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인터넷에 오른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네티즌들은 "추악한 비즈니스를 그만두라"며 관리공단에 수급체계의 개선을 요구하는 중이다.
ⓒ 관리공단 홈페이지
인터넷상에서 네티즌과 국민연금관리공단 사이의 공방이 치열하다. 사건의 발단은 이 달 초부터 인터넷상에 익명으로 떠돌기 시작한 이른바 '국민연금의 비밀'이란 글 부터.

지난 4일 <도깨비뉴스(www.dkbnews.com)> 제보게시판에 필명 '한심이'라는 네티즌이 다른 곳에서 퍼 올린 이 글은 도깨비뉴스와 동아닷컴, 네이버 등 언론과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불합리한 국민연금 수급체계를 비판한 이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차라리 국민연금을 폐지하라"며 온라인 시위를 시작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지난 13일'국민연금의 비밀 바로보기'라는 해명성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네티즌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맞벌이 배우자 사망시 한쪽 포기... 둘 다 받으려면 죽기 전 이혼하라?

문답 형식으로 작성된 '국민연금의 비밀'이란 글은 연금의 수급체계에 대한 8개의 질문과 답, 연금관리공단의 해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글을 인터넷에 올린 익명의 작성자는 ▲맞벌이 배우자가 연금혜택 전 사망했을 경우 유족연금과 노령연금 중 하나만 선택 ▲월 360만원 이상 벌고 있는 사람은 무조건 동일 연금 납부 ▲국민연금 체납시 차압 ▲사보험과의 이중 보상 금지 등 불합리한 국민연금 수급체계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을 모두 낸 맞벌이 부부 중 배우자 한 명이 연금혜택 전 사망했을 경우'라는 첫번째 질문의 답은 '이럴 경우 사망한 배우자의 국민연금은 관리공단이 꿀꺽한다. 심지어 원금도 못 받는다'는 것이다. 이 글을 작성한 네티즌은 "사망한 배우자의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죽기 전에 이혼하면 된다"고 비꼬았다.

실제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이 같은 경우 살아있는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수령하든지, 사망한 배우자의 '유족연금'을 수령하든지 하나만 선택하도록 돼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이 같은 주장을 '바로보기'란 해명서로 반박했다. 관리공단은 "국민연금법상 '급여의 병급조정'은 둘 이상의 급여가 발생하면 본인의 선택에 의하여 하나의 급여만을 지급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는 대부분 선진국가에서 채택하는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관리공단은 또 이에 대한 근거로 1997년 헌법재판소 판결을 내세웠다.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글에는 또 '월 급여 360만원 이상'인 사람은 모두 동일한 국민연금을 내는 점을 비난하는 질문도 올라와 있다.

이 글의 작성자는 "연봉2000만원의 이 모씨와 연봉 6000만원의 최 모씨의 국민연금액은 거의 2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연봉 몇 억 이상의 모 그룹 회장과 연봉 6000만원의 최 모씨와는 국민연금액의 차이가 얼마나 나겠느냐"고 물은 뒤 "월 360 만원 이상 버는 사람은 똑같은 국민연금을 낸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수입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같은 액수의 국민연금을 내는 것이 옳지 않다는 논리다.

▲ 관리공단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 관리공단 홈페이지
이에 대해 관리공단은 "현행 사회보험방식의 공적연금의 일차적인 목적은 스스로 노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1차적 목적은 소득재분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관리공단은 또 "소득상한을 폐지하게 되면 국민연금은 세대간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하므로 고소득층의 급여가 후세대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이전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고소득자에게 지나친 혜택을 주게 되고 재정소요가 그만큼 커지게 된다"고 반박했다.

'국민연금의 비밀'에는 또 "사보험과 국민연금이 따로 보험금을 받으면서도, 사안에 따라 한쪽 보상만을 지급한다"는 지적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관리공단은 "이는 '이중보상의 금지'라는 손실보전제도의 기본원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외국의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어느 한쪽에서 급여를 지급하면 다른 한쪽에서 그만큼 급여를 조정 또는 제한함으로써 특정 사고에 대하여 급여가 중복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비밀'에는 이 외에도 다섯 가지의 다른 유형의 질문이 더 수록돼 국민연금 수급체계에 대한 비판이 이뤄지고 있다.

네티즌들 비난, "차라리 '국민고통주기공단'으로 이름 바꿔라"

한편 네티즌들은 '국민연금의 비밀'이란 글이 유포되자 관리공단에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4일 이후 관리공단 홈페이지 게시판에 몰려든 네티즌들은 "추악한 비즈니스를 멈추라"는 등 갖가지 비판글을 올렸다.

'이인수'라는 한 네티즌은 "차라리 이름을 국민고통주기공단으로 바꿔라"고 비꼬았다. '김경희'라는 다른 네티즌은 "왜 이렇게 맞벌이부부에게 수급조건이 불리하느냐"며 "너희들은 월급이 많아서 맞벌이 안하고 사느냐"고 비난했다.

관리공단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려는 네티즌들의 모임도 결성됐다. 싸이월드에 홈페이지(http://anpc.cyworld.com)를 개설한 네티즌 '변형문'씨는 "4000만 국민연금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자"고 호소하고 있고, 다음카페(cafe.daum.net/a99a)에서도 관리공단의 각성과 수급체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모임이 활동 중에 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