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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시위는 불법인가, 적법인가.

대통령 경호 등을 이유로 그동안 시위가 금지됐던 청와대 앞에서의 1인시위에 대해 법원이 "청와대 앞도 표현의 자유에 대해 예외 공간이 아니다"며 진일보한 판결을 내려 시민사회단체가 환영을 표하고 나섰다.

▲ 지난 해 6월 26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조선시대 관복을 입고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 정보공개"등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최한수 참여연대 간사. 최 간사는 몇분 후 청와대 202 경비대에 의해 강제연행됐다.
ⓒ 참여연대 제공
서울지법 민사30부(재판장 윤흥렬)는 7일 지난해 11월 참여연대 최한수 간사(31)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위자료 5백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윤흥렬 판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판결 배경과 관련 "1인시위가 집시법 상 시위 개념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집시법 절차 이행이 불필요하니 배상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한 "청와대 앞이라 하더라도 통행이 허용되는 구역에서 1인시위는 가능하며 당시 최 간사의 복장 등도 위해요소가 없었고 피켓의 내용도 국민의 알권리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문제될 게 없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1인시위 강제연행' 사건은 참여연대 투명사회만들기 소속 최한수 간사가 지난 해 6월 26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과 공개'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청와대 202 경비대에 강제연행돼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1인 시위가 진행된 청와대 분수대 앞 인도는 '청와대 경내로 보고 있어 경호상의 이유로 집회 및 시위는 물론 1인 시위 형태의 개인적 의사 표현도 할 수 없다'며 최 간사를 강제 연행했고, 이에 맞서 참여연대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라면서 소송을 제기했었다.

특히 당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평화 시위의 대표'격인 1인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한 바 있다.

또한 이 사건이 일어나기 한달 전 서울 종로경찰서 정광섭 서장이 "변형된 1인시위는 위법"이라며 시위를 막고 나서 시민단체와 법학자 등으로부터 반발을 사던 터여서 이 사건을 기점으로 '1인시위'에 대한 법 적용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었다.

▲ 1인시위를 하고 있는 최 간사를 청와대 경비대원들이 둘러싸며 막고 있다.
ⓒ 참여연대 제공
7일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법학자 및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 소송을 담당했던 차병직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기관 앞에서의 1인 시위에 대한 경찰의 불법 연행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며 "차제에 집회의 자유를 가로막는 집시법상의 독소조항이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의 의미는 청와대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해 예외 공간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1인시위를 도로교통법 등을 근거로 연행하는 등 경찰이 보여왔던 행정편의적이고도 불법적인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평화와통일을위한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그동안 1인시위에 대한 법적 논란이 있었는데 이제는 법원도 변화에 수긍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반가운 판결"이라고 재판부를 추켜세웠다.

이 교수는 또한 "나도 1인시위를 몇번 해본 경험이 있지만 평화적이면서도 분명하게 의사를 표명하는 시위방법"이라며 "이를 계기로 시위문화나 민주적 의사표명 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인 시위를 둘러싼 논란들

한편 '1인시위'는 지난 해 처음 등장한 '신종 시위방법'이다. 지난 2000년 12월 참여연대가 서울 종로 국세청 앞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변칙상속에 항의하는 1인시위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인시위는 "나홀로 시위"라는 애칭이 생기는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점차 퍼져나갔다.

▲ 지난 2000년 12월 벌인 최초 1인시위. 당시 국세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참여연대 윤종훈 회계사와 이를 지켜보는 국세청 직원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는 1인시위가 갖는 몇 가지 장점 때문이다.

1인시위는 일단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집회신고가 필요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 앞, 미 대사관 앞, 서울 종로 정부청사 앞 등 집단시위가 어렵가나 상징적 의미를 가진 곳에서 주로 이뤄졌다.

또한 "폭력적·관성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그간의 시위문화에서 진일보한 '평화시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후 변형된 1인시위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논란의 단초는 지난 해 4월 있었던 '미라 1인시위 사건'. 당시 민주노총 건설운송노조 조합원이었던 김모씨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이 사망했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온몸에 붕대를 감은 '미라 복장'으로 광화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당시 종로경찰서는 "김씨의 차림이 혐오감을 주는 차림이어서 옷차림을 바꾸라고 경고했으나 이를 거부해 경범죄 위반으로 봤다"는 이유를 들어 즉심 처분해 논란을 빚었다. '평화 시위'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던 1인시위가 현행법에 따라 처벌을 받은 첫 사례였다.

이후 종로경찰서 정광섭 서장이 "변형된 1인시위는 위법"이라는 입장을 밝혀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종로서 앞에서 "이것이 '1인 시위'입니다. 막아보십시오"라는 피켓과 형틀을 걸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 후로도 최한수 간사의 '청와대 앞 1인시위 강제연행'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1인시위 논란'은 올해까지도 계속됐다. 지난 3월 정부가 불법·폭력 시위에 따른 국민생활 피해를 막기 위해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1인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정부의 이런 방침은 시민·사회단체가 준비해온 집시법 개정안은 배제한 채 경찰의 논리만 받아들인 개악"이라며 반발했고 "아예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해 집회신고 등 독소조항을 폐지하고 개정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집시법 독소조항 폐지되고 표현의 자유 보장됐으면"
[인터뷰] '청와대 1인시위 강제연행' 승소 판결 얻어낸 최한수 간사

▲ 최한수 간사.
이번 판결을 누구보다 기다린 사람이 있다. 바로 당사자인 최한수 참여연대 간사.

최 간사는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당연히 좋은 판결 날 거라 예상했지만 일련의 1인시위와 관련한 (경찰과 법원) 조처들을 봤을 때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참 다행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최 간사는 "이를 계기로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독소조항 등이 폐지돼서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간사는 참여연대에서 2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투명사회팀 소속이다.

다음은 최한수 간사와의 일문일답.

- 소감이 어떤가.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 연행이었으므로 당연한 판결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미라 1인시위(지난 해 4월 미라 복장을 하고 1인시위를 벌인 노동자를 경찰이 '경범죄 위반'을 이유로 즉심에 넘긴 사건)등 일련의 조처들을 봤을 때 걱정스럽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 보장된다는 판결이 나와 반갑다."

- 연행됐을 당시 상황이 어땠나.
"당시 참여연대 정보사업단에서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기 위해 오전 9시께 청와대 근처 분수대로 갔다. 그런데 청와대 경비대 측이 "여기서 시위 안된다"며 나를 연행하려 했다. 분수대 근처는 집회금지구역도 아니고 1인시위는 집시법 적용대상도 아니다. 불법연행이라 생각했다. 파출소로 끌려가면서 계속 항의를 했다. 당시 "불법행위 한 것이 아닌데 나를 연행한 기동대를 오히려 불법체포 감금죄로 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했다.

약 1시간동안 파출소에 있다가 다시 시위를 하러 청와대로 갔다. 그런데 이번엔 종로 경찰서에서 막았다. 내가 계속 항의를 하니 당시 서장이 나와서 '과응대응이었던 것 같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했지만, 피해를 입었으니 법적 대응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로도 참여연대에서 청와대 1인시위를 하려했으나 매번 저지당해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후 법적대응은 따로 진행하고 일단 당시 요구사항을 알리기 위해 경찰 저지선에서 시위를 했다."

- 1인 시위의 장점은 무엇인가.
"사실 집시법 독소조항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생겨난 방법이다. 한 사람이 하기 때문에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다. 또 집회신고가 필요없기도 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집시법이 개정돼 1인시위 뿐 아니라 다른 표현의 자유도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

- 이번 판결의 개인적·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청와대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예외 공간이 아니라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일반시위와 마찬가지로 1인시위도 도로교통법 등을 근거로 행정 편의적 잣대를 들이대 막았던 경찰의 불법적 관행에 경종을 울리게 됐다. 이를 계기로 '집회신고제' 등 집시법 독소조항도 폐지돼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됐으면 좋겠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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