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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민족반역자의 동상을 세우는 나라는 단 한나라도 없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부끄러운 일이다." 영등포 경찰서에 구금돼 있는 민족문제연구소 김용삼 운영위원장 ⓒ 황평우
박정희 흉상철거 이틀 뒤인 11월 7일, 민족문제연구소 김용삼(50) 운영위원장과 방학진(27) 조직부장은 영등포 경찰서에 자진 출두했다. 이후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조사를 받던 4명중 김용삼 씨는 구속됐고 나머지 3명(곽태영, 방학진, 이중기)은 불구속으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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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박정희 기념관 건립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혼자 유치장에 남게된 김용삼 씨. 그는 박정희 정권시절 투철한 방공의식을 가지고 월남에서 싸운 '파월장병'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지금은 왜 '박정희 흉상 철거'에 나섰을까?

김씨와 같이 자진출두했다가 9일 풀려난 방학진 씨는 "김 운영위원장이 젊은 사람들은 나가서 일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11월 11일 오전 11시 25분. 영등포경찰서에 구금돼 있는 김용삼 씨를 찾아갔다.

- 건강은 어떤가?

"지난 민주화투쟁과정에서 젊은 애국 청년들의 노력때문인지 경찰관들이 예전과 틀리다. 조금 추울뿐이다."

- 혼자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젊은 친구(방학진, 이중기 씨)들은 다시 활동을 해야한다."

- 적용된 법조항이 무엇인가.

"특수공무 집행방해다. 도주의 우려가 있기때문에 구속했다고 한다. 자진 출두했는데 도주의 우려라니... 이해하기 힘들다."

- 지금의 심경은 어떤가?

"해방과 더불어 친일파가 온 사회를 장악했고 이러한 '악의 문화'가 사회전반에 퍼져있다. 또한 친일파들이 스스로 자기들을 심사하여 훈장을 받고 아직도 청산은 커녕 득세를 하고 있다. 유치장 안에 있어서 오히려 미안하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 김대중대통령이나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김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에 역사인식이 가장 바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외교력이나 통일지향적 정책, 독재권력과 투쟁하다 수많은 옥살이 등. 그러나 역사의 평가는 김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승만 정권 12년의 결과가 4.19로 나타났고 4.19의 싹이 바르게 자랐으면 경제도 발전했고 민주주의도 발전했을 것이다. 당시 쿠데타만 없었으면 친일파청산작업을 계속 할 수 있었고 백범의 암살 배후조직들이 스스로 검찰에 신고해서 배후 규명이 이루어 지는 과정이었다. 5.16군사 쿠데타로 민주의 싹이 잘렸고 폭압정치가 발동되었고 나아가 광주시민학살까지 이어진다."

- 박정희기념관을 지어야 한다는 여론도 많다.

11월 7일 영등포경찰서로 자진출두 하기 전 홍익대 학생회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용삼 씨 ⓒ 오마이뉴스 노순택
"세계적으로 민족반역자의 동상을 세우는 나라는 단 한나라도 없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부끄러운 일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 교육차원에서 가르쳐줄 친일반역행위자들의 내용이 단 한줄도 없다. 프랑스와 같이 반역행위자들의 내용을 교과서에 실어서 국민교육에 지침이 되어야한다. 아마 모르기때문에 기념관 건립에 찬성할 것이다."

- 파월장병으로 알고 있다.

"당시 나는 반공의식으로 무장돼 있었고 파월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다. 전투에서 총상으로 오른손이 불구가 된 후 방황을 많이했다. 우연히 김구선생묘소를 찾아갔을때 황폐화된 묘소를 보고는 의문이 많이 생겼다. 그때 얻은 결론은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베트남 역사 공부를 했다. 프랑스식민지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호지명과 김구선생을 같은 시각으로 볼 수 있었다. 지금 베트남에 사죄를 드리고 있다. 기회가 되면 호지명묘에 김구선생 묘의 흙을 떠다가 합토를 하고 싶다."

- 어머님이 이번 달에 팔순이라고 들었다.

"어머님은 아직 이사실을 모르신다. 아시면 건강이 걱정이다. 설사 아신다고 해도 어머님은 나를 이해하실 것으로 알고 있다. 팔순 잔치에 내가 있어야 하는데... 가족들에게 위안을 많이 받는다. 또한 이번 거사로 인한 죄명과 형량에 대해 게의치 않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내가 한 박정희 흉상 철거는 개인적 차원에서 한 것이 아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싶었고, 김구 선생의 배후세력을 끝까지 찾아낼 생각이다. 박정희기념관 건립 반대 투쟁도 계속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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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민족문제연구소가 말하는 '박정희흉상 철거 주역 김용삼은 누구인가'
(이글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보내온 김용삼 씨의 소개문 입니다.)

김용삼 선생은 1950년생이다. 젊은 시절 "귀신잡는 해병대"에 입대해 월남전에 참전했다. 그는 누구보다 앞장 서 전투에 참가해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그러나 불행히도 전투 중 총상을 입어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이 불구가 되어 제대했다.(국가유공자 6급 판정)
 
김용삼 선생은 제대한 후 실의에 빠져 방황하다가 부친의 권유로 서울효창공원의 백범김구선생 묘소를 참배한 후 그의 일생은 새로운 길을 걷게 되었다. 1969년 백범묘소에 참배하러 간 그는 당연히 민족의 영웅으로 숭앙받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선생의 묘소가 잡초가 우거진 채 방치된 것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평생 항일투쟁에 몸을 받친 민족의 지도자의 묘소가 왜 이렇게 버림받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즉시 낫을 구해 잡초를 베고 묘소에 곱게 잔디를 입혔다. 그리고 백범선생의 묘소를 30년 가까이 한결같이 보살피고 있다.
 
한편 그는 백범선생의 묘소가 황폐화되고 일반인들의 참배를 경찰이 위압적으로 가로막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해 한국 근현대사를 새로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 대한민국이 권력욕에 눈먼 이승만과 친일파가 손을 잡고 진정한 독립운동세력을 제거하면서 건국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구선생의 죽음 또한 그 배후에 이들 반민족 반민주 세력이 있었음을 알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아울러 리영희, 강만길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알았고 자신의 참전에 대해 크게 부끄러워했다. 산본이 집인 김용삼 선생은 평소에도 근처에 사시는 리영희 선생과도 자주 교류를 하고 있다.

그 후 김용삼 선생은 1988년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자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킬 신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사재를 털어 한겨레주주가 되고 한겨레신문 강남지국을 운영하기도 했다.

1999년 그는, 김구선생의 애국애족과 평화통일의 사상을 보급하기 위해 백범기념사업협회(당시 회장 이수성 전 총리) 회원으로 있던 중, 식민지관리양성소인 만주국 대동학원 출신의 최규하와 전두환, 노태우가 백범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고문직을 맡자, 김구선생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항의하며 23일간 홀로 백범기념사업협회 앞에서 천막단식농성을 벌이기도했다. 최근에는 백범일지 읽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결국 이수성은 협회장직을 내놓아야 했고, 그 후 부터는 백범 정신이 살아있지 않은 백범사업협회와의 인연을 끊었다.
 
김용삼 선생은 "만일 내가 김구선생을 알지 못했더라면 월남전 부상후유증으로 자포자기해 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또 "우리 근현대사를 새로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베트남 참전용사들처럼 한겨레신문사에 쳐들어가 행패를 피웠을 것"이라고 파안대소하기도 했다. 

박정희흉상을 철거한 후 영등포 경찰서에 자진 출두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지금 박정희기념관이라는 엄청난 역사왜곡이 자행되고 있는데, 후손들이 만약 그때 무엇하고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오로지 공공기물을 보존하기 위해 침묵했다고 할 것인가."
 
김용삼, 그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자랑스런 운영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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