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로드 미셸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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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회 칸 국제영화제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빈치 코드>와 함께 그 화려한 막을 올리기 직전 필레 데 페스티발 왼쪽에 자리한 팔레 광장에서는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침묵시위가 벌어졌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이하 대책위) 원정대였다. 그 속에는 턱시도와 야회복 차림의 프랑스 문화예술인들의 모습도 보였다. 원정대에 합류한 이들은 말 없이 대책위에서 준비한 형광색 조끼를 걸치고 플래카드를 들었다. 전 세계 70여개국 배우노조를 아우르는 국제 배우노조연맹의 꺄트린 알메라스 부회장,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산하 공연예술노조의 끌로드 미셸 위원장, 칸 영화제 감독 주간을 전담하는 영화감독협회(SRF)의 뤽 르클레르 뒤 사브롱 부회장을 비롯한 20여 명의 프랑스 예술인이었다. 칸 영화제 개막식 첫날부터 대책위와 손을 잡은 이들은 대책위의 칸 투쟁이 끝나는 지난 21일까지 침묵시위, 촛불시위, 기자 간담회, 한-불 영화인 공동 심포지엄까지 줄곧 함께 했다. 그리고 이들의 연대 투쟁은 지난 21일 프랑스 문화장관과 질 자콥 조직위원장 등 20여 명의 영화인 대표가 참가한 칸 국제영화제 이사회에서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공식 지지 선언문을 통과시키기에 이른다. 지난 23일, 칸 영화제 이사회의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공식 지지 선언문을 원안을 작성한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산하 공연예술노조의 끌로드 미셸 위원장을 만났다. 미셸 위원장은 대책위의 칸 원정 투쟁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래 그와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선언문 채택 장담할 수 없었다... 통과돼 기뻐" - 지난 21일 칸 영화제 연례 이사회는 한국의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을 지지하는 공식 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경과가 궁금하다. "프랑스 배우협회를 비롯한 4개 프랑스 문화예술인 단체는 한국의 스크린쿼터 칸 원정단을 지지한다는 선언문 원문을 작성해 칸 영화제 이사회에 제출했다. 원문은 내가 썼고 국제 배우노조연맹 부회장이자 프랑스 배우협회장인 꺄트린 알메라스가 질 자콥 위원장에게 이 안을 제출한 것이다. 알메라스는 선언문 원안을 제출하기 전 이미 질 자콥에게 상황 설명을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이사회는 이것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사회는 질 자콥 칸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중심으로 영화 제작자, 배급사, 배우 등 영화계 대표인사들이 모인 회의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 위원장도 이사회 임원이며 프랑스 문화장관은 자문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총 20여 명의 임원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이사회에서 우리가 지지 선언문 채택을 제안했으나 결과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었다. 통과돼 기쁘다. " -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을 지지안을 칸 영화제 이사회에 상정하게 된 동기는 ? "이것은 스크린쿼터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정치적 사안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다. 물론 한국에만 한정된 문제도 아니며 전세계가 민감하게 얽혀있다. 한국영화가 자국에서 특히 사랑받고 높은 점유율을 유지한다고 해서 그 보호정책을 뒤흔든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솔직히 말해 지난 17일부터 최민식씨를 비롯한 스크린쿼터 사수 원정단의 평화적 시위가 많은 부분 작용했다. 그들의 투쟁이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관심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극소수의 극우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화 다양성 협약에 동의한다. 그러나 동의한다는 것으로도 충분치 않다. 긴요한 순간에 행동으로 보여줘야할 필요를 느꼈다. 문화 다양성에 대한 믿음은 넓게 공유하고 있었으나 그에 대한 인식이 잠들어 있었다. 그들의 투쟁에 역동적인 연대를 표현하고 싶었다. 질 자콥 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원정단의 투쟁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공감했다."
 한국 원정대의 시위현장에서 끌로드 위원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봉준호 감독이 든 피켓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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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 영화제 이사회의 공식 선언문이 앞으로 어떤 반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나 ? "우선, 영화 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의 장 미셸 프로동 편집장이 이번 선언문을 <카이에…>에 공개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다른 프랑스 언론을 통해 한국의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지지 공식 선언문을 더 널리 알릴 생각이다. 이것이 한국과 미국 정부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인 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들의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해야 했다. 특히 장기적 시각으로 볼 때 필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미 스크린쿼터가 무너졌지만 한국 정부가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스크린쿼터 원상복귀를 결정하기 바란다. " "침묵-촛불시위, 효과적이고 참신했다" - 이전에도 칸 영화제 이사회가 이 같은 선언문을 채택한 일이 있나? "지난 2004년 처음 우리 공연예술 비정규직 노조가 칸 영화제 팔레 데 페스티발의 붉은 양탄자 위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 이번 스크린쿼터 사수 원정단의 시위를 어떻게 봤나? "매우 효과적이었고 무엇보다 참신했다. 마스크를 쓴 채 벌이는 침묵 시위나 촛불 시위같은 것은 프랑스인에게 낯설다. 우리는 무엇보다 슬로건을 외치고 말을 한다. 거리를 휩쓸고 플래카드를 흔드는 등 행동이 주가 된다. 침묵이 아니라 구호를 외친다. 나는 원정단의 침묵시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입을 다물고 할 말을 하는 것이다. 칸의 경건성과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형태의 시위였다. " - 처음 최민식씨가 팔레 데 페스티발 앞에서 1인시위를 하려할 때 경찰이 제지했으나 시민들의 호응으로 감동적인 시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둘째 셋째 날에는 경찰이 아예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 "첫날 1인 시위 결과 칸 영화제의 질 자콥 위원장은 한국의 스크린쿼터 원정단이 비폭력 평화 시위를 벌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며칠 전 내가 질 자콥을 만났을 때 매년 칸 영화제가 개최될 때마다 폭탄, 테러 위협에 골머리를 앓아왔다고 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 질 자콥이 개입했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지난 2004년 우리 공연예술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한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경찰의 접근을 막아낸 것은 원정단이요 그에 호응한 시민이다. " - 최민식씨와 같이 한국에서 스크린쿼터 사수를 주장하는 영화인들이 종종 집단이기주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극우파 중에서도 극소수다.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자들만이 그런 비난을 한다. 나는 프랑스에도 자신을 던질 줄 아는 최민식과 같은 배우가 있었으면 좋겠다. 프랑스 배우들이 간혹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는 하지만 결국 용기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공연예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시위를 할 때 장-피에르 바크리, 아녜스 자우이, 랑베르 윌슨 같은 영화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세실 드 프랑스도 지난해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사회자로서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태반의 배우들은 운동가가 아니지만 관객의 눈을 의식해 그들의 시각을 쉽게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최민식씨의 행동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참으로 너그럽고 용기있는 것이다. 묻고 싶다. 공동의 이득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이기주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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