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소속 변호사와 법학자들이 <오마이뉴스>에 릴레이 기고를 시작합니다.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편견과 잘못된 상식을 깨는 내용의 [100문 100답 - 국가보안법, 이것이 궁금하다]가 그것입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질문 7. 인터넷 사이트 통해 북한 사람과 리플을 주고 받으면?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 주패닷컴(남북 합작회사가 만든 사이트·www.jupae.com)과 같은 사이트가 많이 생겨날텐데, 이와 같은 사이트에 접속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습니까? 이러한 사이트 등을 통해 북한 관계자와 리플을 주고받으면 회합·통신죄에 걸리지 않나요?

한참 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 약 1000여명의 한국사람들 웹사이트 뿐 아니라 전세계 약 1만명 사람들의 웹사이트가 연결되어 있는 한 사이트(www.geocities.com)가 주체사상을 소개한다는 이유만으로(그것도 주체사상을 연구하는 오스트리아인 연맹이 주도하였다고 한다) 강제 차단된 적이 있습니다.

또 같은 시기 여러 친북 사이트들도 강제로 차단된 적이 있습니다. 이 때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위와 같은 차단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김영삼 정부를 상대로 거센 항의와 문제제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초고속인터넷 시대에 들어와 있고 전세계가 인터넷이라는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 정부의 이와 같은 헛된 노력에도 한계가 있는지라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러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통해 리플 주고받아도 국보법상 '통신죄' 적용 가능

그러면 북한당국이나 북한 관계자가 개설한 사이트에 접속하고 리플을 주고받는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국보법 제8조 제1항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에 의하여 처벌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국보법 제8조 제1항에서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와 '회합, 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연락한 자'에 대하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국보법 적용 실태를 보면 반국가단체의 대표적인 곳이 북한입니다.

그리고 '통신'이란 전화·전신·우편·팩스·인터넷 등을 통해 서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국보법 적용 실태를 보면 반드시 어떤 목적 없이 통신하더라도, 그리고 일정한 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통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통신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나 북한 주민이 북한을 소개하기 위하여 개설한 사이트에 접속한 경우, 사이트 운영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되므로 국보법 제8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통신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트 게시판에서 북한관계자와 리플을 주고 받는 것 역시 서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므로 통신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지령'으로 볼 것인가

한편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자'가 개설한 사이트에 접속하는 경우에도 통신죄가 적용될 수 있는데, '지령'의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문제입니다.

'지령'의 사전적 의미는 '단체 따위의 상부에서 하부나 구성원에게 내리는 활동 방침에 관한 지시 명령'인데, 다른 국보법상의 개념들이 거의 모두 그러했듯이 이 '지령'의 개념도 무제한적으로 확대 해석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반국가단체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은 자 뿐 아니라 위 지령을 받은 자로부터 지령을 다시 받은 자도 '지령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되고 있습니다.

한 예로 고 문익환 목사의 방북 사건에서 재판부는 북한의 고 김일성 주석이 1989년도 신년사에서 남한의 노태우 대통령과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야당총재들, 김수환 전 추기경, 고 문익환 목사 등을 북한으로 초대한다고 한 발언을 잠입의 지령으로 해석하였고(서울중앙법원 89고합643호), 범민족대회 추진을 위해 북측이 남측의 대한적십자사를 통하여 전대협에 전달한 서신도 지령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대법원 90도1613호).

이와 같이 검찰이나 법원이 '지령'의 개념을, 지시나 명령과 무관한 모든 언동까지 포함하여 무제한 확대 해석되고 있으므로, '지령을 받은 자가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도 무제한 확대 해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B가 북한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B가 A로부터 북한 관련정보를 제공받고 있고 A가 직접 북한 당국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면, B 역시 '반국가단체로부터 지령을 받은 자'에 해당하므로, B가 개설한 사이트에 접속한 경우에도 국보법 제8조상의 '통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B가 개설한 사이트에서 B나 북한 관계자와 리플을 주고받은 경우에도 위 통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북한사이트 접속까지 처벌하는 것은 '통신의 자유' 침해 행위

물론, 국보법 제8조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요건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앞에서 다른 변호사들이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이 추상적이므로 수시기관 등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의적 해석 소지가 남아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한 당국과 언론에 의하여 왜곡된 정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고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좀더 사실에 근접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통일을 앞당기는데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와 같이 국보법 때문에 어느 한 일방에 의하여 만들어진 정보에만 접근할 수 있을 뿐, 또 다른 일방이 만들어낸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만약 인터넷 사이트 접속행위를 통해 폭력을 구체적으로 선동할 것을 계획하거나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위험이 발생다면, 이는 형법 규정을 통해 해결하면 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다양한 정보들에 접근하기 위해서 북한 관련 사이트에 접촉하는 것조차 형사처벌하는 것은 알권리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답변: 이상희 변호사 / 감수: 조광희 변호사)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이 기자의 최신기사오케이 대통령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