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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캠벨 미8군사령관 망언의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자신들이 강요해서 체결한 협약마저 뒤집겠다고 나선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연합사가 발간한 <한미연합 C4I체계 소개>에 따르면, 캠벨사령관의 한국군 C4I 사용 제한 발언은 한미당국 간 1999년 2월 26일에 비밀리에 체결한 한미연합 C4I체계에 관한 < TACCIMS운용합의서(IA) >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IA의 핵심내용은 한미 간 C4I운용유지비용 분담비율을 한국과 미국이 15:85의 비율로 부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C4I 사용을 제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이 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 지난 4일, 평통사 등 6개 시민단체는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캠벨 사령관의 한국민 협박 발언을 일제히 규탄했다.
ⓒ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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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뒤집으려는 이 협약이 미국의 강요로 체결되었다는 사실이다. 한미양국은 C4I운용 비용분담 비공개 협상을 1997년 9월부터 1999년 2월까지 무려 17개월에 걸쳐 18차례나 벌였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자 1998년 독수리연습 때 한국군에 대한 한미연합 C4I체제 지원을 중단하면서까지 우리 정부를 협박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런 요구에 대하여 우리 정부답지 않게(?) 왜 이렇게 완강히 버텼을까? 여기에 곡절이 없을 리 없다.

1987년 한미양국은 한미연합 C4I체계 구축과 관련한 양해각서(MOA)를 맺는다. 그 내용은 한국측은 연합전력증강사업(CDIP)의 일환으로 탱고 지휘소를 건설하고 미국측은 C4I체계를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측은 지휘소 건설비를 부담하고, 미국측은 장비와 운용비를 부담하여 1991년 7월부터 한미연합 C4I를 운용해왔던 것이다.

이처럼 미국이 각서에 따라 자신들이 부담해왔던 C4I운용비 부담을 새로 요구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에 반발하다가, 미국의 강압에 못 이겨 운용비 15%를 부담하는 IA를 어쩔 수 없이 체결했던 것이다.

캠벨의 발언은 이제 자신들이 강요해서 체결한 협약까지 뒤집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미국의 고압적이고 일방주의적인 행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고용원 감원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

캠벨 사령관은 또 한국인 고용원 1천명을 감축하고, 향후 2년간 건설 및 용역 계약도 20% 축소하며, 사전 배치 물자 및 장비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1만2500명의 주한미군 감축을 통보했던 2004년 6월, 당시 1만8000여명의 한국인 고용원 중 최대 8000명을 감원할 계획을 이미 세우고 있었고, 2004년 10월에는 의정부 등 경기북부 일대의 한국인 고용원 248명 감원계획을 노조측에 통보한 바 있다.

또 건설 및 용역 계약도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계획에 따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전 배치 물자 및 장비 축소 방침도 원래 미국이 병력 감축과 함께 본토로 철수시키려던 것을 한국이 요청하여 남겨두었던 것들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이런 문제들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계획에 따라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거나 미국이 추진하려던 것들로서, 주한미군 경비지원금 삭감의 주요 근거가 되었던 사안들이다.

이런 점에서 캠벨 사령관의 발언은 우리가 주한미군 경비지원금을 적게 줘서 이런 문제들이 생긴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여 우리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다음 글에서는 캠벨 사령관 발언의 또 다른 배경을 밝히도록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유영재 기자는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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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진보를 앞당기기 위해 기자회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주한미군문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합니다. 저는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 사무처장,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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