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18 07:16최종 업데이트 21.11.1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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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과 오찬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후보님, 먼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을 앞둔 지난 주말 페이스북에 올리신 종부세에 관한 글을 보았습니다. 후보님의 종부세 인식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어 편지를 드립니다.


종부세는 '문제가 많은 세금'이며, '이중과세, 조세평등주의 위반, 재산권보장원칙 위반, 과잉금지의 문제 등이 쟁점'이라고 쓰셨지만, 종부세에 관한 이런 쟁점들은 진즉에 헌법재판소에서 정리가 되었습니다. 2006년 종부세 도입 초기, 당시 강남3구에 집중되어 있던 종부세 부과 대상자들은 종부세 정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종부세에 관한 각종 위헌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2008년 헌법재판소는 세대별 합산조항과 1주택 장기보유자 세금부과에 위헌·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지만 그 외 이중과세, 기본권 침해 등 여타 쟁점들은 합헌으로 판결하였습니다.

이미 정리됐던 논쟁

후보님은 종부세 과세 목적을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했다거나 다주택을 가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이해하시고 계시지만, 참여정부 인수위원회에서부터 논의했던 종부세 도입 취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과세의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조세원칙을 충족하는 가장 좋은 세금으로 토지보유세를 꼽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부를 개인이 생산성 증대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가져가는 '지대추구'를 매우 싫어합니다.

지대추구는 경제주체들이 생산적인 일에 노동과 시간을 투입하는 것을 방해해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효율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경제학자들도 토지보유세가 지대추구를 근절하여 효율성과 형평성을 동시에 구현하기 때문에 긍정하고 있습니다.

여타 OECD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유세는 낮고 취득세·등록세·양도세 등 거래 시 부과하는 세금은 높은 기형적 세제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에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 기조 속에서 종합부동산세가 논의되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누진세율이 아닌 비례세율로 토지에만 부과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서 과세할 수 있는 행정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당시 상황,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세율을 동일하게 하기 쉽지 않은 국민정서, 고가주택이 투기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감안하여, 공시가격 9억 초과 주택을 대상으로 보유세를 부과하는 종합부동산세가 2003년 만들어졌습니다.

종부세 도입의 원래 취지는 고가부동산 소유자들에게 징벌적 세금을 물리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낮은 보유세·높은 거래세라는 비정상적인 세제구조를 높은 보유세·낮은 거래세로 정상화시키려는 계획 하에서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하여 만든 세금입니다.

종부세 폐지, 지방소멸시대의 가속화
 

지난해 7월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후보님은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게는 면제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여정부 인수위원회에서 보유세 강화 방식을 검토할 때 재산세 누진율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고가주택이 몰려있는 강남 등 일부 지자체들은 이미 지방세 수입이 넘치는 상황인 터라, 지방세인 재산세를 높이는 방식이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거란 우려가 일었습니다. 

더구나 지자체장이 재산세의 최대 50%까지 감면할 수 있는 현실에서 지방세인 재산세만으로 보유세를 강화한다면, 세수가 넘치는 강남의 고가주택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저가주택보다 재산세가 더 낮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참여정부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별도로 고가주택에 부과하는 종부세를 국세로 도입해 강남3구 등 고가주택이 위치해 있는 지역의 토지가치 상승분을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에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종부세를 설계했습니다. 현재 종부세 전액은 지방교부세로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을 지원하며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세인 종부세를 아무런 대책없이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하겠다는 말씀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방조하고, 지방소멸의 위기시점을 더 앞당기겠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재명 후보도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을 연동해 서울과 대도시에 몰려있는 막대한 토지불로소득을 전국으로 배분하겠다는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와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위기에 대한 대안도 없이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상위 1.7% 종부세 납부 대상자와 부자동네만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습니다.

누구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가 지난 15일 낸 성명서에 따르면, 시가 20억 아파트의 종부세는 최대 125만 원, 20억 원의 아파트를 10년 이상 보유한 70세 노인의 경우 종합부동산세는 많아야 25만 원이라고 합니다. 시세 20억의 주택이라면 장기보유하면서 오른 집값이 족히 10억은 넘을 겁니다.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 11억(시가 15~16억) 초과 주택은 국가재정을 투입해 교통·문화·교육·환경 기반시설을 집중적으로 건설한 강남 지역, 대한민국의 대다수 경제적·인적 자원이 집중되는 서울, GTX 건설의 수혜를 입은 수도권 요충지 및 대도시 핵심 지역 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런 지역에 집이 있다는 이유로 막대한 자산소득을 얻은 1주택자들이 내는 종부세 수십만 원은 해당 지역 인프라 건설에 세금을 보탰지만 이익은 전혀 누리지 못하는 다른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시좌(視座). 어디에 앉아서 보는지가 중요합니다. 후보님이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기 원하신다면 이미 막대한 자산소득을 얻은 상위 1.7%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수십만 원 종부세 걱정이 아니라, 집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어려운 청년세대들과 토지불로소득은커녕 머지않아 도래할 인구감소 시대에 일자리와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걱정하는 지방 거주 국민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봐주시기 바랍니다. 

후보님이 종부세 폐지를 언급한 무렵, 민주당이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시가 9억에서 12억으로 완화하는 것을 당론으로 추진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보여주며 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언발에 오줌누기 식 정책 제시로 표 경쟁을 하는 민주당과 후보님을 보면서 입맛이 씁쓸합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씀, 많은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강남구청장이 아니라 대통령을 꿈꾸신다면, 상위 1.7% 고가주택 소유자에게 충성하지 마시고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에게 충성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직접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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