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서 한국축구가 어이없이 이라크에 지고 말았다. 지겹도록 찾아온 코너킥과 드로인, 슛팅 등이 모두 골대를 벗어나는 것을 보며 "이거 또 지는구나"하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역시나 결과는 한국팀이 0-1로 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경기였다. 우리 선수들은 벽에 대고 공을 차는 것 같았다. 골대를 겹겹이 둘러싼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하다보니 번번이 공은 골대를 멀찍이 벗어났다. 이천수의 날렵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코너킥도 인해전술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박주영이 골대 앞에서 날린 멋진 강슛도 골키퍼에게 막혀 아쉬움을 불러일으켰다.

@BRI@대 북한전은 프리미어리그 수준에 버금가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다. 승부를 떠나 정말 축구자체가 재미있었다. 대 이라크 전은 11명이 하프라인을 넘지 않고, 골대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가 수비수가 공을 "뻥" 차주자 이라크 공격수 한명이 달려가 골을 넣어버렸다.

기습에 대비 못하고 공격에 치중한 탓이다. 중동국가나 동남아 국가와의 경기는 늘 이런 식이다. 한국선수들은 골을 넣기 위해 전원 공격하고 상대방은 전원수비하다 결국 기습 한방에 한골 먹고 지거나 비기는 경기다. 또 다시 반복한 13일 경기는 축구 자체가 정말 재미없었다.

아시아권에서 한국축구가 늘 망신을 당하는 이유는 수준 차이가 너무 큰 상대방 팀 11명이 늘 수비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하였고, 박지성, 설기현, 이영표 가 세계최고의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 팀은 대부분 전원 수비 - 기습공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골대 앞을 골키퍼와 5명의 수비수가 둘러싸고, 나머지 5명이 수비수 앞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면 아무리 강팀이라도 골을 넣기 힘들다.

월드클래스에 가까운 한국 선수들이 아시아권 선수들을 상대로 뛰다보니 당연히 승부욕이 떨어지고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앞설 것이다. 그리고 아시아권 각 팀들은 한국팀을 꺾는 것이 목표이자 목적이다. 극단적인 수비전형으로 한국팀을 상대하는 아시아권 팀들을 보며 과연 저런 대회에 참가할 이유가 있는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이라크전을 보며 정말 실망한 것은 우리 선수들이 아니다. 이라크 선수들의 스포츠 정신을 망각한 정말 유치한 거짓행동과 극단적인 수비전형이 정말 축구 자체의 열정을 빼앗아 갔다. 이라크 선수들은 넘어지면 아예 잠을 자듯이 일어나지 않았다. 심판도 인정하지 않고 계속 경기를 진행시키자 머리를 긁적이며 그제야 일어나는 것을 보며 코미디를 보는 듯 하였다. 이라크 같은 팀하고 경기를 하는 모든 팀은 상당히 고전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축구가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러 가지 방안을 세워야 한다. 그 방안의 하나는 다음과 같다.

먼저, 아시안 게임이나 아시안 컵과 같은 아시아권 경기에는 아마추어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여 출전시키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대학팀이나 고등학교팀, 실업팀 등에서 선수들을 뽑아 아시안 게임이나 아시안컵에 참가하여 선수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게 함으로써 병역면제를 받거나 국내외 프로팀과 대표팀에 진출하고 선발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많은 아마추어 선수들 중에 새로운 선수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고, 이를 발판으로 올림픽팀과 월드컵팀을 구성한다면 더 훌륭한 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대회에는 국가대표팀이 참가하고 아시아권 대회에는 아마추어 팀을 참가시켜 일거양득의 성과를 기대해 보는 것이 어떤지 제안한다.

그리고 이 방안은 대표팀 차출에 큰 피해를 보고 있는 프로팀과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팀도 중요하지만 프로팀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한 시즌 동안 혹사당한 선수들을 다시 차출하여 한 달여 동안 합숙을 하며 타국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선수들만이 알 것이다.

축구협회도 이젠 사고를 바꿔야 할 때다. 전향적으로 시장중심으로 사고를 바꿔야 한다. 언제까지 엘리트 중심의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축구행정을 할 것인지 묻고 싶다.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새로운 경쟁과 활력을 불어넣고 고사위기에 처한 아마추어 선수와 실업축구 선수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주어야 할 것이다.
2006-12-14 09:1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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