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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학현 교사
ⓒ 한성희
"다른 건 몰라도 수학여행 못 가는 서러움을 제자들이 겪게 하고 싶진 않았어요."

조학현(47) 교사는 고교 때 집안이 어려워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자 여행비를 내주신 스승을 잊지 못한다. 선생님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시절이다. 남들이 다가는 학창시절의 추억이 되는 수학여행에 대해 조 교사는 "한이 맺혔다"고 말한다.

조 교사는 어려운 가세로 중학교 때부터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다가 고교시절에 선생님이 내준 수학여행비로 다녀오면서, 교사가 되면 반드시 자신이 맡은 반에는 수학여행을 못가는 학생이 없게 하겠다는 결심을 했고, 지난 10년간 이것을 지켜왔다.

"그리 많진 않습니다. 한 20여 명 정도…."

조 교사는 87년 청주대를 졸업하고 경기도 파주시 파주여고 국사 교사로 교단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줄곧 파주여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막노동을 하면서 학비를 벌던 대학 시절에도 야학에서 4년간 교사를 할 정도로 그의 꿈은 오로지 선생님이었다.

본인은 별로 말하려 하지 않지만 박봉을 털어 어려운 학생의 등록금을 남몰래 내주는가 하면 공부방이 없는 학생에게 공부방을 만드는 비용을 대주고 우수한 제자의 교육을 위해 해외연수를 보내주기도 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수소문 해서 장학금을 받게 하는 것도 조 교사의 일이다.

"사실 그건(해외연수) 아내와 의논해서 결정한 거예요. 아내도 교육자 집안이라서 이해를 잘해주더군요."

이런 조 교사의 얘기는 도움을 받은 학부모들에 의해 알려졌다. 학생들에 대한 조 교사의 사랑은 남다르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 교내 식당에서 학생들과 같이 먹고 아낀 돈으로 학생들에게 생일축하 잔치를 조촐하게 베풀어 주거나 발렌타이데이에 사탕을 선물하기도 한다.

"사실은 애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방법이지요. 애들 하고 같이 점심을 먹으니 즐겁고 가까워질 수 있잖아요. 월급은 고스란히 집에 갖다 바칩니다. 시간외 수당 등은 제가 맘대로 쓰는 거죠."

조 교사는 그 흔한 승용차도 없이 버스로 출퇴근한다. 그의 출근은 학교에서 가장 빠르고 퇴근은 가장 늦다. 조 교사는 자신이 맡은 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오전 학습과 방과후 학습을 하게 한다. 물론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만 실시하지만 하나 둘씩 학생이 늘고 학원도 그만두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새 학기가 되면 그가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부모들에게 손수 정성 들여 편지를 쓰는 것. 각기 다른 내용을 3-5장씩 가득 채워 쓰다보니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담임을 맡은 15년간 계속 써온 사랑의 편지다. 학부모들은 손수 쓴 친필 편지에 감동해서 간직해 두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메일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조 교사는 친필 편지만을 고집한다.

- 학기도 시작되기 전인데 그 학생에 대해 어떻게 알지요?
"우리 학교는 중학교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서 중학교 선생님들에게 미리 물어보고 정보를 알아냅니다. 어떤 애들이건 장점은 꼭 있기 마련이지요."

- 왜 친필편지를 쓰나요? 메일로 보내도 될텐데요.
"가정통신문 같은 인쇄물을 보내면 절반 정도만 읽고 (읽는 학부모도) 그나마 다 읽지도 않고 버립니다. 학부모가 먼저 교사를 신뢰해야 교육의 절반이 이뤄진다는 생각이지요. 저는 메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 성적통지표에 조학현 교사가 학부모에게 써보낸 글
ⓒ 한성희
성적표를 보낼 때도 교사난에 빼곡히 써서 보낸다. 자기 애만 그렇게 써보낸 줄 알았다는 학부모도 있다. 줄곧 기자의 인터뷰가 거북스러운 듯 캐물어야 겨우 대답하는 조 교사의 입을 열게 하기가 어려웠다.

"저는 선생님이 꿈이었고 지금 교사가 된 것을 만족합니다. 사람된 인간교육을 우선으로 칩니다. 소외된 학생들에게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다가오게 지속적으로 지도해야지요. 그러자면 학생들과 친해져야 하기 때문에 꼼수를 씁니다."

이 시대에도 교단에 서서 묵묵히 사도의 길을 가는 선생님들은 아직 많다. 이들이야말로 미래를 밝히는 작은 촛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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