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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베이비 위스퍼>
ⓒ 세종서적
미국 서점가에서 육아 관련 책 중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다는 <베이비 위스퍼>의 원제는 '아기에게 속삭여주는 사람의 비밀(Secrets of the Baby Wisperer)'이다. 원래 'wisperer'라는 단어는 'horse wisperer'에서 온 것으로 미국에서는 말의 성질을 달래고 훈육하는 사람을 '호스 위스퍼러'라고 부른다.

말의 귀에다 속삭여 주면서 드센 성질을 누그러뜨리는 호스 위스퍼러처럼 베이비 위스퍼러는 아기의 귀에 속삭여 주고 아기와 교감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해 온 작가의 별명으로 사용되었다. 저자 트레이시 호그는 자신처럼 아이를 대하면 울부짖는 아이가 얌전해지고 엉망이었던 부모의 삶도 안정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최근 미국에서 조디 포스터 등 유명 할리우드 인사들이 아기를 맡기고 싶어할 정도로 잘 알려진 보육 도우미이다. 영국에서 나고 자란 호그는 자신이 성장해 온 편안한 가정 환경을 미국 생활에 도입하고 예비엄마와 초보 부모에게 아이를 존중하는 양육 방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을 감수한 아기발달전문가 김수연씨는 서문을 통해 많은 아기와 엄마가 동시에 겪는 갑작스런 환경 변화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말로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기를 이해하고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들의 소망이다. 갓 태어난 아기들 역시 세상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이 있다. 다만 세상이 요구하는 '언어'라는 수단을 갖지 못한 아기들은 답답할 뿐이다. 아기들은 끊임없이 양육자의 태도를 관찰하면서 양육자가 자신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쓴다. 반면 아직도 많은 엄마 아빠들은 아기는 아무런 사고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단정하고 마치 기계를 다루듯 아기를 양육하는 태도를 보이곤 한다."

대부분 부모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너무 다른 아이의 모습에 당황한다고 한다. 엄마 아빠는 아기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먹고 자는 것 이외의 별다른 욕구가 없다는 '착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순할 것만 같았던 아기는 온갖 울음과 짜증으로 반응하며 세상을 항해 몸부림친다. 이런 아기를 대하는 초보 부모들은 힘들기만 하다.

부모들은 갓 태어난 아기일지라도 다양한 형태의 요구 사항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아기들은 자신의 다양한 욕구를 언어가 아닌 울음과 칭얼거림 등으로 표현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은 아기가 울 때마다 주변 환경과 아기 상태를 잘 들여다 보고 아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재빨리 간파하여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아기의 요구사항이란 덥다, 짜증난다, 시끄럽다, 자고 싶다, 피곤하다 등등 실로 다양하다. 가만히 누워 있는 것 같은 아기이지만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주장이 바로 저자의 논리이다. 어른은 이미 그 환경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엄마 뱃속에서 안락하게 지내던 아이에게 이 세상은 혼란과 불안의 연속이다.

나도 아이를 키워본 입장에서 아기가 도대체 왜 우는지 판단이 서질 않아 당황할 때가 많았다. 분명 젖도 먹고 잠도 잤는데 울기 시작하는 아기. 이 조그마한 생명이 세상을 향해 울부짖기 시작하면 초보 엄마는 당황하여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게 된다.

대부분 엄마는 젖이 모자란 게 아닌가 하고 젖을 물리기 쉽지만 사실 아기는 배고픔 이외의 다른 불만으로 울음을 터트릴 때도 많다고 한다. 피곤해서 자고 싶은데 엄마가 무조건 밥숟가락을 들이대니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가. 자신의 요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아기는 더 큰 울음으로 반응하고 만다.

이렇게 한번 크게 울기 시작한 아기를 달래는 일이란 정말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먼저 아이가 왜 우는지 자세히 들여다 보기를 권한다. 아이가 울면 무조건 안고 달래거나 젖을 물리기는 방법은 아주 좋지 못하다. 아기가 보채기 시작하면 먼저 방이 너무 더운 건 아닌지, 아이가 피곤하지는 않은지, 잠잘 시간이 되지는 않았는지, 주변 환경이 너무 밝거나 시끄러운 것은 아닌지 등을 체크해 본다.

이런 방법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아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아이가 편안한 환경에 있도록 돕고 싶다면 '아기의 언어를 배우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의 기본자세를 제시한다.

"아기를 존중한다. 아기를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한다. 일방적이 아닌 양방향으로 대화를 나눈다. 귀를 기울이고 아기의 요구를 들어준다. 매일 충실하고 규칙적이며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여 아기가 다음에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있도록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아이가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양 생각하고 자기 생각대로 아기를 움직이려 하는 경우가 꽤 생긴다. 그럴 때마다 명심해야 할 사항이 바로 아이를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 아기를 존중하고 그의 요구가 무엇인지 잘 살필 때에 비로소 아기는 편안해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편안한 것이 엄마에게도 행복한 마음과 휴식을 가져다준다.

이제 6개월인 우리 아가도 처음 태어나서 삼 개월 동안 참 많이도 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예민한 아기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엄마가 무지해서 함부로 대했던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울고 있는 아기를 달랜답시고 품에 끌어안은 채 시끄럽게 텔레비전을 틀어 놓고 있었던 적도 있고 기저귀를 간다고 울고 있는 아기를 눕힌 채 엉덩이를 번쩍 들어올린 적도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했던 이 모든 행동이 참 아이를 불편하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아기가 많이 울고 보챘나 보다. 다행히도 '예민한 아기는 백일이 지나면 순둥이가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이제 우리 아기는 울지도 잘 않고 엄마와 잘 지내는 예쁜 모습이 되었다.

아마 이제는 내가 아기의 몸짓과 칭얼거림을 익히고 배워 그가 전하는 의사소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아기를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와 양방향의 대화를 나누는 육아의 실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언제나 가슴 속에 품고 있어야 할 생각이 아닐까 싶다.

베이비 위스퍼 - 행복한 엄마들의 아기 존중 육아법

트레이시 호그, 멜리다 블로우 지음, 노혜숙 옮김, 김수연 감수, 세종서적(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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