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매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신문지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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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으로 뒤지던 홈 팀이 패배 직전이던 9회말 3번 타자의 극적인 3점 홈런을 앞세워 3-3 동점에 성공한다. 완봉승을 노렸던 원정팀 선발투수는 아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오고, 홈 팀의 막판 뒷심에 흥이 난 팬들은 <아파트>라는 노래에 맞춰 야구의 매력을 만끽한다.

야구장을 직접 찾아본 팬이라면, 한번쯤은 겪어봤을 만한 상황이다. 야구장에 가는 것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구경하기 위해서 찾는 것이 주된 이유겠지만, 흥겨운 노래나 응원가나 응원 구호에 맞춰서 일상에서 찌든 스트레스를 푸는 것 또한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장에서 주로 들리는 노래들은 흥겨운 리듬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래에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야구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노래에는 어떤 곡들이 있고, 그러한 노래들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KIA팬들의 응원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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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야구장 노래'

야구장에서 인기있는 노래들은 대부분 경쾌한 리듬이다. 특히나 이중에서도 꾸준하게 사랑받은 노래로는 '대중가요'가 많다.

대표적인 노래가 윤수일이 부른 <아파트>나 조용필이 부른 <여행을 떠나요>다. 이외에 김수철이 부른 <젊은 그대>와 <환희> <아! 대한민국>등의 노래는 어느 구장에서든 박빙의 승부에서는 들을 수 있는 대표적인 노래다.(물론 몇몇 곡은 가사를 바꿔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노래들의 가사 내용은 야구와 별 연관이 없지만, 경쾌한 리듬이 야구장에 어울린다. 그렇다보니 오랫동안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공감을 얻어왔다.

이러한 노래들 못지않게 연고지의 '지역적 특색이나 지명'이 들어간 노래도 많이 부른다. 대표적인 노래가 이제 롯데의 대표 응원가가 되어버린 <부산 갈매기>와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러한 노래들은 홈 팀이 득점을 하거나 상대팀에게 뒤져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야 할 때 어김없이 나오기 마련이다.

부산 갈매기 못지않게 KIA의 <남행열차>, LG의 <서울>, SK의 <연안부두>등은 아직까지 부산 갈매기만큼의 위력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노래인 셈이다.

 열성팬이 많은 두산은 응원곡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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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곡은 싫다! 우린 만들어 부른다!

하지만, 야구장에 이렇듯 이미 발표된 노래 이외에 구단에서 직접 노래를 만들어 팬들에게 선사하는 팀들도 많다. 대표적인 구단이 수도권인 두산과 LG다.

'뚝심의 야구'로 대변되는 두산은 매년 기성 가수가 부른 노래나 팀 컬러를 최대한 살린 노래 위주로 해서 몇 곡씩을 자제 제작한다. 대표적인 노래가 박상민이 불렀고, ‘두산 그대의 이름은 승리...'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승리의 두산>이나 올 시즌을 앞두고 '남자 장윤정'으로 불린 신세대 트로트 가수 박현빈의 <빠라빠빰>이다.

여기에 특정 가수가 부른 것은 아니지만 경쾌한 리듬이 돋보이는 <야야야 두산>과 같은 노래도 두산팬들이 즐거워하는 노래들이다.

이러한 곡들은 대중가요에 식상해있던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야말로 야구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두산의 라이벌인 LG 역시 '나가자 LG 싸우자 LG로 시작되는 <추억의 응원가>를 비롯 여러 노래를 제작해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아무래도 많은 팬들 보유한 서울이라는 큰 시장을 보유한 두 팀들이기 때문에 일반 기성곡만으로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많이 하는 편이다.

 인천의 대표곡인 '연안부두'를 부르는 SK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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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야구장에 어울리는 노래도 만들자!

<아파트>나 <여행을 떠나요>와 같은 노래들처럼 박빙의 상황에서 어울리는 노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래들이 지금 야구장을 찾는 관중들의 상당수에 해당하는 1980~1990년대 야구장을 찾았던 나이가 있는 팬들은 공감을 하겠지만, 앞으로 잠재적인 관중이 될 젊은 관중들에게는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게임부터 멀티플렉스 영화관등 다양한 문화적 컨텐츠를 접할 수 있는 신세대들에게는 야구장의 노래들이 다소 식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세대간을 가리지 않고 팬들을 엮을 수 있는 ‘야구장의 노래’를 많이 만드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일 것이다.

야구장의 시설이나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같은 눈에 보이는 부분에 대한 투자와 개발도 중요하겠지만, 야구장만의 독특한 노래와 같은 것에 대한 관심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러한 노래들을 매개체가 되어 보다 더 많은 세대의 다양한 팬들이 야구를 즐길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데일리안>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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