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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런우드교도소에서 가족과 함께 한 로버트 김
ⓒ 로버트김 후원회

지난 1996년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 돼 버지니아주 윈체스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로버트 김(64세, 한국명 김채곤) 씨가 6월 1일부터 교도소로부터 75㎞정도 떨어진 자택에서 가택수감(home confinement) 생활을 시작한다. 만기출소인 7월 27일까지는 앞으로 50여일 남겨둔 시점이다.

로버트 김은 앞으로 두 달 동안 자신의 집에서 부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유롭게 외부인의 방문이나 전화통화, 서신연락을 할 수 있다. 가택수감은 출소를 앞둔 모범수에게만 주어지는 혜택. 하지만 집 밖으로 나갈 수는 없다.

7년여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로버트 김은 이에 앞서 지난 3월부터 주중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사회적응훈련을 받아왔으며, 주말에는 자신의 집에서 생활해왔다.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최고형인 9년형을 언도받고 수감생활을 해온 그는 석방 뒤에도 3년 동안 집 근처 일정 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한편, 범국민지원센터 출범 등 로버트 김을 돕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온 로버트 김 후원회(회장 이웅진)는 "오는 4일부터 오랜 수감생활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로버트 김을 돕기 위한 가두모금을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이용해 서울 종로와 여의도 등 사무실 밀집지역에서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원회 측은 또 "로버트 김이 출소 후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물색 중"이라며 "로버트 김 부부가 마음 편하게 기거할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전했다.

석방 앞둔 로버트 김 생활고 ‘막막’
연금 등 수입원 끊겨 ... “고민 많지만 결코 후회는 없어”

▲ 로버트 김과 그의 가족
기밀누설 혐의로 복역 중인 로버트 김(64세, 한국명 김채곤)이 출감 50여일을 앞두고 있지만,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로버트 김을 만나고 돌아온 이웅진 후원회장은 “그는 모든 수입이 끊어졌고 은행거래도 중지되어 가족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신용을 중요시하는 미국사회에서 재소자가 된다는 것은 많은 불이익과 편견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로버트 김처럼 화이트칼라에서 재소자가 됐을 경우 하루아침에 쌓아놨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64세의 고령인 김 씨가 석방된다 해도 생활이 막막한 상황.

실제로 투옥 전까지 연봉 10만 달러 이상을 받던 공직자였던 로버트 김은 복역 전과 때문에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할 뿐더러 일자리도 쉽게 얻을 수 없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출감을 앞두고 사회적응훈련을 위해 한인이 운영하는 세탁소에서 근무하며 시간당 5달러 정도의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아들 월터 씨마저 아버지가 사건에 연루되자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다시피 그만두게 되었고, 부인 장명희 씨가 한인교회 등에서 허드렛일을 맡아 근근이 생활을 유지해왔다. 더구나 장 씨는 요즘 관절염을 앓고 있어 치료가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후원회에 모은 후원금은 8000만원 정도. 굴지의 기업들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을 때 1만원, 2만원씩 알음알음 알게 된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보내온 정성이다. 하지만 이 정도 금액으로는 로버트 김이 석방 후 정상적 생활을 영위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이웅진 후원회장은 “로버트 김이 우리 정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북한관련 자료를 넘겨줬지만, 정작 대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후원회는 7년여의 수감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로버트 김의 정착비용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앞으로 두 달간 서울 시내에서 가두모금을 펼칠 계획이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조국을 위해 너무나 값비싼 희생을 치른 로버트 김은 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솔직히 지금 상태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 그래서 고민은 많지만, 과거에 대해 결코 후회는 없다”며 변함없는 조국사랑을 내보였다. / 김범태

"그가 외롭지 않았던 유일한 힘은 국민”
가택연금 들어간 로버트 김 한국 가족들 표정

로버트 김이 교도소에서 집으로 거처를 옮겨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가족들의 표정도 다소 밝아졌다.

그의 고향인 전남 여수에 살고 있는 어머니 황태남 여사는 “아들이 집으로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소식을 며칠 전 며느리로부터 들었다”고 말하며 목이 메었다. 황 여사는 “건강이 가장 염려된다”면서 “부디 건강하기만을 바란다”고 전했다.

형님의 바람대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동생 김성곤 의원(여수 갑, 열린우리당)은 “사건 발생 당시 9년형을 언도받아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는데, 이제 가족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니 감개무량 하다”며 기뻐했다.

김 의원은 “보호관찰 사면과 연금이 끊긴 막연한 상황에서의 생활대책 및 후원활동 등 후속 조치를 위해 탄원과 국회차원의 구명운동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그간 옥중의 로버트 김을 외롭지 않게 한 유일한 힘은 국민이었다”며 특별한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 그가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후원회 측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었다는 동생 김형곤씨는 “집에 있더라도 감시장치를 차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며 “형님이 앞으로 평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 가족들은 로버트 김이 석방되는 7월말 경 미국으로 건너가 모질고 길었던 지난 세월을 뒤로하며 반갑게 해후할 예정이다. / 김범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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