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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인간의 정의가 너무나 불완전하다고 해도, 인간의 정의를 완수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선택이다. 우리의 정직함을 필사적으로 견지함으로써 그 불완전함을 교정하고자 한다."-<만화 박정희> 1권 본문 9쪽 인용.

▲ 만화, 박정희1
ⓒ 시대의 창
까뮈의 말을 인용한 백무현의 글과 함께 <만화, 박정희>는 시작한다. 너무나 가벼운 만화가 너무나 무거운 박정희를 만났다. 천박한 만화가 숭고한 박정희를 만났다. 만화로 그린 '박정희'의 인생사를 보면서 느낀 감흥은 아직도 그가 우리의 뇌리에 자리잡은 '영도자'라는 개념이다. 구국의 영웅이신 박정희가 만화의 소재가 되었다는 자체가 박정희 숭배주의자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이 들 수 있겠지만 백무현은 고증과 실증적인 자료를 통하여 매우 사실적인 박정희를 그리고 있다.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의 창씨명이다. 천황을 위하여 죽겠다고 맹세한 그도 빈농의 아들에 불과했다. 가난에 처한 어머니는 그를 버리고자 했지만 신은 그의 생명을 탄생케 했다. 박정희는 뛰어난 두뇌를 가졌고, 입신양면의 부푼 꿈을 가졌고, 그 꿈을 성취하게 위하여 '만주군관학교'에 들어갔다.

"식민지 조선의 많은 양심적 지식인들이 민족 독립과 해방을 위해 상해, 만주, 연해주 등지에서 몸을 던져 일제와 투쟁하던 시기에 박정희는 독립군들을 때려잡기 위해 친일 주구들을 양성하는 만주군관학교에 스스로 입교했던 것이다."

이 때부터 박정희는 입신양면을 위하여, 국가와 민족을 뒤로 하고 권력과 힘에 충성하여 자신을 던진 것이다. 남로당 입당과 배신은 이미 예고된 것이고, 권력 찬탈의 쿠데타는 이미 잉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백무현은 박정희가 1952년에 컷 쿠데타 음모를 계획했다고 말한다. 물론 당시는 주동자가 아니다. 하지만 '참군인 이종찬'의 반대로 무산되고 만다. 1960년에도 쿠데타를 계획했지만 이승만의 하야로 물거품이 되었고, 결국 1961년 5월 16일 쿠데타에 성공한다. 박정희는 민족과 정의, 국민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입신을 위하여 쿠데타를 계획했고, 성공한다.

장면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백무현은 낱낱이 파헤친다. 장면은 쿠데타 세력을 진압하기보다는 피신하여 제 몸 하나 간수하기 바쁜 최고지도자의 비열함을 보여주었다. 박정희의 쿠데타도 역사의 암울하지만 최고 지도자의 이런 형태도 역사의 암울함이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구악보다 더 악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지태의 부일장학회, 부산일보, 문화방송 등을 국가에 헌납시킨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혁명정부는 '반공을 국시'로 했다. 자본주의를 국가체제의 근간으로 삼은 자들이 자본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을 스스로 범했던 것이다.

박정희 시대는 '조작 시대'였다. '1차 인혁당 사건', '동백림 사건,' '2차인혁당 사건' 민청학련사건,' 그리고 권력 강탈 시대였다. 민족일보 사건, 반혁명 사건, 4대의혹 사건, 정수장학회. 장준하 사건, 경향신문 강제 폐간 사건. 사건의 시대였다. 오로지 박정희 한 사람을 바라보고, 그 권력에 동참 한 자들이 저지른 일들이다.

"대통령은 통일주체국민회의의 대의원에 의한 간접선거로 뽑는다.
대통령 임기는 6년으로 연장한다.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수 있으나 국회는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
대통령은 긴급조치권 등 초헌법적인 권한을 갖는다.
대통령이 3분의 1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및 법관의 임명권을 갖는다."-<만화 박정희> 2권 119쪽 인용.

박정희는 이미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아니었다. 박정희를 평가하는 여러 기준과 방법이 있겠지만. 사건과 탄압과 쿠데타, 민족의 영웅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유신헌법'이 '박정희는 누구인가를 단 한 번에 평가할 수 있게 한다.

우리 언론은 이에 충실했다. 밤의 대통령을 위시하여 우리 언론은 주구 노릇을 열심히 수행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자 했고, 많은 이들의 희생이 따랐다. 민주주의를 박정희도 막을 수 없었고, 그도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는 한 마디 말에 역사 속으로 스러져 갔다.

다시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군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가 간지 두 달도 안 되어 전두환이 박정희와 쌍둥이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렇다 친일파가 대통령이 되는 우리 역사가 아직 바로 세워지지 못한 이유가 박정희를 정확하게 보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박정희를 정확하게 보는 작은 발걸음이 <만화, 박정희1.2>이다. 우리는 이런 책에 관심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역사'를 통하여 배우는 일에 너무 둔감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그럴지라도 역사의 진보를 위한 작은 발걸음을 위하여 우리는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만화, 박정희 1.2> 시대의 창ㅣ 글 백무현 ㅣ 그림 박순찬


만화 박정희 1~2 세트 - 전2권 - 왜곡된 신화, 영웅인가 기회주의자인가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민족문제연구소.뉴스툰 기획, 시대의창(2016)


태그:#박정희, #백무현, #박순찬,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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