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한날 한시에 약 먹고 죽기 싫다'는 209명 부모의 절규

이런 날은 참 어렵다. 기자로서 온전히 현장을 기록해야 하건만, 나 역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 글을 잇고 영상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209명의 발달장애인 부모와 가족들이 2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집단 삭발을 했다. 그들은 삭발하며 “제 자식과 한날한시에 약 먹고 같이 죽지 않을 생각으로 여기에 앉아 머리를 자른다”고 울면서 외쳤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우리 아이들이 존재할 곳이 정말로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부모들의 요구는 상당히 원초적이다. 언젠가 자신들이 자녀 곁에 없을 때 누가 자식들을 봐줄지 걱정이 돼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주장하며 삭발한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부모 외에 발달장애인을 돌볼 수 있는 주체는 전무한 상황이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국가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을 책임져주길 희망하고 있다.

부모들은 집단 삭발식을 시작으로 청와대 앞에서 3일까지 노숙농성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부모들을 만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믿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꼭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는 호소에서 청와대와 가장 가까운 시멘트 바닥에 몸을 눕혔다.

상황은 여의치 않다.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발달장애인지원 예산은 고작 83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박근혜 정부 때 수립했던 예산인 89억 원보다 적은 수치다. 부모들은 삭발과 농성을 통해서라도 다시 한번 자신들의 간절한 바람이 청와대에 전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취재 : 김종훈, 영상편집 : 김혜주)

| 2018.04.0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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