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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박정희 1,2>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우리 근대사에 남긴 흔적과 개인사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형식은 만화 틀에 의지한다. 하지만 기실 그 내용은 마치 지난 시절 박정희의 과거사를 사진으로 찍어 낸 듯 사실적이다.

자료 준비에서부터 인물 접근 방식과 서술 방식, 그리고 만화가 가지는 여러 가지 상징과 묘사기법의 장점을 충실하게 살린 근래에 보기 드문 뛰어난 박정희 관련 저서라 할 수 있다. 만화가 살릴 수 있는 장점에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전개방식은 기존의 감정에 치우치다시피 한 여러 박정희 관련 저서보다 훨씬 더 믿음과 신뢰가 간다.

만화로 보는 박정희라...

우선 이 책은 만화의 형식을 빌린다. 만화가 갖는 장점은 우선 전체 내용 전개가 빠르고, 인물들이 작품 전체 맥락에서 가지는 의미를 인물 묘사와 외양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그런 맥락을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아래 컷은 우리 근대사의 암울했던 한 시기의 종말을 알리는 것으로 충분한 상징성을 확보한다.

▲ 책 전체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장면
ⓒ 시대의 창
이 작품에서 만화가 가지는 또 다른 미덕은 그림으로 드러나는 인물의 풍자와 비판에 있다. 그간 박정희가 가져왔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영웅주의적 색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주로 한국 전쟁이후, 특히 쿠데타 성공 이후의 카리스마를 토대로 한 강력한 철권에의 지도자 모습은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만화 가지고 있는 통속적인 재미나 쾌락적 기능에의 추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특히 저자 서문에서도 드러나듯이 초지일관 박정희 일대기를 사실적인 장면과 내용으로 그려내기 위한 시도에 충실했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했거나, 사실에서 벗어나는 희화적인 장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 책에선 만화의 큰 장점인 상상력의 발휘나 화려한 장식과 과장된 표현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단지 한 독재 권력의 상상력이 빚어 놓은 화려한 포장과 허상을 벗겨내고 실체를 발굴하고자 하는 무미건조한 진실의 전달이 있을 뿐입니다.”- (그린이 서문에서)

박정희는 어떻게 군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일까

대부분 전쟁 이후 박정희의 모습은 우리 근대화와 맞물려 잘 드러난다. 특히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나 책 등을 통해 우리 근대화에 박정희가 어떤 모습으로 군림했는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되고 있다. 하지만 전쟁 이전 박정희의 행보에 대해서 익히 알려진 바가 없다. 알려졌다 해도 그렇게 크게 부각되거나 문제시 되어 이야기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 겉표지
ⓒ 시대의 창
하지만 <만화 박정희>는 1권에서 전쟁 이전의 박정희의 행보에 대해 자세하게 그려낸다.

유년 시절 박정희의 가정사와 학창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어머니가 마흔 중반에 원하지 않았던 아이를 낳았는데 그것이 바로 박정희였다. 박정희는 근대 지식인인 형 박상희의 도움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교사직을 얻어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결혼생활의 불만족 그리고 교사직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군인이 되기 위한 결심을 하게 된다.

권력에의 집착과 욕망이 교사직을 집어 던지고 일본 괴뢰군 역할을 했던 만주 군관학교에로의 입학을 유도한 것이었다. 당시 일본의 괴뢰 만주국 군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혈서하는 장면, 자신의 출세와 목적을 위해서는 동료나 민족도 쉽게 배신하는 모습 등에서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한 영웅적인 바탕이나 근본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이처럼 박정희가 군인이 된 것은 쓰러져 가는 이 나라와 겨레를 위함이 아니었고, 단순히 탄압받고 억압받아 왔던 자신의 울분을 극복하고 나아가 권력 지향에로의 단초를 거머쥐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이 책은 언급한다.

우리 근대사에서 박정희는 무엇인가

가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야당 대표가 나와 현 정권에 대해 엄격한 비판의 칼날을 세울 때가 많다. 물론 자신의 아버지가 우리 근대 경제의 초석을 마련했고, 못 먹고 못 살던 이 땅의 수많은 서민들을 위해 피땀을 흘려 가며 이룩해 놓은 점 때문에 자신 있게 할 말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우리 근대사의 어두운 면을 생각한다면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반문도 던져 본다.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근대화를 이룩했고, 지금 우리는 그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그 해답은 분명 ‘아니오’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60, 70년대의 정경유착을 발판삼아 성장과 거대기업 일변도의 경제구축이 나은 폐해를 제대로 씻어 내지 못하고 있으며 여차하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의 토대 속에 지난날 보다 더 심화된 어려움 속에 신음하고 있다. 더 어려워진 서민 살림에 하루하루 늘어가는 빈민층의 증가, 이 모든 것의 시초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차근차근 따져 본다면 야당 대표도 할 말을 다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박정희의 향수와 카리스마에 몸 달아 있는 이들을 본다. 그 근원과 정체가 무엇이든지간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 그리움이 지금 대한민국 거대 야당의 토대를 이끌어 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토대 위에 거대 야당은 제 갈 길을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원내에서 제 목소리를 충실히 내다 못해, 거리까지 나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말로 ‘박정희와 근대화’라는 큰 화두를 언제 제대로 정리해서 풀어 놓을 수 있을지 어려워만 보인다. 다행히 그런 와중에 나온 <만화 박정희>는 그런 어려움에 조금의 위안을 줄 수 있는 내실 있는 저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만화 박정희 1~2 세트 - 전2권 - 왜곡된 신화, 영웅인가 기회주의자인가

백무현 지음, 박순찬 그림, 민족문제연구소.뉴스툰 기획, 시대의창(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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