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맨유의 홈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2라운드 아스톤 빌라전에서 한국의 첫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이 두 번째 선발 출전하는 영광을 누렸다.

첫 번째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그의 두 번째 경기는 박지성의 장단점을 더욱 더 확연히 드러낸 경기였다. 무엇보다도 부족한 점은 결정적인 한방, '골 결정력'과 '경제적인 경기운용'이었다.

전반과 후반 10분을 뛰고 교체된 박지성의 단점을 한번에 해결한 선수는 그의 강력한 어린 경쟁자 호나우두였다. 그는 들어가자마자 박지성이 못한 결정력을 보여주었다. 골키퍼가 새처럼 날아가며 간신히 처낸 멋진 헤딩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니의 첫 골을 사실상 어시스트하는 수훈을 세웠다. 호나우두는 특유의 드리블과 아울러 정확한 크로스를 무기로 반니의 첫 골을 유도하였다. 그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는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로 그림처럼 날아갔고, 다급한 아스톤 수비는 머리로 공을 밀어냈으나 재수 없게도 같이 쇄도하던 반니의 발에 가져다주었다. 공은 여지없이 골 망을 흔들었다.

순간 박지성이 떠올랐다. 전반에 골대를 강하게 흔든 그의 슛이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리고 골문 앞에서 반니에게 연결해 주던 패스가 반니의 발을 맞추지 못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렇게 경기는 흘러갔고 맨유는 1대0으로 귀중한 2연승을 거두었다.

박지성은 두 가지 단점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골 결정력과 다른 하나는 체력의 문제이다. 먼저 골 결정력은 누구나 다 아는 문제이다. 늘 2% 부족한 그였다. 문전에서의 냉정함과 정확한 킥이 그 해결책이지만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문제는 그의 체력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박지성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조짐이 보이자 퍼거슨 감독은 가차 없이 그를 교체하였다. 첫 번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박지성의 빠른 움직임이 맨유의 전체적인 공격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그의 이런 점이 그를 반쪽짜리 선수로 전락시킬 수 있다. 즉 체력이 고갈되면 벤치멤버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는 체력이 고갈되지 않았으며, 더 빨리 뛸 수 있다는 두 가지를 앞으로 계속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더 경제적인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좀 더 지능적이고 효율적인 자기구역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운동장 전체를 혼자 뛰어다니며 막을 필요가 없다. 본인이 주로 활동하는 왼쪽 공격구역을 완벽하게 커버해 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긱스가 뛰던 왼쪽 공간을 차지한 후 박지성이 보여줘야 할 움직임은 45분만 뛰는 것이 아닌 90분간의 쉴 새 없는 움직임이다. 그런 면에서 왼쪽과 중앙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경제적인 움직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움직임이 둔해지면 여지없이 교체되었다. 박지성의 움직임이 둔해지면 공격 자체가 둔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호나우두가 뛰던 후반은 달랐다. 그의 크로스는 정확했고, 그의 발은 정말 빨랐다. 또한 골 결정력까지 갖춘 완벽함 그 자체였다. 그런 면에서 박지성의 좋은 경쟁자였다.

박지성의 투박한 볼 컨트롤과 드리블은 그의 강한 체력으로 상쇄되고 있다. 호나우두는 박지성처럼 강한 체력은 아닌 듯했다. 호나우두의 움직임은 전후반을 풀로 뛰기에는 너무 관성적이고 상대팀에게 읽혀져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 점에서 좌 우 중앙 어디를 가리지 않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박지성의 움직임은 매 경기마다 상대팀의 수비수들을 긴장하게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축구감독이라면 대부분 박지성의 움직임을 대단히 좋아할 것이다. 공격이 안 풀릴 때면 변화를 주고 흐름을 바꾸기 위해 박지성 같은 선수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앞으로도 박지성을 훌륭한 선제공격용으로 계속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 강력한 무기로 중무장한 기마부대가 강한 기동력으로 적의 진을 먼저 흩트려놓은 뒤에 단칼로 무장한 보병이 육박전으로 적을 제압하는 기마전술과 흡사함을 보여준다.
2005-08-22 17:2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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