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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시국 돌아가는 것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다. 물론 개혁의 실패라고 아직 완전히 단정할 수는 없는 단계이긴 하다. 그러나 모두가 '개혁 개혁'하고 외쳐됐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부 개혁반대세력들에 의해 개혁정권과 주체들이 포위된 형국이다. 이렇게 나가다간 개혁이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아예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이것이 그토록 개혁을 추구했던 이 정권과 국민들의 역량인가를 생각해 보면 참 어처구니 없다. 이처럼 개혁전선이 사분오열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개혁전선의 혼돈을 불러온 근본적인 이유는 한마디로 수구세력들에게 있어서 개혁은 '생존'의 문제였고 개혁을 말하는 개혁주도세력과 그것을 요구했던 국민들에게는 '선택'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판금조치된 번역본 '김정일의 통일전략'을 쓴 일본의 군사평론가 겸 저술가 김명철 씨는 지난 주 필자와의 국제전화인터뷰에서 "한반도 통일 이후 만약 미군이 철수하고 미국이 심어놓은 '허수아비' 정권이 붕괴된다면 그 동안 국가보안법 등으로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탄압한 어둠의 세력들이 어떻게 되겠느냐? 아마 북쪽에서는 가만 있어도 남쪽의 수많은 피해당사자들이 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좀 극단적인 말이긴 해도 그의 말은 지금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세력들의 자세를 극명하게 조명해 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분단체제의 산물인 보수언론들도 통일이 되면 결국은 역사의 무대에서 자신들의 역할이 끝났다는 것, 즉 망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비판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본질적으로 이들은 통일과는 어울릴 수가 없는 세력들이다. 하물며 정권놀음을 벌이고 있는 야당입장에서야 더 말해 무엇하랴.

필사적인 수구의 한반도 냉전회귀 노력

김대중 정권 출범 초기 수구세력들은 숨을 죽인 채 관망하는 자세였다. 나서봐야 표적이 될 것이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진전이 가속화되면서, 김대중 정권의 국정장악력이 흡인력을 잃어갈수록 이들의 공격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예로 김명철 씨의 책을 '김정일의 통일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번역 출판했다는 이유로 국내에 입국했다가 구속당한 송학삼 씨 사건과 재독 사회학자인 송두율 교수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요즘 수구세력의 공세가 얼마나 극에 달했으며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뉴욕민족통일학교의 송학삼 교장이 지난해 10월 동생을 만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데 대해 공안당국은 국가보안법상의 잠입탈출과 고무찬양이라는 혐의를 부과해 재판을 받게 하고 있다. '반국가단체의 수괴'를 만난 대통령이나 그 무리들과 축배를 든 전 국정원장은 전혀 거리낌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영웅시되는 판국에 혈육을 만나러 북한땅을 한번 밟은 한 해외동포, 그것도 미국시민권자가 철창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 지금 한반도 남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웃지 못할 현실인 것이다.

이것이 수구세력들의 조직적인 가공할 음모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목적은 뻔하다. 한반도에 다시 냉전분위기를 조성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무부측은 지금 자국 시민권자인 송학삼 씨가 책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타국에서 구속됐지만 철저하게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철저한 이중적인 인권관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속셈은 뻔하지 않은가?

수구세력의 논리에 영합, 나무만 보고 산은 보지 않는 개혁세력들

상황이 이런데도 대다수 국민들과 개혁주체세력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반통일 반개혁세력들이 무차별 사격으로 응수하는데도 순진하게 '말로 하자'고 손을 내미는 격이다. 그러니 갈수록 전세가 불리해 질수밖에...

상대편에서는 개혁방법론에서부터 개혁자질론 지방색 등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하는 데도 그런 장단에 맞장구를 치는 이들도 허다하다. 이러니 조직적인 대응전략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수구들은 개혁주체들로부터 국민들의 등을 돌려놓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쾌재를 부르고 있는 마당이 아닌가.

우리는 지난 수년간 근대사의 고비 중에서 민족문제의 본질적인 지병, 즉 분단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절호의 호기를 맞았다. 그런데 그 호기가 이제 '3일천하'로 끝나고 말 것이냐 아니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철저한 방관자로 일관하고 있다.

개혁의 우군이 되어야 할 지식인 민주화세력 등이 이런 저런 트집을 잡으며 순진하게 수구의 편에 서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수구처럼 개혁을 '생존'의 문제로 보질 않고 '선택'의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말로만 '개혁'을 부르짖으면 뭐하나. 철저하게 방관자로 일관하는데 무슨 놈의 개혁이 '마술보따리'처럼 나타난다는 말인가.

이 말을 무조건 김대중 정부를 지지하라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김대중 정권의 공과를 따지는 것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수구언론이나 공안 탄압세력, 미국의 정보기관과 당국자 등 한반도 평화정세의 고착을 바라지않은 세력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국민들과 개혁주체 세력을 분리하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송학삼과 송두율 사건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생존이 달린 문제로 대드는 수구세력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정권때리기에 국민들이 가담해서 지금 얻을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개혁을 물건너가게하는 수구의 의도에 영합하는 것이다. 지금은 언론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비판이 난무하는 판이다. 그런 가공된 비판에 덩달아 놀아나는 우를 범해서는 우리는 또 한번의 호기를 영원히 놓치고 만다. '다잡아놓은 토끼'를 놓치는 우를 다시 범해서 뒤에 가면 역사의 일기장에 어떻게 얼굴을 들 수가 있을 것인가.

지금 준동하고 있는 수구들의 논리는 한마디로 '개혁은 필요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뒷다리잡기식 논리이다. 그 논리는 대중들의 개혁피로감이라는 말로 그대로 확산되고 있다. 개혁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국민들이 쟁취하는 것이다. '뱃사공' 혼자만의 노젓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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