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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물어 가는 옥수수
ⓒ 이인옥
"우리 아기 불고 노는 하모니카는/ 옥수수를 가지고서 만들었어요/ 옥수수 알, 길게 두 줄 남겨가지고/ 우리 아기 하모니카 불고 있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안나/ 도미솔 도도솔미도 말로 하지요."

옥수수를 보면서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 동요가 생각난다.

요즘처럼 내가 농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 적이 없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면서부터 농촌의 모든 것이 훌륭한 소재가 된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집 밖으로 나서면 반겨주는 농촌의 풍경들이 나를 감동시킨다.

길을 나서면 만나지는 모든 것들이 반갑기만 하다. 그중 오늘은 유독 옥수수가 마음에 들어온다. 긴 수염을 늘어뜨린 채 알알이 영글어 가는 옥수수를 보면서 문득 고향을 떠올려 본다.

오늘 만난 옥수수는 꽃대가 하늘을 찌를 듯이 꼿꼿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수염이 진한 갈색으로 변하고 약간 말라 있어야 잘 여문 것인데 아직 수염색이 옅고 물기가 촉촉하게 배어 있는 것을 보니 덜 여문 것으로 보인다.

예로부터 농촌에서는 옥수수가 간식으로 큰 역할을 한다. 농사짓는 사람이면 누구나 텃밭이나 밭둑에 옥수수 한두 줄 심는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농촌 사람들의 간식으로 그만이기 때문이다.

▲ 옥수수 밭 풍경
ⓒ 이인옥

옥수수는 용도가 참 다양하다. 먼저 옥수수는 삶아서 간식으로 먹고 옥수수 수염은 차로 달여서 먹는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또한 아이들에게 옥수수를 가지고 하모니카를 부는 놀이기구로도 사용된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옥수수 대의 단맛이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옥수수 대를 꺾어 참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연한 부분의 마디를 꺾어 껍질을 벗겨내고 잘근잘근 씹다 보면 입안에 옥수수 대의 단맛이 고이는데 국물만 쪽 짜서 삼키고 씹던 옥수수 대는 뱉어낸다.

밭에서 일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낫으로 옥수수 대를 쓱 베어 깎아 주시면, 잘근잘근 씹어서 삼키며 좋아했던 모습을 지금 아이들에게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아마도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하면 얼굴을 찡그리며 뱉어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옥수수는 특히 잘 삶아야 제 맛이 난다. 아무리 맛있는 찰옥수수라도 잘못 삶으면 자칫 옥수수 특유의 맛을 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무 맹탕이거나 짜게 되면 입맛만 버리고 만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가마솥에 삶아주시던 옥수수의 맛이 떠올라 군침이 돈다.

삶은 옥수수를 먹기 위해 가마솥 뚜껑을 열면, 모락모락 나는 김 사이로 드러나는 잘 익은 옥수수를 만날 수 있다. 형제들끼리 서로 좋은 것을 가지려고 티격태격 다투던 기억이 나 웃음이 난다. 고만고만한 7남매가 서로 먹겠다고 달려들면 어머니께서 공평하게 나눠주시느라 진땀을 빼곤 하셨다.

▲ 하늘을 찌를듯이 서 있는 옥수수
ⓒ 이인옥

기다란 옥수수를 입에 대고 손으로 돌려가며 먹는 모습은 꼭 하모니카를 부는 모습이다. 짓궂은 친구들은 다 먹은 빈 옥수수를 들고 하모니카를 분다며 입으로 소리를 내곤 하여 웃음을 자아내곤 했다. 그럴 때면 특이한 옥수수 하모니카 소리가 나곤 한다.

서로 눈싸움을 하며 누가 더 빨리 먹나 시합을 할 때면, 입으로 들어가는 옥수수 알보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옥수수 알이 더 많을 때도 있다. 입가에 사방으로 붙어 있는 옥수수를 보며 서로 손짓하며 키득키득 웃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재미있는 모습이다.

옥수수를 맛있게 삶으려면 약간의 수염과 껍질을 다 벗기지 말고 한 겹 정도 남겨두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껍질이랑 수염에서 맛있는 국물이 생기고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냄비에 잘 다듬은 옥수수를 넣고 물은 옥수수가 잠길 정도로 붓는다. 처음에는 센 불에서 삶다가 물이 끓으면 소금과 뉴스가(신화당)를 약간 넣어 중불로 약 15분간 더 삶는다. 소금과 당분의 비율은 3:1의 비율로 하는 것이 최상의 맛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옥수수 수염은 그냥 버리지 말고 말려두면 상비약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옥수수 수염을 말렸다가 차로 끓여 마시면 좋다. 몸이 무겁고 얼굴이 부었을 때 끓여서 그 물을 마시면 강력한 이뇨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과 신장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 영글어가는 옥수수가 긴 수염을 늘이고 있다.
ⓒ 이인옥

옥수수 수염의 효능에 대하여 알아보면 이뇨작용ㆍ소염작용ㆍ해열작용ㆍ지혈작용, 신우 신장에 있는 결석을 녹이는 작용, 소변 길이 있는 진득진득한 물질을 씻어내는 작용 등이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 기억으로는 옥수수는 농약을 전혀 하지 않는 무공해 식품이다. 간혹 비료를 주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굳이 비료를 주지 않아도 거름만으로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요즘 아이들이 과자 등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져 있는데, 기왕이면 건강에도 좋고 나처럼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옥수수와 그밖에 농촌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감자, 고구마 등으로 간식을 대신하면 어떨까?

옥수수 밭을 지나며 어린 시절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며 놀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태그:#충남 연기군, #옥수수, #옥수수수염, #무공해 식품,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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