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천제훈의 천금같은 중거리 골로 26일 수원 원정 경기에서 비기며 K리그 하우젠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서울은 이날 무승부로 승점 27을 확보해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 경기는 수원의 대형 선수영입으로 시작 전부터 축구팬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만약 패하면 안방에서 FC서울의 우승을 지켜 볼 처지였던 수원은 선발 명단에 이관우를, 벤치 멤버에 올리베라를 올리며 필승 의지를 보였다.

수원은 세계 축구의 대세라는 4-2-3-1 전형으로 경기에 임했다. 원톱에 서동현이,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에 이관우-김대의-한병용이, 수비형 미드필더에 김남일-송종국이 포진했고, 포백을 조원희-마토-이싸빅-곽희주가 구성했다. 골문은 박호진이 맡았다.

한편 무승부만 해도 우승을 하는 서울은 3-4-1-2 전형으로 나왔다. 투톱에 한창 물이 오른 김은중-정조국이 포진했고 바로 뒤에 히칼도가, 미드필드에 안태은-천제훈-한태유-이기형이, 수비에 이민성-곽태휘-김한윤이 포진했으며 베테랑 김병지가 골문을 지켰다.

초반 기세를 잡은 쪽은 서울이었다. 수원이 새로 가세한 이관우와 기존 선수들 간 호흡이 맞지 않아 패스미스가 속출한 반면 서울은 미드필드에서부터의 강력한 압박으로 볼을 뺏은 이후 빠르게 전방 투톱으로 연결하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해 냈다.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던 수원은 롱패스로 경기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전반 10분 마토의 롱패스를 받은 이관우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해 첫 찬스를 얻은 것을 시작으로 수원의 기세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관우의 패스가 살아나자 동시에 베테랑 김대의 역시 살아나기 시작해 위협적인 좌우 돌파를 선보였고 이로 인해 경기 주도권은 완전히 수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수원은 찬스를 잡으면서도 결정적인 슛이 모두 골대를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양팀은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한편 서울의 이장수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태유와 정조국을 빼고, 김동석과 박주영을 투입해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여전히 수원의 주도권에 끌려다녔다. 후반 2분과 8분, 이관우가 잇따라 서울 수비진을 돌파해 결정적 찬스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두 번의 결정적 찬스에서 스트라이커 서동현의 슛이 모두 크로스바를 맞혀 골을 외면하고 말았다. 수원으로서는 땅을 칠만한 상황.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자 서울은 후반 18분 김은중마저 빼고 김승용을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김승용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반전을 노리겠다는 포석. 그러자 수원 역시 새로 영입한 올리베라를 투입해 맞불을 놓았다.

결국 이적생 올리베라가 골을 만들어 냈다. 72분 서울 수비수가 공처리를 망설이는 틈을 타 올리베라는 공을 가로채 패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을 돌파해 김병지의 왼쪽 구석으로 데뷔골을 넣었다. 그동안 수원이 그토록 목말라 하던 골게터의 모습이었다.

그러자 다급해진 서울은 적극적인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74분 이기형이 오른쪽 돌파 후 빠른 땅볼 크로스를 올려 박주영에게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만들어줬으나 박주영은 발이 꼬여 실축하고 말았다.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던 서울은 종료 직전 다시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후반 40분 왼쪽에서의 크로스가 골키퍼의 펀칭에 맞고 나오자 천제훈이 기습적으로 중거리슛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수원 골대 오른쪽 사각으로 정확히 감겨 들어간 이 슛을 박호진 골키퍼는 방향조차 잡지 못한 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멀어졌던 우승컵이 성큼 다가온 순간이었다.

이로써 서울은 승점 1을 추가해 컵대회 우승을 확정지어 후기리그 전망을 밝게 했다. 반면 대어급 선수를 이적시키며 축구팬의 이목을 끌었던 수원은 경기를 지배하고도 마지막 5분을 버티지 못해 홈에서 서울의 우승 헹가래를 씁쓸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2006-07-27 07:1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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