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한복판에 큰고니 50마리... "두 눈을 의심했다"

김병기의 환경새뜸 : 도심 속의 섬, 세종의 ‘세렝게티’ 장남들판을 가다

세종시 한복판에 ‘백조의 호수’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정부세종종합청사와 고층아파트가 빼곡하다. 도심 속의 섬처럼 고립된 이곳은 큰고니, 흑두루미와 같은 철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차들이 쌩쌩 달리는 96번 도로와 금강을 사이에 둔 곳이 세종의 세링게티로 불리는 장남들판이다.

지난 11월 25일 서영석 사진작가,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이날 벼베기가 끝난 논에서 큰고니가 무리를 지어 나락을 주어먹고 있었다. 10월경에 찾아와 2월 말이나 3월 초까지 머무는 겨울철새다. 아침 저녁으로 ‘부들논’이라고 불리는 조그만 연못에서 쉬고 있는 큰고니 무리. 무려 50여마리가 넘는다. 생상의 <동물사육제> 중 ‘백조’에 나오는 새이다. 부들논은 세종시에 자리한 아담한 ‘백조의 호수’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흑두루미와 황조롱이, 말똥가리, 후투티... 온갖 멸종위기종 새들이 찾아드는 이곳은 놀랄만한 야생의 공간이다.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의 낙원인 이곳은 금강의 배후습지였다. 세종호수공원 바로 옆의 중앙공원 지역과 함께 오랜 세월동안 논농사를 짓던 곳이다.

하지만 10여년 전 세종시가 들어서면서 개발되기 시작했고, 고층아파트도 곳곳에 세워졌다. 장남평야 바로 옆에는 호수공원과 국립수목원, 중앙공원이 자리를 잡았다. 장남평야는 이제 도심 속의 섬처럼 고립됐고, 규모도 과거 장남평야의 10% 내외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세종 생태계의 보고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 국내 최대 서식처이기도 하다. 대모잠자리와 물방개 등의 멸종위기종도 서식한다.

그렇다면 도심 속 야생의 공간인 이곳은 언제까지 개발 광풍의 무풍지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세종시로의 인구유입이 계속 증가하면 이곳의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더 커질 수 있다. 중앙공원 공사용 임시도로로 건설된 국지도 96번 도로의 존폐 여부가 그 첫 시험대이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큰고니와 흑두루미가 날고, 금개구리가 지저귀며, 고라니와 삵이 뛰어노는 ‘세종판 세링게티’. 이곳을 우리 미래 세대들에게 남겨줄 수는 없을까? 하지만 주변에는 도로가 건설되고 빌딩과 각종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날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가 날아와 한가롭게 노니는 초겨울 장남들판에 서니 불안함이 엄습했다.

김병기의 환경새뜸 : http://omn.kr/1zbr3

#큰고니 #세종 #장남들

ⓒ김병기 | 2022.12.12 15:51

댓글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이 기자의 최신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