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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그림책 시장을 보면 대부분 외국 작가들의 번역서가 판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는 책들은 거의 유럽이나 일본 작가의 책들로 우리나라 작가 책은 가뭄에 콩 나듯이 보일 정도이다. 출판업계에서 돈벌이에 급급하여 좋다는 외국 그림책의 판권을 사들이기에만 바쁜 듯싶어 마음이 씁쓸할 때가 많다.

출판사 입장에서야 이미 외국에서 인기를 끈 검증된 그림책을 들여 오는 것이 쉽고 간편하게 돈을 버는 길이겠지만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조차 안 하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작가가 우리 말로 쓴 좋은 그림책은 유명 번역서 이상의 훌륭한 가치를 갖고 있을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가 뜨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별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선뜻 시장성도 없는 책을 출판하려 들겠는가. 쉽게 돈을 벌려는 출판업계도 문제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작가들 또한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작가의 좋은 그림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 <입이 큰 개구리> 책표지
ⓒ 미세기
아이들에게 꾸준히 인기가 있는 번역 그림책 <입이 큰 개구리>를 보면 어떤 책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커다랗고 화려한 동물들의 그림, 입체적으로 만들어서 아이의 시선을 붙들어 놓는 특이한 구성은 이제 6개월이 된 우리 아가의 마음에 쏙 들만 하다. 아이는 이 커다란 그림책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즐거워 한다.

우리 아가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약간의 이야기가 있는 책의 내용은 읽어줘도 별 흥미가 없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불쑥 튀어나오는 입체적인 동물들의 모습은 아이의 호기심을 끌 만하다. 특히 각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내며 책장을 펼쳐보이면 아주 좋아하며 책 속 동물을 만지려고 한다.

입이 큰 개구리가 곤충을 잡아먹는 모습, 부리가 큰 새, 악어의 커다란 입, 풍덩 물속에 빠지는 개구리의 모습은 모두 입체적인 종이 접기로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 아이는 화려한 색깔의 커다란 동물 모양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고 책이라는 대상에 친근감을 갖게 된다. 이 그림책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싶다.

▲ <무늬가 살아나요> 책표지
ⓒ 돌베개어린이
우리나라 작가의 그림책 중 이렇게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게 없나 하고 살피다가 발견한 책이 바로 <무늬가 살아나요>이다. '돌베개어린이'에서 출판한 이 책은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가가 유화로 그린 그림에 일본에서 그림책을 공부한 작가가 글을 쓴 책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이 매우 화려하고 사실감 있으며 아기의 시선을 끌 만하다.

벽에 걸린 액자에서 꽃과 나뭇잎이 마치 살아나는 것처럼 움직인다는 상상력을 보여주는 책의 구성은 독특한 느낌을 준다. 벽지의 꽃무늬가 살아나고 그림 속 호숫가에서는 얼룩말이 뛰어 놀고 나뭇잎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을 화려한 색으로 잘 표현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원색적이면서 생동감 넘치는 그림이 특징이다.

'나비가 나풀나풀, 샤샤 바람이 불면, 물결이 찰랑, 툭툭툭' 등의 의성 의태어를 동원하여 아이의 언어 감각을 자극하고 청각적인 효과를 얻으려고 한 점도 긍정적인 모습이다. 어린 아이일수록 반복적이면서 리듬감 있는 언어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림책에는 이런 언어로 쓰인 내용이 적절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벽에 그려진 무늬가 살아나서 움직인다는 내용 구성이 아이들의 마음에 직접적으로 다가오긴 좀 어렵다는 측면이 있다. 어른들이 느끼기에도 그다지 상상력을 유발하는 것 같지 않은데 아이들은 오죽하랴. 창의성은 돋보이나 아이들에게는 좀 더 간단하면서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재치 있는 내용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이 큰 개구리>와 <무늬가 살아나요> 중에서 우리 아기가 좋아하는 책을 꼽으라면 단연코 <입이 큰 개구리>이다. 화려하면서 입체감 있게 구성된 이 책은 어느 아이나 다 좋아할 만한 매력이 폴폴 넘친다. 아이들은 마치 장난감을 대하듯 이 책을 접하면서 책 속의 동물과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엄마가 볼 때에 이 책이 항상 달갑지만은 않다. 화려하고 원색적이면서 입체감 넘치는 동물들의 모습은 너무 자극적인 것에만 노출되어 우리 아이가 소박하고 단순한 것의 아름다움을 못 느끼고 살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작가가 쓴 순수하고 맑은 느낌의 <무늬가 살아나요>도 자주 보여주는 편이다.

특히 잠자리에서 이 책을 펼쳐보여주면 차분한 느낌이 드는지 조용히 그림을 바라본다. 화려한 원색 그림이 그려져 있어 아이의 시선을 끌기는 하나 그 그림의 모양이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럽다. 무늬가 살아나서 움직이는 모양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언어와 색채. 그것을 통해 아이는 자라나 언젠가 살랑거리는 봄바람의 손길을 색다르게 느끼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고 꿈꾸어 본다.

무늬가 살아나요

안윤모 그림, 유문조 글, 길벗어린이(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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