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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피서 철인 8월, "나가면 고생이다~"를 외치는 방콕족들을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최강의 라인업인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작년 여름 출판계를 뒤흔들었던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다빈치 코드>의 영향으로 이 분야의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릴러물의 키포인트라 할 수 있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과 개연성 있는 탄탄한 구성력을 기본적으로 겸비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스릴러 장르 문학 시장이 질과 양적인 면에서 풍성한 시기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단 하나,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바로 어떤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은 피서특집으로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 중 나름대로 눈에 띄는 작품들로 엄선하여 여러분들로 하여금 선택의 고민에 빠질 염려가 없도록 다소나마 도움을 드릴까 한다.

[문학] 히스토리언 –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 <히스토리언>
ⓒ 김영사
제일 먼저 추천하는 이 책 <히스토리언>은 최근 발행된 추리 스릴러 장르의 도서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의 이름이 낯설 수밖에 없는 것은 단지 이 작품이 그녀의 처녀작일 뿐, 그렇기에 선택이 망설여진다면 이건 어떠한가?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했고, 소니 픽처스와 150만불이라는 경이적인 액수로 영화 판권 계약을 맺은 작품이다. 또 글을 쓰고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아마존 Mystery & Thrillers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이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말이다.

식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추리 스릴러물 홍보 문구에 의례적으로 반영되는 그 유명한 미사어구를 나 역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치밀한 구성과 사실감 넘치는 묘사가 정말로!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다빈치 코드>를 필두로 해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어우러진 이른 바 '팩션'(FACT+FICTION :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픽션 형식으로 다룸) 장르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왜곡되고 점철된 흡혈귀 드라큘라가 아닌, 오스만투르크에 대항하여 조국 트란실바니아를 구했던 영웅이자 지도자인 드라큘라 백작과 함께, 아직까지는 낯설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동유럽의 풍경과 역사, 그리고 신화라는 배경을 통해 지적 충만감을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500년이라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역사가들의 모험과 드라큘라와의 대결을 통해 짜릿한 재미마저 선사하는 올 여름 최고로 지적인 역사 스릴러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0여 페이지를 웃도는 녹록치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여는 순간, 시나브로 드라큘라와 그의 존재를 추적해가는 역사가들의 대결 속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고 하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믿어보자.

마지막으로 저자인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인터뷰>를 비롯해서 뱀파이어의 기원을 밝혀주는 <뱀파이어, 네버 엔딩 스토리 / 한혜원>, 위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 있는 '팩션' 장르에 대해 알려주는 <팩션은 어떻게 대중을 사로잡았는가? / 김성곤> 등 각 권 끝에 소개되어 있는 부록 또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놓쳐서는 안되는 친절한 선물이다. (김영사[전3권] / 각 권 8900원)


[문학] 늑대의 제국 –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 <늑대의 제국>
ⓒ 소담출판사
오늘 소개하는 스릴러 작품들 중에서 영미소설에 <히스토리안>이 있다고 한다면, 프랑스 소설에는 단연코 이 책 <늑대의 제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메인 추천을 함에 있어서 나로 하여금 <히스토리안>과 함께 상당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던 작품일 정도로 '프랑스 문학은 지루하다(?)'는 일부의 그릇된 인식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조각 퍼즐같이 흩어진 기억을 찾아 헤매는 여주인공과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더블플롯 방식을 통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전율과 속도감 있는 상황전개는 읽는 이로 하여금 스릴러물의 재미를 최대한으로 만끽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특히 원작의 생생한 감정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파리, 이스탄불 등 소설 속의 무대를 직접 답사한 뒤 번역에 임했다는 프랑스 문학 최고의 번역가 이세욱씨의 살아 숨쉬는 듯한 문장 또한 이 작품을 더욱 더 빛나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소담출판사 [전2권] / 각 권 9000원)


[문학] 이중 설계 - 프레데릭 르누아르, 비올레트 카브소

▲ <이중 설계>
ⓒ 예담
<이중 설계 (원제 : La Promesse de l'Ange, 천사의 약속)>는 국내 예술서 전문출판사에서 출간한 첫 문학 작품치고는 의외라 할 수 있는 지적인 역사소설, 이른바 팩션 형태의 스릴러물이다. 출간되기 이전부터 출판계에서는 이미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던 작품이다.

유네스코에서 정한 세계문화유산인 프랑스의 몽생미셸 수도원을 배경으로 그 안에 숨겨진 천 년간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내용만으로 놓고 볼 때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건축 미스터리 물이 아닐까 싶었는데, 한마디로 그 첫 선택은 탁월했다.

단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예술작품에서 세계문화유산인 몽생미셸 수도원으로의 소재 확장에 불과한 에피고넨(모방자)이 아닐까 싶었던 생각은 천 년이란 시차를 넘나들며 어지러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과 함께 신학적 교설 논쟁과 이교도에 대한 박해, 수도원의 건축과 이단의 징벌제도 등 놀랄만한 고증학적 인문지식과 스릴러적 재미를 통해 충분히 기우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다빈치 코드>에 비견 될 수 있다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다. (예담[전2권] / 각 권 8900원)


[문학]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존 르카레

▲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열린책들
스파이 스릴러의 대가이자 뛰어난 문학성마저 소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 존 르카레의 작품들이 2005년 여름, 드디어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도 출간되기 시작했다.

전직이 다름 아닌 실제 베를린에서 활동했었던 영국의 스파이였던 만큼 작가 자신이 몸소 느꼈었던, 사실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첩보 스릴러물을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첫 소개 작품이었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보다 원숙해진 르카레의 중기 대표작이라고 한다며, 이번에 두번째로 출간된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그를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해준 초기 걸작이자, 최고의 히트작으로 뛰어난 문학성을 갖췄다는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서머싯 모옴상, 에드가상 등을 휩쓸었던 작품이다.

존 르카레의 전작주의자가 되어, 현재 소개된 그의 19편을 모두 읽어낼 자신과 시간이 있는 분들에게만 읽어보기를 권한다. 단, 결단코 후회는 없다. (열린책들 / 8500원)


[문학] 브로커 – 존 그리샴

▲ <브로커>
ⓒ 북@북스
다음 제목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야망의 함정> <타임 투 킬> <의뢰인> <펠리칸 브리프> <런 어웨이> <레인 메이커>. 대부분 헐리웃에서 제작된 흥행 대작이라는 공통된 답변을 말씀하시지 않을까 싶다. 물론 틀린 답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이 모두 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아시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 자못 궁금하다.

그는 다름 아닌 미국 최고의 법정 스릴러 작가인 존 그리샴으로, 위의 영화 리스트만 보더라도 그 만큼이나 재미와 작품성을 겸비한 스릴러 작품을 그려내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이러한 그가 지난 2002년 크리스마스에 벌어지는 따뜻한 가족이야기인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를 발표해 외도의 기미를 보여주더니, 이번 <브로커>에선 첩보 스릴러물에 도전하고 있다. 지독하리만큼 치밀하고 빠른 전개는 존 르카레의 전작들을 읽기 위한 긴 호흡을 가다듬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소품이라 생각하고 섣부르게 덤비지는 말지어다. (북앳북스 / 1만1천원)


[문학] 이순신의 비본 – 김태훈

▲ <이순신의 비본>
ⓒ 창해
'또 이순신이야?'라는 푸념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난중일기> <선조실록> <장비록> 등 철저한 사료조사를 바탕으로 7년간의 임진왜란을 사실적으로 기술해 낸 작품 <이순신의 두 얼굴>을 통해 임진왜란이라는 큰 틀 속에서 그 어떤 자료보다 객관적이고 인간적인 이순신의 모습을 조망해 줬던 김태훈씨가 쓴 소설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조 대에 편찬되었던 <이충무공전서>에 실린 이순신의 <난중일기> 전서본이 이순신이 직접 쓴 초고본과는 그 내용이 사뭇 다르다는 점에 기인하여 전작과 같은 딱딱한 역사서보다는 편안하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을 통한 역사 이야기를 풀어보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혹 '김진명 류의 역사소설이다', '다빈치 코드의 성공에 기인한 얄팍한 팩션에 다름 아니다'로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기우가 결코 가볍지 만은 않기에 이 책을 읽기 전에 되도록이면 전작 <이순신의 두 얼굴>을 먼저 읽어 보는 아량(?)을 베풀었으면 한다. (창해[전2권] / 각 권 8500원)


[문학] 카인의 아들 – 퍼트리샤 콘웰

▲ <카인의 아들>
ⓒ 노블하우스
스릴러 장르에서는 흔치 않는 여성 작가인 퍼트리샤 콘웰은 법의학 스릴러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존재이다. 첫 작품 <법의학>을 통해 애드가 앨런 포우 상 등 전 세계 주요 추리문학상 5개를 휩쓸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래, '법의학 스릴러의 개척자'라는 칭호답게 강렬한 서스펜스뿐만 아니라 풍부하고 해박한 과학수사기법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 작품 <카인의 아들>은 전작인 <사형수의 지문> <시체농장>에 이은 '템플 골트 3부작'의 완결편으로 법의학자인 여주인공 스카페타와 보란 듯이 흔적을 남기면서 다니는 대담한 연쇄살인범 골트의 대결이 흡사 제프리 디버의 <본 콜렉터>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으로 법의학 스릴러라는 장르를 넘어 삶을 통찰하게 하는 작가의 역량이 빛나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 CSI 과학수사대>나 <메디컬 인베스티게이션>과 같은 과학수사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TV 매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상상력을 배가시키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노블하우스[전2권] / 각 권 8000원)

다빈치 코드 1 - 개정판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문학수첩(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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