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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며칠 전이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면서 약간은 다리를 절고 있는 듯이도 보였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말도 마라, 옆집 개에게 물려 오늘 큰일 날뻔 했다.”
“옆집 개라니요, 혹 그 쬐끄만 애완견 말입니까?”
“애완견!”

어머니는 아이를 업고 아파하는 다리를 참아가며 아들과 며느리 오기만을 눈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손자 보느라 피곤에 지쳐 있는 어머니의 눈에선 아직도 놀라움과 두려움이 가지시 않은 듯 보였다. 저녁을 먹으면서 차근차근 오늘 일에 대하여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놈에 개가 얼마나 앙칼스럽던지!”
“그래도 쬐끄만 애완견에 불과한데?”
“쬐끄만해, 그 놈 벌어진 입속의 허옇게 날 선 이(빨) 한 번 보고 나면 마음이 달라질꺼다!”
“어떻게나 달려들던지, 아이 업고 있다가 아이까지 봉변 당할 뻔 했다, 그 놈의 애완견인지 뭔지 하는 놈 땜에!”

그 애완견은 이웃집 사람이 애지중지 하다 못해 매일 품에 안고 다닐 만큼 지극한 사랑을(?)을 받는 개로, 그다지 사납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외양과 몸집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그렇게까지 사납게 사람에게 달려들어 상처를 내다니 한편으론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오늘 그 개 주인이 조금이라도 늦게 왔더라면 큰일 날뻔했다, 그 놈의 개가 얼마나 사납게 굴던지…….”
“그래, 그 주인이 달래니까 말을 듣던가요?”
“말도마라, 그 옆집 사람도 오늘 식은땀깨나 흘렸을깨다.”
“왜요?”
“내가 자기 개한데 물려 다리를 절고 있으니, 앰블런스 부르고 병원에 함께 가서 진단서 받고, 참 살다가 별일 다 당해보네, 이러나 저러나 우리 손자 아무일 없어서 다행이다.”

그 와중에도 손자 걱정하는 어머니의 그 마음이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 손자는 오늘의 일을 알기나 한지 여기저기 방 구석구석을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거 원, 저놈의 개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에 뒷집 개 때문에 동네에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문제는 골목에서 맨 뒷집에 이사온 사람이 덩치가 큰 개에서부터 조그만 애완견까지 서넛 마리를 데리고 온 것이 문제가 되었다. 물론 개를 좋아해서 데려왔겠지만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서 밤이면 짖어대는 소리에, 낮에는 가끔 줄에서 풀려난 개들이 골목으로 나와 아이들에게 사납게 굴거나 혹은 변을 여기저기에 보는 경우가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제발 그 놈의 개 주둥이 좀 다물게 해요, 이거 원 밤 늦게까지 짖어대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그리고 제발 대낮에 개들 좀 풀어놓지 마세요. 덩치가 산만한 놈을 풀어놓았다가 사람이라도 물면 어떡할라구 그러세요.”

나름대로 개로 인해 겪은 일 때문에 이런저런 이웃들이 불평을 늘어놓는 통에 개 주인은 딴에는 궁핍한 변명을 늘어 놓기도 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개 키우는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 주셔야지요, 무조건 그렇게 쫓아내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면 저도 무척이나 섭섭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요……. 앞으로 조심시키겠습니다.”

문뜩 개 주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우리 아이들에게도요’라는 표현이 무척이나 생소하게 들렸었다. 그 주인에게는 생활화된 표현으로 익숙한 듯 나왔지만, 개를 키우지 않는 입장에서는 꽤나 웃음 아닌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들리기도 했다.

우리 아들한테 너무 야박하게 그러지 마슈. 그놈한테 목줄을 하라니요!

비단 어머니나 이웃 주민들만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필자는 어릴 적 시골에서 키우던 강아지에 대한 추억 때문에 평소에 개에 대한 인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었는데, 도시로 이사를 오고 더욱이 애완견이 부쩍 늘어난 요즈음에는 그런 지날 시절 강아지에 대한 추억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와 유사한 경험을, 길 가다가 우연하게 당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개 주인이 재빨리 개를 잡는 바람에 일이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칫 했으면 어머니와 같이 병원으로 갈 뻔 했었기 때문이었다.

비단 이 일만이 아니었다. 인근 산에 있는 체육공원에 운동을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한 노친네의 애완견이 초등학생 3,4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덤벼들어 자칫 큰 사고를 낼 뻔 한 경우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혼비백산하여 몸을 가누지 못한 아이를 주변 어른들이 그 개를 막고 제지했었기에 망정이지 정말로 그대로 두었더라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일이 벌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그 노친네의 말이 한편으로 너무 황당해서 주변 사람들을 반 웃음, 반 분노의 상태를 몰고 가기도 했었다.

“오늘 우리 아들이 왜 그러지,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등산복으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제법 귀티나는 노인네가 분명 치매에 걸려 나오는 소리는 아닌 듯 싶었는데, 그런 말을 듣고 있으니 한편으론 너무나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할머니, 개가 아이를 물었다면 어찌할 뻔 했습니까? 제발 산에 올라오실 때는 개에 목줄 좀 하십시오.”
“우리 새끼한테 너무 야박하지 그러지 마슈. 그놈한테 목줄을 하라니요.”

하도 어이가 없어 혼자 산을 급히 내려오고 말았다. 요즈음 부쩍 주변에 애완견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세상이 각박해지니 개에게라도 정을 붙여 사는 낙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관리를 잘못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개를 정말로 아끼는 사람의 마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부터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아직은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태그:#애완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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