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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니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 김별아 장편소설 <미실>


ⓒ 문이당
문학상으로는 국내 최고의 상금(1억원)이 걸린 '세계문학상' 1회 수상작인 김별아의 장편 <미실>(문이당)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소설의 제목은 김대문의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매혹적인 여성 '미실'의 이름에서 따왔다.

미실은 진흥제(왕), 진지제, 진평제 3명의 왕과 관계하는 것은 물론, 젊고 매력적인 화랑 사다함 등을 미모와 기예로 제 발 아래 거느린 담대한 여성이자 여걸이었다. 말 그대로 '섹스'를 무기로 신라왕조를 지배한 것이다. 등단 초기 몰락한 학생운동에 대한 그리움과 현대 사회의 여성문제에 천착해온 김별아의 다소 이채로운 변신이다.

그 변신은 이미 전작 단편 '삭매와 자미'에서 예견됐다. 우리 역사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고대 중국으로 소설의 무대를 옮겨, '존재한다는 것과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애증의 본질'을 묻는 '삭매와 자미'는 독자는 물론, 적지 않은 평론들의 호평을 얻어냈다.

김별아는 우리가 문헌 혹은, 유물을 통해서 밖에 유추할 수 없는 '신라시대'로 작가적 관심을 돌려 거기에서 한 여인의 사연 많은 삶을 추적·복원했다.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한 시대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에 결코 포박되지 않았던 자유로운 영혼 미실.

김별아는 '팜므 파탈'인 동시에 '자주적 여성의 전범'이었던 미실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이런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여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니,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덧붙여 이것 또한 묻는다. "그녀는 섹스를 통해 한 왕국을 지배한 요부에 불과한가?" 1500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보편의 물음.

김윤식, 박범신, 서영채 등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은 <미실>을 "시공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탐구정신과 풍부한 작가적 상상력 그리고, 호방한 서사구조를 사용, 그간 우리 문학에서 만나지 못했던 개성적인 여성상을 보여줬다"고 평가한 바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반전 그리고, 예상 못한 결말
- 제성욱 장편 스릴러 <밈바이러스>


ⓒ 일송북
세상 사람들의 의식을 통제하고 지배함으로써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뇌'로 만들어 이를 자기이익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집단이 있다. 이들에 의해 한 여자가 살해당한다. 한 소설가가 이를 인터넷 몰래카메라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친구인 신문기자와 함께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면서 많은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던 스릴러 소설 <밈바이러스>(일송북)가 책으로 묶였다. 인터넷 소설의 오프라인 출간을 결정한 일송북 천봉제 대표는 "일상과 내면의 심리묘사에만 치중하는 작금의 한국 소설 풍토에서 남성적인 호방한 문체와 치밀한 서사담론이 눈길을 끌었다"고 <밈바이러스>를 평했다.

이번 제성욱 작품의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시종 긴박감을 유지하는 이야기 전개와 끝간데 없이 이어지는 반전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피날레에 있다.

해양대학교 구모룡(문학평론가) 교수는 추천의 글을 통해 "<밈바이러스>의 매력은 순식간에 독자를 잡아끄는 흡입력에 있다"며 "미디어와 정보통신, 의학, 심리학, 역사, 정치 등의 요소가 소설의 서사구조 속에 유기적으로 녹아있다"는 말로 젊은 작가의 미래를 낙관했다.

1970년 부산에서 태어난 제성욱은 대학 재학시절 의혈창작문학상과 동아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94년 제1회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한줄 이상의 의미로 읽는 신간들

▲ 화남
폴 렙스의 <나를 찾아가는 101가지 선 이야기>(화남)

인간과 삶의 본질을 찾아 인도와 노르웨이, 일본 등지를 떠돈 '구도자' 폴 렙스와 미국에 정착해 서양인들의 정신적 스승이 된 뇨겐 센자키가 들려주는 '참된 생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경구.

이미 전세계에서 300만 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평화의 미래>의 번역자인 김문호가 번역했다.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의 존경을 받는 필 잭슨(전 시카고 불스 감독)도 매혹 당한 책이라는 게 출판사의 설명.

이외수 장편소설 <벽오금학도>와 <들개>(해냄)
삶의 불모성 극복과 복원돼야 마땅할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온 이외수의 소설들. 그의 작품 중 대표작이라 할 두 작품이 재출간 됐다. 이후 <황금비늘>과 <꿈꾸는 식물> 등도 재출간 된다고.

로버트 설리번의 <쥐들>(생각의나무)
사람과 쥐는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더럽고 역겨운 동물이라 여기는 쥐를 통해, 그보다 더 더럽고, 더 역겨운 인간을 비춰주는 빼어난 우화. 문은실의 매끄러운 번역이 독서의 감칠맛을 더한다.

다니엘 마이어슨의 <폭군들>(이마고)
정치권력은 물론, 부까지 독점한 사람들. 그들은 마냥 행복하기만 한 걸까. 네로, 스탈린, 히틀러 등의 사례를 통해 이 질문에 답하는 책. '폭군'의 개인사를 분석함으로써 권력의 실체에 접근한다.

한대수의 <영원의 록의 신화 비틀즈,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숨비소리)
오늘을 사는 30~40대 그리고, 50대까지. 그들 정신의 한 영역을 지배했던 '위대한' 예술가들의 초상을 만난다. 가수 한대수는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 그리고, 밥 딜런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던가를 묻고 있다.

정훈이의 <뒹굴뒹굴 안방극장>(이끼북스)
텔레비전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재기발랄한 만화. 친숙한 '남기남'의 캐릭터가 웃음을 절로 자아낸다.
/ 홍성식 기자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해냄(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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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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