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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주당 서대문갑 지구당 우상호 위원장이 '386'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최근 정몽준 신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민석 전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글입니다. 이 편지글에는 같은 386 정치인으로서 오랜 세월 김민석 전 의원과 뜻을 함께 해온 우상호 위원장의 고뇌어린 입장이 담겨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글의 전문을 다음과 같이 게재합니다 - 편집자주


우상호 위원장이 김민석 전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김민석 동지.

나는 지금 노을진 빈들에 홀로 선 심정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 처음 고백합니다만, 김민석 세 글자가 큰 힘이 된 적이 있습니다.

80년대 중반, 군대를 제대하고 학생운동을 시작했지만 전두환 정권의 폭압에 후배들이 지쳐서 하나 둘 떠나고 있을 때입니다. 나도 많이 흔들리더군요.

그때 시사 월간지에서 김민석 학생회장의 공판 방청기를 읽었습니다. 조리 있는 진술과 당당한 태도를 접하고는 나약해지려는 저를 바로잡았지요. 그 후 뒤늦게 나도 연세대 학생회장이 되었고, 또 감옥에 갔지요.

2000년 민주당을 창당할 때 김 의원이 대변인, 내가 부대변인을 맡았지요. 김 의원이 브리핑을 할 때면 수많은 신문 방송 기자들이 연신 펜을 놀렸고, 그런 그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해 총선에서 나는 낙선하고 김 의원은 재선의원이 되었지만, 함께 할 동료들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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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동지.

광주에서의 일로 곤욕을 치르면서 당신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했을 때, 나는 결사적으로 말렸지요. 정작 책임질 사람은 난데 애꿎은 김 의원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결심했습니다. 끝까지 이 사람을 도와야겠다. 우리 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에 손상이 간다면 그것은 곧 역사적 손실이 될 테니까.

주변에서 김 의원에 대해 이런 저런 비판의 소리가 나오면 나는 적극적으로 싸웠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부족한 점이 있으면 우리가 보완해야지, 사람을 키울 줄 몰라서 우리가 주류가 못되는 거야."

8.30 최고위원 선거, 그리고 서울 시장 경선과 본선거에 김 의원이 출마했을 때 나는 최선을 다해 도왔습니다. 김 의원을 돕는 것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김민석 동지.

지금 나는 참으로 착잡한 심정입니다. 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 의원에게 갔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아서입니다. 워낙 신중한 사람이니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지요. 솔직히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에 난들 왜 고민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아무리 되짚어 생각해도 김 의원의 결정에 동의할 수가 없군요.

과거 우리가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청춘을 불사른 것이 무엇때문이었나요? 한때 존경했던 김영삼 씨가 3당야합한 것에 동의하지 않은 것은 또 왜였습니까? 민주주의의 가치 때문 아니었나요? 국민경선과 같은 민주적 결정에 대해 스스로 부정하면서 이회창 후보를 반대해달라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언젠가 김 의원이 대통령 후보가 된 후 지지율이 떨어지면, 나는 또 다른 후보를 알아봐야 하는 걸까요?

우리 386세대 정치인들이 누리는 명성이 수많은 동료들의 희생으로 가능했을진대, 그들과 공유했던 가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 그들 또한 우리들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나는 우리가 이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공학적 계산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상호, 그래서 당신이 떨어졌고, 그런 사고를 벗어던지지 않는 한 현실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누군가 비판한다면 나는 입을 닫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김 의원을 도왔던 그 심정으로 노무현 후보를 도와나갈 것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서로 보완해줘야지, 사람을 소중하게 지킬 줄 몰라서야 주류가 될 수 있나, 또 이런 '헛소리'를 하면서 말입니다.

▲ 민주당 서대문갑 지구당 우상호 위원장
ⓒ 오마이뉴스 이성규
김민석 동지.

왠지 이 이름이 조금씩 서먹해지는군요. 이제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겠지요. 김 의원이 전화에서 말한 대로 짧은 기간이 될지, 아니면 상당 기간 떨어져 있게 될지 나는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믿고 함께 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왜 이리 허전하고 쓸쓸한 걸까요? 아아, 노을진 이 빈들에 언제쯤 정겨운 사람들의 함성이 가득 차게 될까요?

그 시절 그 사람들을 기다리며

우상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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