그게 되나요?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되고 또 운동해야 되고 하니까 제약이 많죠. 멋있다고 여학생들이 좋아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 축구선수로서의 이상이라면?
"고등학교때 잠시 방황하던 적이 있었어요. 축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는데 주변분들이 잡아주셨어요. 그때 마음을 다잡으면서 '훗날 FC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 선수와 같이 뛰겠다'라는 결심을 했어요. 그리고 지난 3년 꾸준히 노력해왔고요. 언젠가 제 노력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오겠죠. 선수생활이 끝나면 좋은 지도자와 자선사업을 같이 해보고 싶어요."

센터링의 참맛 충북대 축구선수 이용성

▲ 센터링의 참맛 충북대 축구선수 이용성 ⓒ 최상진


충북대 대학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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