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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사람을 바꿀 수 있다. 책에는 수많은 정보가 있고,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해 놓은 풍부한 지혜가 담겨있다. 그러나 그와 비례하여 하찮은 지식을 나열해 잇속을 차리려는 책들도 있다. 이런 책들은 돈을 벌기 위한 상술에서 나온 것이므로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책을 선택할 때에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며, 권위있는 사람의 추천을 받거나 주위 동료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남에게 책을 추천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취미나 흥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어선 안되겠다.

추천하는 책에는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재미도 필요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내용의 깊이가 있어야 하며, 상대방이 그 책을 읽고 ‘지적 충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유익한 것이어야 한다. 물론 자신이 이미 읽었던 것이고 책과 관련하여 감명을 받았다든지, 추천하는 책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나는 그래서 이문열 씨의 ‘사람의 아들’을 추천한다. 어떤 사람은 이문열 씨가 극우보수라며 ‘그런 사람이 쓴 책은 읽어보지 않아도 뻔하다’고 읽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작품은 작품으로 이해해야지 그 글을 쓴 사람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다르기 때문에 작품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만약 그렇다면 군사정부시절에는 ‘장군’을 위한 글을 쓰고 일제시대에는 친일행각을 벌였던 서정주 씨나, ‘레미제라블’, ‘노틀담의 꼽추’ 등의 명작을 남겼지만 인간적으로 ‘왕따’였던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 역시도 무시해야 된단 말인가.

작품이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술세계 안에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작품과 현실, 작품과 작자를 따로 떼어놓고 판단해야 한다. 즉,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이데올로기가 다르다고해서 그들의 작품까지 싸잡아 폄하하고,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는 사실을 먼저 짚고 넘어간다.

‘사람의 아들’은 신을 찾아 방황하는 한 젊은이의 일대기다. 그는 신학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신학도이지만 그가 찾는 신은 신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신이었으며 그가 찾고자 하는 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의 신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아무런 비판없이 자신의 종교가 절대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신의 존재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들이라면 읽어 볼만한 책이다. 종교학관련 서적과 같이 어려운 용어도 없고, 소설형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읽는데 그렇게 지루하지도 않다. 신의 유무, 선과 악 등 우리가 평소에 알고 싶어 하지만 끝내는 알 수 없었던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물론 ‘사람의 아들’은 소설이라는 형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야기가 깊이 있게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아울러 이 책과 연속성을 가진 책들로 다음의 몇 권을 소개한다.

• ‘깊은강’(소설), 엔도 슈사쿠
• ‘내 안에 또 누가 있나’(소설), 이승우
• ‘성과 속’, 멀치아 엘리아제
• ‘종교의 의미와 목적’, 월프레드 캔트웰

위의 책들을 읽을 때는 자신의 선입견이 개입되어서는 안되겠다. 그전까지 자신이 믿어왔던 신앙, 신,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여겨왔던 신념에 대해서 포기해야 한다. 데카르트의 말처럼 자신의 머릿속을 ‘전복’시켜서 새로움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가져야겠다.

물론 지금 말한 것들이 배우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지녀야 할 자세겠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 나라 사람의 경우 종교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지극히 배타적이고,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다.

사람의 아들 - 양장본

이문열 지음, 민음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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