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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과 전교조경기지부 등 교원노조가 지난 5월 28일 갖기로 했던 고교 '0교시폐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2004년 단체협약체결이 교섭참여를 요구하는 한 학부모단체의 실력저지로 무산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수원·평택·안성 등 경기도내 10개 지역 학부모들로 구성된 경기교육공동체시민연합(상임대표 서덕현. 이하 시민연합)이 바로 그 단체.

특히 단협 저지 이후 학부모단체는 계속 교섭참여 등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맞서 전교조경기지부는 학부모단체를 업무방해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간의 마찰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 경기도교육청 전경.
ⓒ 김한영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과 교원노조간의 합의로 지난달 29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었던 경기지역 일선 중·고교의 0교시수업폐지와 강제 보충·자율학습금지 정책은 난관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다.

경기교육공동체시민연합, 단협체결 실력저지 교원노조와 갈등

이번 사태의 발단은 경기지역 한 학부모단체가 경기교육청과 교원노조의 단체교섭에 학부모 참여를 요구하며 단협체결을 실력행사로 저지하면서 비롯됐다.

경기도교육청과 교원노조는 지난달 28일 오후 2시 도교육청 제2회의실에서 보충수업 시수 조정과 교원노조의 인사위원회 참여 등 그동안 합의되지 못한 4개항의 단체교섭 안을 타결하고 조인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원·평택·안성 등 경기도내 10개 지역 학부모들로 구성된 시민연합 회원 70여 명이 "학부모의 단협참여"와 "0교시폐지 철회" 등을 요구하며 교섭장을 점거해 단협체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 단체는 이에 앞서 지난 5월 27일 오전에도 500여 명의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경기도교육청과 전교조 경기지부 앞에서 '0교시 폐지철회', '보충수업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학생의 건강은 학부모가 책임진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30여 명의 학부모들 수원시 우만동 전교조 경기지부 사무실을 방문해 '0교시 폐지철회' 등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소동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협상에 학부모대표 참여요구...헌법소원도 준비

시민연합 측은 "경기도교육청과 전교조 경기지부의 단협안에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이 배제됐다"며 "단체협상에 학부모 대표를 참여시켜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선 중·고교의 0교시폐지와 강제 보충·자율학습금지 등 주요사안에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도교육청과 교원노조의 합의내용은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 지난달 28일 일부 학부모들이 경기도교육청과 교원노조의 단체교섭장을 점거한 채 음식을 먹고 있다.
ⓒ 전교조경기지부
시민연합 관계자는 "도교육청과 교원노조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0교시 수업을 폐지키로 합의했으나 이는 대학입시를 앞둔 인문계 고교학생들의 학습권과 자율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건강은 학부모들이 책임질 테니, 교사들은 학생들 교육이나 신경을 써달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또 "전교조의 보충·자율학습 운영지침도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보충·자율학습시간을 줄일 경우 학생들은 방과후 학원으로 내몰려 오히려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돈이 없어 학원에 가지 못하는 가정의 자녀들은 방과후 지도가 어려워 자칫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도교육청과 교원노조의 단협에는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면서 "학부모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도교육청과 교원노조만을 단협의 당사자로 하는 현행 교원노조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경기지부, "학부모단체 행위는 위법·부당, 강력 대응방침"

그러나 학부모단체의 단협체결 저지와 교섭참여 요구 등에 대해 경기지역 교원노조의 한 축인 전교조경기지부(지부장 구희현. 이하 경기지부)는 위법·부당한 행위라고 규정,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지부는 특히 "경기교육공동체시민연합과 비정상적으로 동원된 학부모들의 교섭장 점거로 9개월 동안 끌어온 단체교섭 조인식이 무산됐다"며 "교원노조법에 보장된 도교육청과 교원노조간의 교섭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지부는 이어 "교섭의 노·사 양당사자인 경기도교육청과 교원노조의 단체교섭에 경기교육공동체시민연합 등 제3자가 개입하는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법적 근거가 없는 학부모단체의 교섭참여요구는 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의 고유권한 침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0교시폐지와 강제적인 보충·자율학습금지는 교육부의 방침이자, 지난 4월 20일 전국 시·도교육감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며 "학생들의 건강은 생각하지 않고 0교시를 강행하려는 몇몇 교장들과 시민연합 주장에 선량한 학부모들이 동조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 0교시폐지를 주장하며 도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
ⓒ 전교조경기지부
경기지부는 또 6월중에 '0교시폐지와 강제 보충·자율학습금지' 등 경기지역 교육현안에 대해 학부모단체·시민사회단체·전교조·도교육청과 지역언론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공신력 있는 조사기관에 의뢰해 일반 학부모와 학생,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경기지부 관계자는 "경기교육공동체시민연합은 '안티 전교조'를 표방하는 단체로, 이들의 단협참여 요구 뒤에는 '0교시' 폐지와 강제 보충자율학습금지를 막으려는 속셈이 숨어 있다"며 "이들이 단협체결을 계속 방해할 경우 노동·시민단체와 연대해 대규모 집회투쟁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지역 40개 시민단체들도 "단체교섭방해는 위법" 비판성명

경기경실련 경기여성연대 다산인권센터 등 경기지역 40개 시민단체도 성명을 내고 시민연합의 단협체결 실력저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성명에서 "경기교육공동체시민연합이 교원노조법에 따라 정당하게 진행하는 교원노조의 단체교섭을 방해한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라며 "특히 이미 합의된 단체교섭의 무효를 주장하는 무지와 뻔뻔한 자세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또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 회의에서 0교시와 강제적인 보충·자율학습을 금지키로 결정했는 데도 불구하고 일부 학부모들이 정부정책에 역행해 공교육을 망치려 한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는 "지금의 교육파행은 서열화된 학벌사회가 만들어낸 과열된 입시구조에 있다"면서 "강제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능의 자격고시화,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국립대학의 평준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학부모단체의 저지로 교원노조측과 단협체결이 무산됨에 따라 단협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뒤 교섭일정을 다시 잡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별다른 대책 없이 학부모단체와 교원노조간의 마찰을 바라만 보고 있어 사태해결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민연합은 '안티 전교조' 표방한 경기교육청 관변단체?
회원 40% 현직 교육관계자...정체성 아리송

경기도교육청과 교원노조와의 단체협상을 실력으로 저지한 경기교육공동체시민연합(이하 시민연합) 회원의 약 40%가 경기지역 현직 교육관계자들인 것으로 알려져 이 단체의 정체성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5월 14일 창립한 이 단체는 이상주 전 교육부장관이 '안티 전교조'를 표방하며 지난해 6월 14일 출범시킨 '교육공동체시민연합'의 경기지역조직으로, 현재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등 5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연합에는 경기지역 전·현직 교육관계자들이 대거 회원으로 등록된 것으로 드러나 이들이 '안티 전교조' 운동과 각종 교육현안에 조직적으로 동원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전교조경기지부가 1일 이 단체의 창립당시 회원명단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조성윤 전 교육감을 비롯해 구충회 도교육청 교육국장, 조현무 수원교육장, 곽철영 안산교육장 등 수십명의 전·현직 교육관계자들이 회원으로 등록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주요 인사들의 명단만을 우선적으로 확인한 것이어서, 정밀확인작업에 들어갈 경우 시민연합에 회원으로 가입한 전·현직 교육관계자 숫자는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시민연합 고위관계자는 1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출입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체 1200여 명의 회원 가운데 500여 명이 현직에 있는 지역교육장·교장 등 교육관계자들이라고 밝혀 이런 추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는 그동안 경기지역 일부 초중고 교장을 비롯해 경기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교육관료들이 시민연합에 회원으로 가입해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며, 이 단체의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경기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민연합은 스스로 시민단체를 가장한 '관변 조직'임이 드러났다"면서 "경기도교육청이 시민연합의 단체교섭방해를 묵인·방조한 것은 교육국장과 많은 교육장이 이 단체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냐"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전교조경기지부는 경기도교육청에 대해 △시민연합에 가입한 교장들의 명단공개 △시민연합 창립축사를 한 교육감의 공개사과 △시민연합에 가입한 교육국장과 교육장, 교장들에 대한 엄중 문책 등을 요구했다.

전교조경기지부 관계자는 "이번 단체교섭 방해사건에 도교육청 일부 고위관료와 일선 학교장들이 개입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사실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만약 제보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들은 엄중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14일 수원시 영화동 경기도교육정보연구원에서 열린 시민연합 창립대회에는 윤옥기 경기도교육감과 구충회 교육국장, 각 시·군 교육장이 참석해 축사를 하고, 학교장을 통해 학부모들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교원단체 일각에서는 이 단체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교육학자·교육관료·학교장,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학부모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탄생한 '관변조직'이며, 교육개혁과 거리가 먼 단체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 김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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