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칸 원정단 투쟁에서 최민식은 늘 카메라의 표적이었다.
ⓒ 박영신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를 반씩 섞어놓은 듯한 배우"

지난 20일자 프랑스의 무료신문 <르 메트로>는 칸의 팔레 데 페스티발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배우 최민식을 이렇게 묘사했다.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던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최민식은 전 세계에서 칸으로 몰려온 각종 언론의 표적이 됐다.

칸 영화제 폐막을 하루 앞둔 26일, 최민식을 비롯한 대책위의 투쟁을 보는 프랑스 언론이 궁금해졌다. 대책위 활동을 언급한 모든 언론을 찾아볼 수는 없으나 눈에 띄는 몇몇 기사만으로도 대책위의 칸 원정 투쟁은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다양성. 한국, 스크린쿼터제도를 헐값에 팔다. 한국 아티스트들 칸에서 투쟁."

지난 22일자 일간지 <뤼마니떼>는 '위험에 빠진 한국영화'라는 제목으로 최민식씨를 비롯한 원정대의 칸 투쟁을 기사화했다.

"한국의 감독과 배우들이 나흘째 팔레 데 페스티발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10년 전부터 한국은 자국 영화를 위한 스크린쿼터제를 실시해왔다. 부산 국제영화제와 함께 스크린쿼터제는 두 개의 문화적 예외의 지렛대로서 한국이 창작의 누벨바그의 세계적 거점이 되도록 하는 동시에 한국영화를 존재케 했을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뻗어나가도록 했다. 수치가 말하고 있다. 1995년 한국영화는 20%의 관객을 동원했으나 10년 후 59%로 크게 증가했다."

"7월 1일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뒤바뀔 지도 모른다"

<뤼마니떼>는 하루 전인 지난 21일에도 한국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오는 7월 1일 모든 것이 뒤바뀔지도 모른다. 미국의 압력에 밀려 한국 정부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한 상업적 보상을 기대하며 스크린쿼터 폐지를 용납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홍준 영상원장은 이 사실을 경고하기 위해 칸에 왔다. '단기적으로 한국극장에서 한국영화를 보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한 극장이 이미 한국영화 상영 20%를 채웠다면 올해 말까지 더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하지 않아도 된다. 장기적으로는 제작자들이 자국영화에 더이상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봉준호(괴물, 감독주간), 윤종빈(용서받지 못한 자, 주목할만한 시선) 감독과 같은 젊은 영화인들이 매일같이 촛불을 들고 시위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두 차례에 걸친 지난 칸 방문은 축제였으나 오늘은 아니다. 나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와 같은 심정이다'라고 최민식은 말했다. 프랑스문화연대(FCCD), 프랑스 노동총동맹(CGT) 산하 공연예술노조는 그들의 동지이자 친구들을 지원했다."

▲ 지난 18일 팔레 데 페스티발 앞에서 벌어진 1인 시위 현장에서 최민식을 인터뷰하고 있는 플로랑스 오브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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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는 모든 것이 붉은 양탄자 주변에서 끝난다"

20일자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촛불시위 현장에서 최민식을 인터뷰한 플로랑스 오브나스의 기사를 소개했다. 오브나스는 지난해 1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5개월 만에 풀려나 관심을 끈 좌파 언론인으로서, 최민식의 1인시위를 저지하려 했던 프랑스 당국의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칸에서는 모든 것이 붉은 양탄자 주변에서 끝난다. 지난 금요일 몇몇 경찰들이 플래카드를 접으려 한 곳도 여기였다. 그 장면은 시큐리티랜드의 황금종려상 감이었다. 경찰 뒷 편, 공식 차량 사이로 무장한 공화국 기동대(CRS)가 대기하고 있었다. 한국의 배우가 전날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자리잡은 곳도 거의 같은 장소였다. 두 명의 통역인과 촛불에 둘러싸인 최민식은 한미 FTA 협상때문에 스크린쿼터가 40%에서 20%로 축소된 것에 항의하고 있었다. 최민식은 그의 배우인생을 제물로 바쳤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한 그는 단 한 편의 영화도 촬영하지 않을 것이다. 2년 전 최민식은 <올드 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이미 11편의 시나리오를 거절했다고 한다."

한편 22일자 일간지 <라 트리뷴>은 '한국영화의 건강에 위협'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사안을 다뤘다.

"제작자, 시네아티스트, 배우들로 구성된 한국 문화연대는 지난 1994년 미국과 FTA 협상에 서명한 뒤 스크린쿼터제가 폐지되고 자국 영화가 실종된 멕시코의 경우를 상기시킨다. 이것은 한국의 극장이 연 600여 편의 영화를 생산해내는 할리우드 배급자들에게 저항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지지하는 칸 영화제 이사회 공식 선언문이 통과된 지난 21일,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한-불 영화인 심포지움이 열렸다.
ⓒ 박영신
20일자 일간지 <르 솔레이>의 관련 기사 제목은 ‘할리우드에 대항하는 촛불’이었다.

"할리우드의 압력 앞에 한국 정부는 한국영화 상영 일수를 강제해 한국영화의 급진적인 성장을 가져온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했다. 누구를 위해서? 압력의 진원지인 할리우드 영화를 위해서."

프랑스의 공영 텔레비전 채널 <프랑스3 TV>도 22일 저녁 7시 뉴스 시간에 '한국의 스크린쿼터 축소'에 카메라를 맞췄다.

"배우 최민식은 칸 영화제 이사회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감격을 숨기지 않는 최민식은 '교류 대상인 문화는 일반 공산품으로 취급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 감독협회의 이름으로 뤽 르클레르 뒤 사블롱 부위원장은 칸 이사회에서 투표한 것이 자랑스럽다며 '자신의 예술을 자각하는 모든 감독들은 다양성이 없다면 할리우드의 지배만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6-05-27 15:2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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