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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을 쓰는 것이 어쩌면 스스로 한 말을 합리화하거나 강요하는 것으로 구차하게 비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처음엔 글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이 이렇게 까지 큰 반향으로 이어진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놀랍기조차 하다. 나의 소박한 생각이 이런 가공할(?)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 의아스럽기만 하다.

우선 관심을 보여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반론을 써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같고 다름을 떠나 공통의 주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앞으론 그 어떤 입장에서건 제발 욕설이라든지, 인신공격이라든지 하는 부정적인 방식은 택하지 말것을 당부드리고 싶다.

그것은 무엇보다 자신을 먼저 파괴하는 것이라는 점도 함께 유념했으면 한다. 상대가 생각이 다르더라도 우리는 어떤 주제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결과는 생산적이 아니라 파괴적이고 소모적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서로 다른 생각과 '나의 옳은 생각'의 조화

나는 서로간의 생각은 다를 수 있고 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하나 이상할 것 없다고 본다. 문제는 그것을 조화할 수 있는지의 여부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더욱 의아했던 것은 박찬호가 1류니, 2류니, 아니면 3류니 하는 논지나, 그가 정복자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소재가 될 수가 있을까하는 점이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이 점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가 2류가 아니라면 자기 스스로는 1류로 생각해버리면 되고, 또 어떤 이는 3류로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그를 1류로 부르지 않은 것이 그렇게 심각하게 보여질 정도가 되는 현상이 1류냐 2류냐 하는 것 자체보다 더욱 문제라고 본다. 김대통령을 최고의 대통령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고 최악의 대통령으로 볼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그것이 남에게 강요할 성질의 것인가. 그렇게 한다고 또 실제로 뭐가 달라지겠는가.

기자의 글은 <아메리카 전망대>라는 연재칼럼란에다 쓴 것으로 말 그대로 의견(opinion) 기사이다. 편집과정에서 이를 표기하지 않은 것이 일부에게 약간 혼란은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렇다고 어떤 생각을 개진하는 데 있어서 사회적 인습같은 절대적인 잣대만이 강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한 사회의 시각을 다양하고 풍요롭게 하는데 저해되기 때문이다.


'야구' 모르면 입다물고 있으라?

나는 야구를 즐기지는 않지만 나 나름대로 볼 수 있는 눈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저스 구장에도 취재차 한동안 다녔다. 그리고 요즘도 가끔씩은 이곳 미국 TV를 통해 흘러나오는 야구를 본다.

한 경기 한 경기 할 때마다 국내 팬들처럼 손꼽아 기다리고 흥분하진 않지만 나름대로는 관심을 가진 편이다. 특히 박찬호의 등장 이후부터.

그리고 설사 야구를 좀 모른다 해도 평범한 사람도 야구를 말할 수 있지 않은가. 야구든 축구든 스포츠란 것이 특정인들의 전유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열성 야구팬들 가운데 훌륭한 인격을 지닌 분들이 많고 그분들의 박찬호 메이저리그 즐기기를 '스포츠 사대주의의 한 현상' 정도로만 매도할 생각도, 경계할 생각도 없다.

그러나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 야구를 논할 자격이 없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의 기사에 대해 안티(anti)쪽에 선 분들께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한 말에 그리 흥분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나는 스포츠지는 말할 것 없고 한국의 주류언론, 특히 신문들중에서도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도하게 보도한 것들을 이곳에서 지켜보아야 했고, 현지의 언론인들과도 그 문제에 대해 수 차례 얘기를 나누었고, 또 앞으로도 그래야만 할 것 같기에 내 의견을 말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단지 야구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언론들의 부풀리기와 자의적 보도

내가 글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박찬호 매도'가 아니었다. 그건 일부 격분하는 분들도 어느 정도까지는 공감하시리라.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는 그를 공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할 표현상의 소지는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이 글의 기본전제는 박찬호가 그런 대로 훌륭한 자질을 가진 야구선수임을 상정한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나 개인적으로 그를 욕할 생각도 없고 또 그래야 할 이유도 없다. 사실 박찬호는 인간적으로도 호감이 가는 사람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만나본 박찬호는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야구인 이전에 인간적으로 그는 괜찮은 사람이다. 이것은 나의 솔직한 느낌이다.

내가 지적하고자 했던 바는 박찬호의 인격이 아니라 한국언론의 뻥튀기 보도 관행들이다. 물론 언론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만 전달해주리라 믿는 것만큼 세상에 또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지만. 그러나 그것도 정도 문제이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그것을 재삼 거론하지는 말자.

여기서 박찬호가 1류인가, 2류인가, 아니면 3류인가 하는 것을 논하는 것은 그리 의미 있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박찬호를 1류로 보건, 2류로 보건, 아니면 3류라고 보건, 그건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내가 박찬호를 비교한 것은 메이저리그의 노련한 최정상급 투수들이다. 그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할말은 없다.

잘못하면 필자의 진의와는 달리 특정인을 비하하는, 그것도 팬들이라고 자처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타'를 맹목적으로 혹평하는 방향으로 주제가 흘러갈 수도 있기에 끊임없이 세부적인 각론으로 너무 진화해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박찬호야구의 위상과 관련한 부분은 일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단, 투수에 대한 평가는 방어율은 물론이고 승수를 올린 시점, 결정적인 팀 기여도, 그리고 통산전적과 수상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박찬호가 '메이드 인 코리아'인가

그리고 일단 메이저리그에 발 담은 이상 다른 한국선수들과는 비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그만큼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서포트(support)와 거의 '환상적'인 시스템의 덕을 보기 때문에 비교는 당연 현지선수들과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 '메이저리그가 감히 어떤 곳인데,' '메이저리그에서 그만큼이라도 하는게 어딘데..' 하는 식의 언론보도 방식이 우리 스스로에 대한 비하라고 필자는 본다.

엄밀하게 볼때 지금의 박찬호를 있게한 것도 메이저리그이다. 나는 여전히 한국에는 제2, 제3의 박찬호가 부지기수일 거라고 본다. 이들에게도 제대로 된 환경과 여건만 주어진다면, 그것도 LA지역이라는 '특수'까지 보태진다면 그를 능가할 선수도 나올 수 있을 것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박찬호는 그들중에 '선택된 행운아'의 한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걸 보면서도 스스로가 개발하지 못하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 생각은 못하고 남의 것만 따라가려 하는 걸까. 그것이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스포츠지나 메이저 언론 가리지 않고 그렇게까지 온통 도배질할 만한 것인가. 물론 그것도 일정 부분 필요한 측면은 있지만... 그러나 문제는 너무나 지나치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가 갈수록 황폐화하는 것이 경제 문화 등 미국의 지나친 영향으로 황폐화된 한국사회의 다른 방면과 과연 다른 것일까. 우리 스스로의 것은 소중하지 않고 '우리 야구, 즉 내 자식은 못났기 때문에 그런 대접 받아도 싸다'는 식의 냉소주의와 패배주의가 결국 무엇을 낳는다는 말인가. 나는 국내 프로야구가 미국 덕택에 나아진다고 보지 않는다.


스포츠도 사회의 구조적 현상 가운데 하나

필자가 박찬호야구의 주변환경을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그렇게 정의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자리에 박찬호가 아니라 누구였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야구는 단지 스포츠적 관점에서만 보아야 한다고는 보질 않는다. 그것으로 '순수한' 스포츠를 모독했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스포츠든 예술이든 뭐든 그 자체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또 스스로 존립할 수가 없는 것이 이 세상사다. 비평의 대상에서 스포츠분야라고 예외일 수는 없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박찬호 선수가 팬들로부터 누리는 개인적인 영광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내 보기엔 아직도, '정복자'니 '초특급 1류투수'니 하는 정도에는 못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련한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미국야구를 한번쯤 '얕잡아보면' 안되는가. 그것이 단지 만용일 뿐인가. 한국사람들도 박찬호처럼 조건이 된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일까. 온 나라가 온통 거기에 휘둘리는것이 과연 정상인가? 나도 미국인들이 정말 매료할 정도로 박찬호가 던져준다면, 그가 나타나고 퇴장할 때 기립박수를 쳐줄 정도로 미국인들에게 존경을 받는 '공인된' 야구선수가 된다면 나는 그를 단연 최고수준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리고 일면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그러기 전에는 나는 그를 결코 그렇게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나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다.

그리고 박찬호의 야구인생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는 그가 야구를 어떻게 마감하느냐? 생애에 어떤 기록을 남기느냐 하는 것과 함께 연봉 1천만달러에 육박하는 재화를 과연 어떤 식으로 처리해 나가느냐 하는 등의 종합적 요소에 따라 스포츠인으로서의 그에 대한 평가는 내려지는 것이라고 본다. 어떤 이에 대한 평가기준이 단순하게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 달렸다고는 나는 생각치 않는다.

즉 전체적인 그림을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다른 어떤 미국선수들보다도 온 나라국민들이 나서서 응원하는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한국민들에게 신세를 져오지 않았는가. 물론 그것도 자신의 공이 1차적이었겠지만 말이다.

건설적인 비판과 생산적 논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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