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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집단외유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경기도의회.
ⓒ 김한영
경기도의회(의장 김순덕) 의원 72명이 최근 2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사무처 및 경기도 산하 공기업 직원, 기자 등 36명을 대동하고 무더기로 관광성 외유에 나선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도의원들의 집단외유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은 "경제불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민들의 정서를 외면한 낯두꺼운 행위"라고 비판하며 강력한 대응방침을 밝혀 파문이 확대될 조짐이다. 이처럼 도의원들이 총선 이후 집단으로 외유에 나선 것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이번 외유가 해외연수를 빙자한 '총선뒤풀이용'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전체의원 75% 집단외유... 공식비용만 1억8300만원

경기도의회 김순덕 의장을 비롯해 기획·경제투자·자치행정·문화여성·건설교통 등 5개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72명은 제191회 임시회 마지막날인 지난달 27일부터 6박7일~10박11일 일정으로 유럽 동남아 북미 등으로 집단 외유를 떠났다. 이는 전체 의원 96명 가운데 75%에 이르는 규모다.

도의원들은 이번 외유에 의회사무처 직원 26명, 경기지방공사·경기관광공사·경기개발연구원 등 경기도 산하 공기업 직원 6명, 언론사 기자 4명을 함께 대동했으며, 이들 108명의 여행경비만 2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사무처는 도의원들의 외유를 위해 공식적인 의원해외연수경비(1인당 180만원)와 직원들의 여비로 모두 1억8300여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경기도 산하 공기업 직원들과 기자들의 체재비를 비롯한 비공식 비용 등을 합치면 이번 외유에 소요된 비용은 2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의원들의 이번 해외연수는 현행 제도상 1년에 1회씩 갈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도의원들의 이번 집단외유는 목적과 시기, 방법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시민단체와 도민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해당 상임위별 해외연수 일정을 보면 대부분 현지관광과 시찰 등으로 짜여 있다. 이는 도의원들의 외유 목적이 연수보다는 관광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상임위별 일정 대부분 관광일색, 무늬만 해외연수?

실제로 4월 28일부터 5월 4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소속의원 9명과 사무처직원 5명 등 모두 17명이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지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기획위원회(위원장 나경숙·민주당)의 경우 일정 대부분이 관광일색이다.

이들은 관광 후 잠깐 동안 싱가포르 시청과 마닐라 시청을 방문한 것 외엔 6박7일 동안 정글투어체험과 원주민마을관광 등 '먹고 자고 관광'하는 일정을 보낸 것으로 되어 있다.

김순덕 의장이 속한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진종설·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의원 14명과 직원 6명, 기자 1명 등 모두 21명이 4월 28일부터 5월 8일까지 10박11일간의 일정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 등 6개국으로 외유 길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의 일정은 체코의 프라하성-성비트교회-카를교 관광, 폴란드 크라카우의 지하소금광산 관광, 바벨성-성마리아 성당-중앙시장 관광 등으로 돼 있다.

경제투자위원회(위원장 손창래·한나라당) 역시 소속 의원 8명과 직원, 기자 등 모두 16명이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9박10일간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5개국으로 외유를 떠났으나 관광일정이 대부분이다.

런던시의회와 코트라(KOTRA) 파리지사, 밀라노 가구학교 및 가구전시장 방문 외에 나머지는 문화시찰이란 이름 아래 런던브리지-버킹검궁-나폴리-폼베이 등 주요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또 의원 12명과 직원, 기자 등 17명이 7박8일(4월 28일부터 5월 5일) 동안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문화여성공보위원회(위원장 최규진· 한나라당)도 대부분 문화체험이란 이름의 관광일정으로 짜여 있다.

건설교통위원회 현지 연수일정 공개 안돼 의문 증폭

이들은 모스크바 시의회와 보육 및 경로시설, 모스크바 국립대학, 관광송출업체를 방문한 것을 빼고는 크레믈린 궁전을 비롯해 바실리섬 뱃머리등대, 피터대제 여름정원, 오로라호 순양함 관광 등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집단외유 비판의견들.
ⓒ 김한영
건설교통위원회(위원장 한충재·한나라당)는 의원 14명과 직원, 기자 등 19명이 4월 29일부터 10박 11일 일정으로 미국 캐나다 등지로 외유를 떠났으나 이들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아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기도 의원들의 이번 집단외유가 지니는 또 다른 문제는 단순한 관광성 외유에 수행원들을 지나치게 많이 동행해 예산낭비를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에는 2~3명의 공무원이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는 이번 외유에 사무처직원 26명과 경기도 산하 공기업 및 연구소 직원, 언론사 기자까지 합쳐 36명을 대동했다. 이들에 대한 경비 가운데 의회사무처 직원에게 공식적으로 지급된 비용만 5320만원에 이른다.

단순 관광외유에 수행원 줄줄이... 예산낭비 가중

여기에 도의원들의 공식연수경비 1억3000만원과 경기도 산하 공기업 및 연구소 직원 6명의 여행경비와 준비금, 관행적인 비공식적인 비용 등을 모두 합치면 전체 외유비용은 2억원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외연수의 질적인 부분도 문제의 대상이다. 5개 상임위 소속 도의원들의 이번 외유일정은 6박7일에서 10박 11일까지 짜여 있다. 그러나 오고 가는데 2일을 빼고 나면 실제 연수기간은 5~9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기간동안 여러 방문국가를 돌며 그 나라의 문화와 제도 등을 파악하기란 결국 '수박 겉핥기'에 불과해 연수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도의원들의 집단외유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도민들 사이에서는 도민들의 정서와 시기적으로 볼 때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제불황으로 인해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시기에 도의원들이 억대의 혈세를 뿌리며 관광성 외유에 나선 것은 상식이하의 행동이란 지적이다.

시민단체 "억대 관광외유에 경악, 강력 대응하겠다"

경기경실련 김현삼 사무처장은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과반수가 훨씬 넘는 도의원들이 억대의 예산을 들여 무더기로 관광성 외유에 나선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항의집회는 물론 강력한 대응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여성단체연합 최종숙 사무국장도 "경기도 여성정책국의 가정복지과를 폐지하는 경기도행정기구설치조례개정안 등을 졸속으로 처리한 도의회가 관광외유에 억대의 혈세를 쏟아붓다니 기가 막힌다"고 개탄했다.

최 국장은 또 "아무리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해도, 지금 억대의 예산을 써가며 집단외유에 나설 때이냐"면서 "도의원들의 무분별한 외유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시민단체들과 적극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원들이 도민들의 정서를 외면하고 줄지어 관광성 외유에 나선 것에 대해 '총선뒤풀이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도민정서 외면한 집단외유... '총선뒤풀이용' 의혹도

한 언론사 기자는 "정당소속 도의원들이 지난 총선에서 자기 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벌였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도의원들의 이번 집단외유는 한마디로 '총선뒤풀이용'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경기도의회 본회의장 전경.
ⓒ 김한영
온라인에서도 네티즌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도민의 소리'와 경기도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도 도민들의 비판의견이 올라와 있다.

경기도민이라고 밝힌 윤은종씨는 "요즘 같은 어수선한 때에 집단외유로 구설수에 올라 경기도민으로서 어디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느냐"며 "해야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자질문제"라고 꼬집었다.

신동호씨는 "당신들이 먹고 마시는 가운데 학비가 없어 비관자살하고, 분유 값이 없어 절도범이 되는 국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느냐"면서 "자성하고 국민들과 도민들을 위해 노력하라"고 꾸짖었다.

"상임위 교체 앞두고 연수 계획해 일정 집중된 것"

이에 대해 5일 귀국한 문화여성공보위원회 최규진(한나라당·수원5) 위원장은 "오는 6월 전반기 의회가 끝나면 의원들의 소관 상임위원회가 바뀌기 때문에 의원들이 그동안 미룬 해외연수를 계획하다보니 일정이 집중됐다"면서 "집단외유라는 말은 심하다"고 말했다.

한편 도의원들은 대규모 외유를 떠나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사무처 공보팀 직원들에게조차 일정을 알려주지 않는 등 폐쇄적인 행태를 보여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외유'임을 인정한 꼴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보팀 관계자는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연수일정을 알려주지 않아 우리도 구체적인 현지 일정을 모르고 있다"면서 "공보팀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고 있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는 현재 전체 96명의 의원들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이 83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열린우리당 6명, 민주당 4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자 4명 '사다리' 타고 공짜외유?
체재경비 의원들이 1인당 300불씩 걷어 비용 마련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이번 집단외유에 동행한 지방언론사 기자 4명은 어떻게 선정되고, 해외체재비용은 누가 부담했을까?

이 의문에 뜻밖의 결과가 나와 충격을 던지고 있다. 동행 취재기자는 몇몇 언론사 기자들끼리 속칭 '사다리 타기'로 결정했고, 비용은 도의원들이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이번 문화여성공보위원회(위원장 최규진·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의 외유에 동행한 취재기자와 도의원, 도의회 일부 출입기자들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도의원들의 외유에는 기획·경제투자·자치행정·문화여성·건설교통 등 5개 상임위별로 경인·경기·중부·인천일보와 경기방송 등 5개 언론사 기자 5명이 동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획위가 기자 동행을 거부하는 바람에 나머지 4개 상임위의 동행 기자를 선정하기 위해 속칭 '사다리 타기'란 방법이 등장하고, 이 과정에서 인천일보 기자가 탈락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다리 타기'에서 이긴 경인·경기·중부일보· 경기방송 소속 기자 4명은 본인들의 비용부담 없이 4개 상임위 소속 도의원들이 1인당 300불씩 걷어 마련한 비용으로 '공짜여행'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여성공보위원회 한 의원은 "기자들의 동행취재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300불씩 내라고 해서 냈다"고 말했다. 최규진 위원장은 이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문화여성공보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러시아를 다녀온 중부일보 H 아무개 기자는 "비용부담에 대한 구체적인 내막은 모르겠다"며 "그러나 이번 러시아 방문취재에 나와 회사에서 부담한 비용은 전혀 없다"고 말해 '공짜여행'이 사실임을 시인했다.

그는 또 "체재비용이 어느 정도나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많지는 않다. 의원 1인당 연수비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180만원 이내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지금까지 해온 관행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다리 타기'로 동행취재기자를 결정했다는 증언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그런 방법을 동원하겠느냐"면서 "그런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 김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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