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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7개 사립대, 대부분 '내신 무력화' 전형안" 
"고려대 '수능등급 커트라인' 공개 파문"


11월 19일 자 <한겨레> 사회면 기사 제목입니다. 성적이 등급만 제공되기 때문에 일부 사립대학은 신입생 선발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내신보다는 논술이 합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입학설명회를 열기에 바쁘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참석하기에 바쁩니다.


대학 서열화가 인생 서열화를 결정한다지만 수험생들이 성적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 억울하기에 쉬엄쉬엄 하면서 읽을만한 '만화책'을 몇 권 소개합니다. 이때에 만화책이라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비웃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읽을만한 정말 좋은 만화책들이 있습니다.


1. 백무현의 <만화, 박정희1·2>


일본군 장교. 다카기 마사오. 그는 정말 충직한 군인이다. 군인은 자기를 부른 나라에 충성해야 한다. 하지만 '다카키 마사오'라는 이름이 문제였다. 그가 '박정희'로 나라에 충성하였다면 진정 충직한 군인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카기 마사오'는 조선, 아니 대한제국이 아니라 일본에 충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가 대통령이 되었어도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게 하는 올무였다. 시간을 잘못 태어난 것일까? 시간과 역사적 환경에만 책임을 돌리기에 안중근, 윤봉길, 김구라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조국 광복을 갈구한 인물들이 많다.


대통령 박정희. 이는 그를 두고 거의 두 그룹으로 분열케 하는 직책이다. 나라를 배고픔에서 구한 민족의 영도자로 칭송하는 사람, 그를 독재자로 단정하고 비판하는 사람. 과연 그는 어느 위치에 자리를 잡아야 할까?


경제적으로 우리를 먹고살 수 있게 한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해줄 수있다. 하지만 그가 권력을 찬탈한 것, 아직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역량이 부족할 때, 공산화 가능성을 빌미로 민주주의를 찬탈한 것을 어떻게 존중할 수 있는가?


인혁당 사건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8명을 대법원 판결이 난 직후 사형에 처한 것, 사법살인으로 불리는 2차 인혁당 사건. 그날 어떤 이들은 하느님께 통곡했다. 왜 우리를 버리시나이까? 정말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으실까? 믿음의 사람들이 통곡한 인혁당 사건. 과연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유만으로 인간의 존엄한 가치를 이렇게 훼손한 것을 정당하다 할 수 있을까? '박정희' 그는 한 때 내 영웅이었지만 이제 '독재자'라는 이름으로 각인된 이유다.


2. 백무현의 <만화 전두환 1·2>


<만화 박정희>에 비하면 전두환의 살아온 여정이 조금은 미비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전두환의 민주주의 찬탈과정과 폭압적인 집권 기간을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고 그렸다. 12·12쿠데타는 '국가'와 '국민', '민주주의', '군인의 사명'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오직 권력을 찬탈하기 위하여 '군'을 '사적 이익'의 도구로 사용했음을 잘 그리고 있다.


5·18 민중항쟁의 참혹함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이 각인이 전두환 폭압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 역사를 우리의 눈과 귀에 되새김질하는 일은 중단해서는 안 된다.


<만화 전두환>이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한 이들이 누구인지 자세히 전해주고 있다. "29만원", "좋아, 아주 좋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무엇을 하였는지 알아야 한다. '12·12쿠데타,' '5·18,' '녹화사업,' '삼청교육대' 따위 수없이 민주헌정을 파괴한 전두환이다.


이 전두환을 아직도 "조국을 누란의 위기에서 구한 대통령"이라고 외치는 자들이 있다. 이는 세뇌로 인한 결과들이다. 이를 누가 했을까? '언론'이다.

 

백과사전에는 "군인 겸 정치가, 신군부가 12·12 군사 정변을 일으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81년 1월 창당된 민주정의당 총재가 되어 2월 개정된 새 헌법에 따라 제12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재임 기간 중 물가 안정, 서울 올림픽 유치, 무역 흑자 등을 이루었으나, 군부독재라는 비판을 받았다." (1권 본문 6쪽 인용)


전두환을 독재자, 쿠데타 주역, 광주학살의 원흉이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다. 역사가 조금 더 진행된 후, 이런 백과사전류만 남고, <만화 전두환>과 같은 자료가 없다면 훗날의 역사는 전두환을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난 뜨거웠던 여름날 <화려한 휴가>가 이 땅에 뭇 사람들에게 보일 때도 전두환 고향 합천에서는 볼 수 없었다. 아직도 전두환 비극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3. 래니 고닉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가 재미있다. 박학다식한 그의 지식을 바탕으로 촌철살인과 같은 글발과 생동감 넘치는 붓발, 어느 누구보다 잘하는 말쟁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나, 민족, 국가 역사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역사는 무조건 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잡힌 우리가 이 책을 읽는 순간 놀란다.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보여준다.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광인효현숙경영정순헌철고순'만 외우기에 바빴던 우리가 조금 불쌍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역사를 좋아했던 나에게 더욱 친근감이 들었고, 초등학교 2, 3학년 아이들에게 읽게 했다.


세계사가 서양인들의 시각에서 기록되었고, 서양사만을 세계사로 인식했던 사람들에게 래니 고닉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의 3권 1, 2부에서는 우리에게 생경한 아프리카, 이슬람 문화도 굉장히 깊고 자세하게 말한다.


생경한 아프리카 역사에서 예멘을 역사를 보면 4세기 말엽 그리스도교와 유대교가 치열한 전도활동을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395년 예멘 왕이 유대교로 개종하자 그리스도교는 발끈한다. 한 세기 정도 유대교가 예멘을 지배하지만 그리스도교가 반란을 획책한다는 소문을 들은 ‘두 누아스 왕’은 선수를 쳐 수천 명의 그리스도인을 죽인다.


고대 이집트의 나일 강을 따라 상류 고원 지대로 올라가면 '누비아와 에티오피아'가 존재했다. 이 두 나라는 앙숙이었다. 누비아와 에티오피아의 역사는 우리가 전혀 접할 수 없는 역사이다. 이는 그가 서양인의 사고 틀에서 모든 세계사를 보려고 하지 않고,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의 시각, 이슬람은 이슬람의 시각, 중국은 중국의 시각에서 보려고 했다는 방증이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는 역사를 보는 눈을 냉철하게 가졌고, 그것을 그림과 글로서 나타내려고 애쓴 흔적을 한 컷 한 컷,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느낄 수 있다.


4.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2>

 

예수의 십자가는 '희생'과 '낮아짐'과 '생명'이다. 십자가 없는 기독교는 존재할 수 없다. 기독교가 자신을 세상에 명함을 내민 후 예수의 십자가는 자신들의 존재근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독교는 자신들의 존재 근거를 예수의 십자가가 아니라, 교리와 예식과 의식, 그리고 자신들의 세속적 권력에 두고 말았다. 그중에 중세의 '십자군 전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십자군이야기>의 십자가는 '죽임'과 '오만함'이었다. 예수의 십자가가 '생명을 위한 피 흘림'이라면 십자군의 십자가는 '살육의 피 흘림'이었다. 십자군의 십자가는 신의 이름을 도적질한 모욕의 십자가였다.


평화를 위협하는 이는 무슬림이 아니라 서방이었다. 어디서 많이 보았던 장면 같다. 미국 주도로 수행되었던, 수행되고 있는 수많은 전쟁은 미국 자신이 위협의 당사자이지만 폭격당하는 나라라고 지금도 서양 언론과 서양을 추종하는 이들은 평화위협 세력을 무슬림이라 외치고 있다. 십자군 전쟁이 지난 지 1000년이 흘렀지만 동일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곡된 평화 위협 세력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들 십자가군들은 어린아이들을 데려다 팔다리를 찢어 죽였다. 몇몇 어린아이들은 나무 말뚝에 꽂아 불에 굽기도 했다. 저건 희생자가 아닙니다. 저건 단지 '부차적 피해'올시다. 오인 공격에 의한 '부차적 피해' 말입니다." (본문 198쪽 인용)


"미 국방부 관계자는 15일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의 수를 집계할 계획이 없다, 고 밝혔다. 미공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공습의 부차적 피해를 조사하면 그 결과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문 199쪽 인용)


그렇다 참혹한 죽임이다. 그 죽임을 당하는 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 죄 없는 그들을 죽이면서도 그들은 죄책감이나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다. 진짜 평화위협세력의 눈에는 죄없이 죽어가는 이들이 고귀한 생명은 '부차적'인 것이다. 부차적이라는 의미 속에는 '인간'이라는 존엄한 존재가 아님을 의미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말 얼마나 죽어야 그들은 전쟁을 끝낼 것인가?


정말 예수의 십자가를 안다면, 믿는다면 부차적 죽음을 만들어가는 이들이여, 당신들의 입에서는 '십자가' '평화' '인간의 존엄'을 말하지 마라.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의이며, 평화에 대한 예의이다.


만화가 재미와 깊이가 있음을 네 종류 만화책이 말해준다. 추운 겨울, 답답한 겨울, 불안한 겨울이지만 옆에 두고 읽으면 후회하지 않을 만화들이다. 한 번 읽고 던져 버리기에 아까운 만화임을 읽고 나면 알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만화박정희> 백무현 글 그림 ㅣ 시대의 창
<만화전두환> 백무현 글ㅣ 박순찬 그림 ㅣ 시대의 창
<세계에서 가장 재미 있는 세계사> 래리 고닉 글 그림ㅣ 궁리
<십자군이야기> 김태권 글 그림 ㅣ 길찾기


만화 박정희 1~2 세트 - 전2권 - 왜곡된 신화, 영웅인가 기회주의자인가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민족문제연구소.뉴스툰 기획, 시대의창(2016)


태그:#박정희, #전두환, #세계사, #십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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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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