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FC 제니트(러시아)가 21일(한국시각) 상트페테르부르그 페트로프스키 홈구장에서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컵 64강 1차전 경기에서 3-0으로 벨기에리그 1위의 강팀 스탠다드 리에주(벨기에)를 제압하며 리그, 컵 경기 포함 8연승을 이어갔다.

 

'희비의 교차', 아드보카트(좌)와 미셸 프루드홈 UEFA컵 본선 1차전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3-0으로 승리한 FC 제니트의 아드보카트 감독(좌측)과
스탠다드팀 미셸 프루드홈 감독의 표정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 '희비의 교차', 아드보카트(좌)와 미셸 프루드홈 UEFA컵 본선 1차전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3-0으로 승리한 FC 제니트의 아드보카트 감독(좌측)과 스탠다드팀 미셸 프루드홈 감독의 표정이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 신재명

특히 이날 후반 86분경 대한민국 국가대표 김동진 선수는 자신의 UEFA컵 2호골이자 이 날의 쐐기골을 터뜨리면서 최근 절정에 이른 골감각을 뽐냈다. 러시안 프리미어리그과 컵대회 그리고 UEFA컵대회의 최근 5경기에서 4골 2어시스트를 기록중인 김동진 선수의 성적은 붙박이 공격수 아르샤빈과 함께 현재 팀내 1위.

 

아시안 컵 이후 지난 8월 초에 FC제니트로 복귀한 김동진 선수는 주특기인 측면돌파로 상대 수비수 사이를 헤집어 흐트러놓고 기회가 오면 자신있게 슈팅하며, 최근 팀의 중심선수로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30일(현지 시각) 비온(이탈리아)과의 경기에서 넣은 그림같은 논스톱 발리슛은 누리꾼들과 축구팬들 사이에서 최근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 골로 김동진은 UEFA컵 경기에서 골을 넣은 5번째 한국 선수가 되었다.

 
20일의 골 역시 이 못지않게 들어갔다. 비온전의 왼발 발리슛을 재현하듯, 20일에도 당시와 거의 같은 자리인 좌측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자신의 발에 맞고 높게 뜬 공을 땅에 닿기 전에 논스톱 발리 슛으로 골로 연결시켰다. 순간 상대편 감독은 경악했고 아드보카트 감독을 위시한 제니트 코치진은 벤치에서 뛰어나오며 기뻐했다.

 

이날의 골은 현재까지 그의 골과 어시스트들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두 번이나 골이 나오기 힘든 상황에서 논스톱 발리 슛으로 골네트를 흔들면서 UEFA컵을 시청하는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그의 골에 대한 무서운 집중력, 확실한 자신감 그리고 절정에 오른 골감각을 각인시켰다.

 

시작 이후 팽팽하던 경기는 전반 36분 안드레이 아르샤빈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반대편 골망으로 중거리슛을 성공시키면서 달라졌다. 제니트 선수들은 점점 패스가 날카로워졌고, 상대선수들은 격렬한 파울로 이를 저지하였다.

 

전반 종료 직전 스탠다드 감독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하였다. 후반 들어서는 제니트가 근소하게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가 66분경 또 다시 안드레이 아르샤빈이 좌측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강슛으로 둘째골을 성공시키면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제니트쪽으로 기울었다.

 

이후 제니트의 맹공과 스탠다드의 역습이 반복되었으나 골을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종료시각이 다가오고 상대가 워낙에 벨기에 리그 1위를 달리는 강팀이었기에 추가골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순간 우측에서 아뉴코프가 올린 공이 안드레이 아르샤빈의 머리에 맞고 페널티 안쪽의 김동진 선수에게 갔고, 김동진 선수는 이를 침착하게 왼발로 띄운 뒤 몸의 방향을 틀어 공이 땅에 닿기 전에 다시 왼발로 강슛하였다. 공은 우측 골망을 흔들며 페트로프스키 구장의 2만5천여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3-0의 승리를 강조하며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 상대팀을 얕볼 수는 없다. 하지만 3-0은 좋은 시작이라고 본다"고 말하였다.

 

FC제니트는 10월 4일 벨기에에서 리턴 매치를 갖는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말대로 벨기에리그 1위인 상대를 얕볼 수는 없겠지만, 지난 비온전 홈(3-0), 어웨이(2-0) 모두 상대에게0점패를 안긴 걸 생각하면 이변이 없는 한 제니트의 UEFA컵 64강 통과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07.09.21 10:05 ⓒ 2007 OhmyNews
제니트 김동진 아드보카트 러시아축구 UEFA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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