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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겉표지
ⓒ 황금가지
<4teen> 이후 이시다 이라는 주춤했다. 오쿠다 히데오나 요시다 슈이치, 이사카 고타로가 한창 주가를 올릴 무렵, 이시다 이라는 국내에서 사랑받는 신세대 일본작가 그룹에서 이탈할 것처럼 보였다. 개성이 부족하다고 할까? 그의 글은 강렬하지가 않았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기에는 2%부족했다. < 4teen >의 강렬함은 운이 좋아서 생겼다는 말까지 나돌았을 정도.

하지만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덕분에 이시다 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게 된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작품의 무대는 전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대도시 도쿄. 그곳에는 화려한 거리들도 많지만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의 배경이 되는 이케부쿠로처럼 위험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도 있다. 뒷골목이라고 할까? 소년 갱단도 있고, 헌팅 당하기를 기다리는 여성도 있고, 원조교제하는 소녀들을 노리는 사이코도 공존하는 곳, 그곳이 바로 이케부쿠로다.

이시다 이라는 이 거리로 들어가기 위해 '마코토'라는 인물을 이용하고 있다. 마코토는 눈에 띌 정도로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다. 이제 막 어른이 되는 평범한 아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영리하다는 것. 그리고 이케부쿠로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것 정도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는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모두 마코토와 관련돼 있다. 첫 번째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같은 경우 원조교제하던 마코토의 친구가 살인당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경찰도 범인을 못 찾는 상황에 마코토는 거리의 꼬맹이들을 이용해 범인 찾기에 나선다. 영리한 머리와 거리에 대해 잘 안다는 것으로 공권력을 뛰어넘어보려는 것이다.

@BRI@두 번째 에피소드인 '익사이터블 보이'는 앞에서 범인을 잡아 유명해진 마코토에게 야쿠자가 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세 번째 에피소드인 '오아시스의 연인'은 마코토가 몸 파는 동창생의 남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것으로 시작한다.

이야기 설정들이 만화를 뺨칠 정도로 엉뚱한데, 눈에 띄는 것은 하나같이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역시 일본 소설 특유의 매력인,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이들의 무모함과 의리, 그리고 우정을 활자로 생생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문학성으로 말하자면 논란이 있겠지만, 재미로 보자면 다른 일본 소설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선샤인 거리의 내전'은 앞의 에피소드들에 비해 규모가 큰 것이 눈에 띈다. 앞으로의 작품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일까? 이케부쿠로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이전과 달리 마코토의 역할이 부여되고 있다. 그 역할이란 무엇인가? 바로 '피스 메이커'다.

엉뚱한 소리 같은가? 그렇다. 야쿠자들의 전쟁도 아닌 그곳에서 평화를 말한다는 것이 생뚱맞아 보인다. 하지만 웬걸? 생뚱맞은 것과 별도로 이것 또한 재밌다. 만화를 보는 것처럼 부담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음 이야기들까지 예상할 수 있으니 여러 모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라 할 만하다.

뒷골목 피스메이커의 탄생! 이시다 이라는 참 엉뚱한 것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것이 뭐 어떻겠는가? 그만큼 재밌고, 덕분에 소설은 한번 잡으면 놓칠 수 없는 묘한 흡인력을 갖게 된 것을. < 4teen >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정서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강렬함은 더 하다. < 4teen >보다 더 무모하고, 재기발랄하게 그들의 세계를 그려냈기 때문이리라.

형제애를 이야기했다가, 사랑을 이야기하는 등 다양한 세계에 도전했으나 결국에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남겨 아쉬움을 남겼던 이시다 이라. 일본에서는 < 4teen > 이전의 것으로 명예를 줬다면, 한국에서는 < 4teen > 이후 실추됐던 명예를 회복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이라면, 그리고 연작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리라.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황금가지(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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