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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양씨
ⓒ 김범태
당초 24일 오후 2시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태양(29, 불교신자, 평화운동가)씨에 대한 1심3차 공판이 연기됐다. 이에 따라 여호와의 증인을 제외한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오태양씨에 대한 법적 결론은 당분간 유보됐다.

이날 공판은 지난 21일 법원이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정모씨 등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후 관련 사건의 첫 재판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병역거부자 재판에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최초의 증인신문도 예정되어 있었다.

이처럼 공판이 급작스럽게 연기된 것을 두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로 파장이 커지자 법원이 사회적 여론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정민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일정하게 ‘패턴화’되어 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판결을 뒤집는 결정에 법원이 다소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조속하게 이루어져 올해 안에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씨의 변호인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서기로 했던 이재승(국민대 법대)교수는 “법원이 이 문제를 보다 심사숙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긍정적 시각을 보였다. 이 교수는 “당초 대체복무와 양심의 문제에 대해 거론하며, 무죄판결을 촉구한다는 요지의 증언을 준비했었다”면서 “제도적으로 법안 도입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 병역거부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오씨
ⓒ 김범태
오씨의 변론을 맡은 이정희 변호사는 “재판부에서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보다 검토할 여지가 생긴 것 같다”며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 것 같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이번 공판 연기가 오씨 이외의 병역거부자 판결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에 따른 절차상의 진행일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권과 관련한 병역법 위헌법률심판제청은 헌법재판소에 2년이 넘도록 계류중인 상황. 때문에 오씨의 공판은 상황에 따라 헌재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계속 연기될 수도 있다.

한편,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 동부지법의 김지영 판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공판 연기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 무죄 판결에 영향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김 판사는 “오씨의 재판이 언제 다시 이루어 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또 헌재의 판결이 날 때까지 지연될 것인지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대체복무제 도입돼 사회공동체에 기여하길"
[인터뷰] 3차 공판 연기된 오태양씨

▲ 오태양씨
여호와의 증인 신자를 제외한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 선언자인 오태양씨는 24일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이 병역거부자로 인정되는 순간, 재판부의 기계적 형벌과 사회적 비난 등에 직면한다”며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 병역거부자들이 사회공동체로서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씨는 이날 기자회견 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등 여야 3당을 찾아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 입법을 촉구하는 방문을 가졌으며,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을 갖고 앞으로의 활동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에 대한 무죄가 선고된 이후 공판이 연기됐는데.
"먼저 지난 21일 있었던 서울남부지법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판결을 반갑고 기쁘게 생각한다. 이 판결이 오늘로 예정됐던 나의 재판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결정적 계기는 헌법재판소가 현재 계류 중인 병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어떠한 판결을 내리느냐 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재판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 나갈 것이다.

바라기는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서 개인의 양심과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되길 희망한다. 또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체복무제가 도입되어 감옥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병역거부자들이 이 사회의 공동체 일원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병역거부 공개선언 이후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반대하시는 분들과 접촉하면서 많은 분들의 비난과 오해, 편견이 매우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런 분들과 이야기하고,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단순히 대체복무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병역제도가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과 모순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하게 됐다.

병역거부자에게는 대체복무제가 마련되고, 군 복무제도가 같이 개선될 때 이러한 문제들이 동시에 해결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복무제가 군복무와 형평성에서 맞다고 생각하나?
"A, B, C로 나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군대를 가고 싶어 가는 사람들에게는 군 생활이 어렵더라도 본인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테고, 군복무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대체복무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양심의 결정에 의해서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대체복무제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기간을 성실히, 적극적으로 보낼 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체복무제 자체도 많은 부분에서 거부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형평성이나 강도 문제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실제적으로 필요하다면 사회적,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형평기준이 있을 텐데, 그 기간을 우리는 국제적으로 권고하는 일반 군 복무기간의 1.5배 정도가 적정선이라 본다. 복무 분야도 호스피스, 양로원, 고아원 봉사활동 등 여러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한다면 형평성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말 형평에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대체복무제를 도입, 수행하면서 검증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형평성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면, 제도가 실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실에서는 병역거부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감옥 밖에 없을 것이다.

대체복무제 도입이 군복무와 형평에 맞는지 안맞는지를 보려면 병역거부자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검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병역거부자들의 진심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1만명이 넘는 병역거부자들이 사회 어두운 곳에서 고통을 당했다.

자신의 양심적 결정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되, 군사훈련이나 총을 들지 않는 다른 형태로 이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20여 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대체복무제를 통해 자신의 국방의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500명 정도의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같은 맥락에서 젊은이들이 감옥만 갈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시고, 관용과 공존의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 / 김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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